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즘의 불편한 진실
    [책]《페미니즘 위대한 역사》(조앤 월라치 스콧/앨피)
        2017년 03월 04일 0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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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정치학의 역사적 부활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다섯 명의 여성참정권론자들의 삶과 주장, 그 궤적에 담긴 페미니즘 자체가 안고 있는 치명적 역설 또는 불편한 진실을 파고든 젠더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 조앤 스콧의 역작이다.

    스콧은 “페미니즘의 역사가 의식적으로 페미니즘 정치학의 종말을 가져오려는 수단이었다”고 진단하고, 여권운동의 시발점이 된 프랑스대혁명 이후의 역사를 면밀히 탐구하여 ‘평등이냐 차이냐’로 귀결되는 현대 페미니즘 논쟁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탁월함은, 페미니즘 논쟁의 출발과 이후 행로를 당시의 담론적 맥락 안에 위치시켰다는 데 있다. 프랑스대혁명의 빛나는 업적인 ‘인권의 발명’이 여성들, 구체적으로는 남성과 같은 투표권을 바랐던 여성참정권론자들에게는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점한 역설적인 위치를 깨닫게 한 또 다른 투쟁의 시발점이었다는 지적은 페미니즘 책으로서 이 책이 지닌 독특한 가치를 상기시킨다. 결국 스콧이 원한 것은 페미니즘 정치학의 종말이 아닌 재생, 궁극의 평등이자 공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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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페미니즘은 역설만을 던질 수밖에 없는가

    프랑스대혁명 투쟁은 우리에게 인간의 권리라는 전리품을 선사했지만, ‘우리’ 안에 여성이 포함되는 데에는 그 후로 100년이 더 걸렸다. 그 사이에 제기된 수많은 투쟁과 담론들은 그대로 근대의 민주주의 투쟁사가 되었다. 따라서 여성참정권 쟁취사는 그 자체가 페미니즘의 역사이자 근대 공화주의 및 보편인권 담론사가 된다. 여기서 스콧이 왜 ‘담론’을 이야기하는지를 알 수 있다.

    스콧이 추적한 여성들은 쉼 없이 여성참정권을 얻으려 했지만 왜 실패했고, 근대 공화제/민주제는 왜 그토록 끈질기게 여성참정권을 거부했는지, 그 혁명과 반동의 근거가 된 남성과 여성의 ‘성차性差’가 어떻게 차별의 구실이자 페미니즘 발전의 토대로 작용했는지를 이 책은 보여 준다.

    페미니즘은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가능성

    이 책은 페미니즘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 시도의 유용성은 책의 내용을 더욱 일반적인 역사 연구로 확장시켰을 때 두드러진다. 자기부정을 만들어 내는 역설과 모순으로 가득 찬 역사적 특수성, 끊임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출몰하는 문화적/정치적 표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기에 페미니즘 역사 연구의 가치가 존재한다. 여성에 대한 정의定意는 어떻게 여성을 정치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전복과 불복의 가능성을 열었을까?

    각기 다른 역사적 순간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는 사회적 난제들도 마찬가지다. 인종주의, 시간을 초월한 남성중심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노동조합주의, 자유주의 정치이론…. 이 사회적 과제들은 역사적으로 특수한 담론적 모순의 현장에서 출현했고, 스콧은 이 사회적 생산물들의 특수성을 밝히는 것이 바로 역사 연구의 과제라고 말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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