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주년 3.1절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하고, 진정한 광복 맞자”
한켠에서는 태극기, 성조기 들고 "박근혜 지켜달라"
    2017년 03월 01일 10: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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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은 세월호 리본을 묶은 태극기와 촛불을 손에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3.1절인 이날, 촛불을 든 30만 명의 시민들은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절을 맞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은 ‘박근혜 구속’, ‘적폐청산’ 외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사드 반대’ 등의 구호가 넘쳐났다.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로 인해 광화문 광장 사방이 차벽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채 진행됐다. 광장 안으로 진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부청사를 돌아 경찰이 터놓은 좁은 길목을 통해야 했다. 촛불집회가 있는 광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뒤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또 다른 이들이 “탄핵 무효”를 외쳤다.

집회1

이하 사진은 유하라

축제 같았던 그동안과 달리 이날 촛불집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수언론들은 태극기 집회 측과의 ‘세 대결’을 예상했다. 실제로 태극기 집회 측은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차벽 바로 인접한 곳까지 대형 스피커와 전광판을 걸었고 무대에 오른 이들은 촛불집회를 조롱했다. 그러나 정작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은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항의만 있을 뿐이었다. 언론이 부추긴 ‘세 대결’도 광장 안에선 큰 의미가 없었다.

대신 촛불시민들은 98년 전의 오늘을 기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퇴진 영상이 아닌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눈길’과 다큐멘터리 ‘어폴로지’ 예고편을 띄웠다.

이후 무대에 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15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그날을 회상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 군인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기고문 등 온갖 고문을 당했다. 나는 아무 죄가 없었다. 이 큰 역사에서 우리는 아무 죄도 없었다”고 되뇌었다. 광장에 모인 후세대에게 끔찍했던 지난날을 들려주던 이용수 할머니는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25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을 하라고 요구했다”며 “헌데 박근혜 정부는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있는데도 멋대로 돈을 받고 합의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일본에 원하는 것은 명예회복이고, 공식적 사과”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박근혜를 탄핵시켜야 한다. 법적으로 구속시켜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시민의 이름으로 해임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할머니 만세” “위안부 합의 철회하라”를 외쳤고, 이용수 할머니는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화답했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임수정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대표는 “2017년 지금, 우리는 오늘 또 다시 일본대사관 앞에 섰다”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10억 엔에 피해자를 팔아 치우고 소녀상 철거를 얘기하고 있다. 이게 이 땅의 해방인가. 아직 대한민국은 완전한 해방 맞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자격으로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합의를 했나. 자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임돼야 한다”고 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태극기 집회를 향해 “우리의 숭고한 태극기를 부패한 권력자의 방패로 쓰지 말라”고 호소에 가까운 당부를 했다.

김 전 관장은 “3.1 혁명의 위대한 98주년인 오늘, 8인의 헌법재판관에게 호소한다”며 “정도와 사도, 정의와 불의의 갈림길에서 헌법재판관들은 민족과 영원히 함께 사는 길을 만장일치로 택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태극기는 애국선열의 혼이 깃든 독립정신의 상징”이라면서 “부패 권력자를 비호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하는 3월 1일에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동포 여러분, 민족의 자주독립을 생각하면 당장 성조기를 거둬 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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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 한국 배치 반대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오미정 평통사 사무처장은 “지금 경상북도 성주 작은 마을 소성리에는 군용 헬기가 뜨고 군부대와 경찰병력 투입돼 군사작전처럼 사드가 배치되고 있다”며 “경찰들은 이에 항의하는 7~80대 어르신들을 연행하겠다고 겁박한다. 국민들을 탄압하면서 배치되는 이 사드가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오 사무처장은 “사드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며 “이 땅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과 군사적으로 적대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안보는 더 위태로워진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은 박근혜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무단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성주와 김천 주민들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선도 “호시탐탐 한국의 군사적 개입과 재침략 노리는 아베 정권을 위한 것”이라며 “100년 전 자주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 날렸던 그때처럼 이제는 사드 배치를 막고 한일 군사협정 폐기하는 것으로 자주독립의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집회 후 행진에서도 예상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 중년 남성이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일부 시민들이 동요하긴 했지만, 집회 주최 측과 다수 시민들이 동요하는 시민들을 만류하면서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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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성조기 집회, 3.1절에도 “박근혜를 살려 대한민국을 구해달라”

3.1절을 맞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세종로 사거리 일대를 메웠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조원진, 이인제 의원 등도 총출동했다. 이들은 ‘북한 퍼주기’를 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절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목 놓아 외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애국시민이라 불렀지만, 이 집회에서 일제강점기 독립을 외치던 순국선열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없었다. 3.1절에도 여전히 성조기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었고, 박 대통령의 얼굴을 새긴 태극기도 자주 눈에 띄었다. 무대에 오른 어떤 이들은 대한민국을 박근혜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발언도 했다. 그들에겐 마치 박 대통령이 곧 국가인 듯 했다.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이 이북에 얼마나 많은 돈 갖다 줬나. 그 돈으로 북한이 핵폭탄 만들어서 대한민국 국민을 죽이려 한다”며 “사드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심판해 달라. 문재인은 북한 사람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기 바란다. 대한민국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국회와 헌재를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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