• 삼성과의 10여년의 싸움
    [노동자와 재해] 1999년 낫소, 2007년 삼성반도체
        2017년 03월 06일 09: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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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다.

    어느 날 후배가 전화해서 “누나,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돌아가셨다는데, 이거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무슨 일 했는데… 그래… 직업병일 수 있지… 근데, 삼성이라고? 한 10년은 싸워야 겠다.”

    오래전 테니스공을 만들던 낫소(Nasso)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질병을 인정받는데 5년여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낫소도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며 5년을 버텼으니, 삼성 정도면 10년은 버틸 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다.

    낫소는 테니스공은 만드는 회사였고, 제작 과정에 공의 일부를 실로 촘촘히 감고 약품에 담가서 탄성을 유지하는 작업이 있었다. 그 공정은 약품 냄새가 너무 심해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작업이었으나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늙으신 시부모, 병석에 누운 남편을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수당 몇 만원에 그 작업을 하다가 병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원인도 명확하지 않고, 그 일을 한 모든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왜, 질병이 약품 때문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역학조사를 하고 외국 문헌을 근거로 국내 첫 유기용제에 의한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직업병 인정을 받았지만, 싸움 내내 그 노동자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며 자신이 미련해서 그렇다며 자책을 하기도 했다.

    고 황유미 아버지 황상기님도 처음엔 삼성에 안 보냈으면 아무런 일이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미만 아닐 뿐 다른 누군가의 삶이, 누군가의 가족이 망가졌을 거라는 걸 알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을 한결같이 속초와 서울을 오가며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신다. 500일 전부터는 삼성 본사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한뎃잠을 청하고 계신다.

    황상기 아버님 혼자 시작했던 싸움은 슬프게도 많은 유가족과 환자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목소리를 내는 싸움으로 확장됐다. 개인의 문제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230여명의 피해자들이 삼성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깨끗하게만 보이는 반도체 공장의 유기용제 가득한 현실을 세상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들은 숨겨버리는 대기업의 추악한 민낯을 보게 만들었다.

    아버님의 끈기는 돈이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천박한 자본에게 천천히 오랫동안 주먹을 날리고 있다. 500일 넘은 농성장은 지나던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공간이 되었다. 삼성에게 천문학적 부를 쌓도록 만들어준 노동자들의 소리 없는 죽음엔 이유가 있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1999년의 낫소, 2007년의 삼성반도체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의 위기에 내몰린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대기업·중소기업의 문제도 아니고,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도 아니다. 노동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노동재해의 한 형태이다. (물론 다단계 하청, 원청의 책임, 사업주의 비윤리, 정부의 무책임 등은 여기선 논외)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노동에서 소외되고 자신이 사용하는 유기용제(화학물질)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노동자가 알아야 할 유기용제(화학물질)에 대해 법에는 미주알고주알 쓰여 있지만 현실에선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라도 있다면 겨우 면피할 정도의 치레를 할 뿐, 대부분의 경우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져있다. 삼성은 지금도 사용 중인 유기용제(화학물질)에 대해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업비밀, 영업비밀이라고 포장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감춰진다. 기업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되는 제품은 66%에 달하며 기업비밀의 남용은 어떤 유기용제(화학물질)들이 노동자에게 도달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더불어 위해성도 가려져서 노동자의 건강이 손상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심사제가 도입되고 위험성에 대한 노동자의 알권리-사용물질의 이름과 위험정보, 노출 시 증상과 대처방법 등-가 보장되어야만 메탄올에 의한 실명, 79번째 사망한 반도체 노동자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갈 노동자의 죽음이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엉거주춤 기업을 눈치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반올림

    3월 6일 오늘은 유미씨가 떠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 동안 많은 게 변했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도 많다.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상기 아버님과 반올림 활동가들은 여전히 강남역 8번 출구 위 농성장을 지키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외치며 골리앗 삼성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분들에 투쟁에 비해 부족한 연대지만 함께 외쳐본다.

    “삼성은 반올림과 대화에 나서라!”
    “삼성은 직업병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가족에게 공개 사과하라!”
    “삼성은 배제 없는 투명한 보상을 실시하라!”
    “삼성은 예방대책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

    마지막으로, 삼성 이재용의 구속은 황상기 아버님과 반올림 때문은 아니지만 이들의 10년 동안의 끈질긴 싸움이 사회적 공분을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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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올림과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1. 강남역(8번 출구) 농성장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2. 후원계좌 국민은행 043901-04-206831(반올림)

    후원문의 sharps@hanmail.net/ 02.3496-5067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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