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게 현실을 직시하고 출발하자
    [흐르는 물처럼] 코끼리가 살얼음 낀 내를 걷듯
        2017년 02월 28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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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원 레디앙 발행인의 칼럼 “흐르는 물처럼(上善如水)”을 새로 시작한다. 노동과 사회적 현안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주로 담을 예정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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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6개월은 우리의 피땀으로 만들어야 할 시간입니다. 대선방침이 힘 있는 결의와 집행으로 성과를 낼 때만이 정치전략이 생명을 얻게 됩니다. 노동자민중후보, 100만 경선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시대적 과제를 뒤로 하고, 각자 자기 손톱 밑 가시만 급하다하면, 이는 대의도 아니고 방법으로도 하책입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지난 1월 29일 춘천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다. 그러나 이런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2월 7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진행 도중 성원부족으로 유회되었다. 위원장이 그토록 절박하게 제기한 정치전략이 원인이었다.

    민중단일후보와 선거연합정당

    집행부는 박근혜 탄핵으로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선거에 ‘민중단일후보’로 대응하자는 안을 상정했다. 그리고 단지 선거만이 아니라 그 성과를 이어 2018년 지방선거 전에 ‘선거연합정당’을 결성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어가자는 안이었다.

    정파별로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유인물들도 많이 뿌려졌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은 민중후보는 찬성하되 선거연합정당은 반대하는 내용을, 민중연합당은 내년 지방선거가 늦기 때문에 이번 대선전 진보연합정당을 건설하자고 했다. 혁명적노동자정당건설 현장투쟁위원회는 민주당에 줄서기를 하는 사회연대포럼 등이 추진하는 야권연대를 반대했고, 253명의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변혁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정치세력화를 만들자는 내용을 대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무려 5개의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5개의 수정안에 대해 찬반의견을 듣고 투표를 진행했다. 차례로 부결된 후 마지막으로 원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할 때 많은 사람들은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안건이 그렇게 처리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 601명 중에서 211명(35.1%)만이 찬성했다. 민주노총은 3월 7일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기로 했지만 ‘정치전략’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옥에 있는 위원장이 그토록 절박하게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시대적 과제로 호소했는데도 왜 대다수 대의원들이 등을 돌렸을까?

    정기대대

    7일 대의원대회 모습(사진=노동과세계)

    흘러간 물은 다시 제자리로 오지 않는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의 길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재통합, 재분당으로 이어져 온 길은 노동자대중에게 거듭하여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정당의 분열이 노동조합의 상처로 남아 있다.

    “우리 운동 내에 존재하는 두 가지 편향인 정치의 과잉과 조합주의가 그대로 나타난 대의원대회였다. 진보정당은 최대한 단결해서 가는 것이 맞으나 인위적, 강제적 방식은 아니다.” “중앙 정치 지향적인 것이 문제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끊임없이 진보정당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쌓아가야 한다. 현장으로부터 진보정당운동이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내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추억이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 건설 전에 우리를 돌아보자. 정치교육, 정치토론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시간에 쫒기는 강박에서 벗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대의원대회 이후 2월 21일 열린 민주노총 3차 정치위원회에서의 발언들이다. 정치사업을 담당하는 정치위원들의 인식이 이런데 왜 대의원대회에 무리한 안건이 제출되었는지 의문이지만 이제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대의원대회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수정안은 “민중단일후보 방침 대신 진보정당 후보들 간의 단일화를 위해 민주노총이 노력하고, 정치세력화 논란은 대통령선거 이후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현재 민주노총의 실력이 민중단일후보를 만들어 내고, 진보정당을 만들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었다. 대의원 613명 중 300명 찬성(48.9%), 불과 6명 부족으로 부결되었다. 이 날 가장 많은 의견이 나왔었다. 아마도 이것이 현재의 민주노총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민중단일후보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안 됨을 인정해야 한다. 분당이후 서로에게 남긴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왜 민주노동당 분당에 대한 패권주의 등에 대한 평가가 없는가?”라는 대의원의 질문은 이를 반영한다. 민주노동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실현한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분당의 원인이 된 북한문제에 대한 진보정당의 태도, 당내의 패권주의,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다원화된 진보정당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부터 토론되지 않고서 한발도 전진하지 못한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오는 3월 7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다시 열린다. 중집에서는 문제가 불거진 방침을 “민주노총은 진보진영 후보를 지지한다.” “보수정당에 대해 조직적인 지지로 경도되는 것을 지양하고, 의제와 투쟁을 중심으로 대응하여 이의 성과가 이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로 대폭 수정하여 안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6일 정의당은 심상정을 후보로 선출했다. 노동당도 3월 5일 후보를 선출한다. 그 밖에 민중연합당 등에서도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 이들 사이의 후보단일화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갈등은 현재의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풀기에는 조정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진보정당안의 당원들이 민주적으로 경선을 통해 선출한 후보들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힘으로 강제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 다만 그들 사이에서 민주노총의 합리적인 조정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하면 될 뿐이지, 그 역순은 아니다. 자칫 그것이 당면한 활동을 하기 에도 힘들어 하는 산하조직에게 “전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라는 식으로 제안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민주노총이 구름에 뜬 정치전략을 논의하는 사이, 회의가 유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당선 가능한 보수야당 후보에게 줄 서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임을 냉정하게 보아야 한다.

    지난 대선에 노동자후보를 달고 출마한 2명의 후보가 남긴 초라한 결과는 이후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둘이 합쳐 0.2%라는 결과는 92년 백기완 선생의 대선 참여 이후 최악이었다. (김순자 46,017, 0.15% 김소연 16,687, 0.05%) 이를 넘어서기 위한 민주노총의 정치전략은 신중하고, 세밀해야 한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처럼 “코끼리가 살얼음 낀 내를 걷듯” 조심조심한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발언할 때 내내 불편했다. 박근혜 퇴진 하나만 해도 힘든데 무슨 한상균·이석기 타령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날씨도 추운데 이런 얘기나 들으려고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와 같이 촛불에 함께 참여하지만 이런 정서조차 있는 게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프게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민주노총이 정치전략을 가지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충분조건이다.

    필자소개
    이근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뀜. 원래는 학교 선생이 소망이었음. 학생운동 이후 용접공으로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당운동으로는 민중당 및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경험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 하다가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접목. 현재의 공공운수노조(준)의 전신 중의 하나인 전문노련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노동운동에 결합히게 됨. 민주노총 준비위 및 1999년 단병호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 국민승리 21 및 2002년 대통령 선거시 민주노동당 조직위원장 등을 거침. 드물게 노동운동과 당운동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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