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100만 결집,
    탄핵심판 임박해 다시 커지는 촛불
    "모든 적폐 청산될 때까지 촛불 내려놓지 않을 것”
        2017년 02월 26일 12: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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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5일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과 구속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올해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모였다. ‘박근혜 구속’, ‘황교안 탄핵’, ‘특검 연장’, ‘재벌총수 구속’ 등의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은 물론 종로와 서대문 일대까지 가득 찼다. 시민들은 청와대, 헌법재판소, SK-한화-롯데 방면으로 행진을 이어가며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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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사진은 유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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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후 5시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작정치와 권력남용으로 민주주의 파괴하고 재벌들과 부정한 거래로 수백억 원의 뒷돈을 챙기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국가의 의무는 내팽개쳤고, 노동자와 청년들을 헬조선으로 몰아넣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라며 “이제는 정말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집회는 올해 들어 작년말에 비해 규모가 줄었다. 지난달 7일, 올해 첫 집회의 참가자는 64만 명, 그 다음 주인 14일엔 14만 명이 모였다. 그러다가 이날 다시 100만이 집결한 것이다.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데에는 박영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무산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장엔 특검 연장 촉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손피켓을 든 시민들이 많았다. 자유한국당 등 소위 국정농단 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이 더 이상 촛불광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 또한 분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중 교수는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특검의 대면조사조차도 거부하면서, 파렴치한 중범죄자가 법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박근혜 측 대리인단은 온갖 꼼수와 궤변으로 탄핵심판 지연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를 비롯해 우병우를 구속하고, 공작정치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 파괴한 김기춘은 엄중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삼성뿐 아니라 박근혜에게 뇌물을 갖다 바친 정경유착의 주범 재벌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교안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묵살했다”며 “박근혜 국정농단의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고 비호세력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특검의 수사기간이 이대로 종료되면 역사와 미래에 대한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3월 1일에도 모이자”

    그간 박 대통령 탄핵, 퇴진 등의 요구가 주를 이뤘다면 이날 집회엔 ‘박근혜 이후’를 고민하는 시민들의 발언들도 자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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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중학교에 입하는 딸과 함께 무대에 오른 장석호 씨는 “지난 70년간 누적된 적폐는 4개월 만에 청산되지 않는다”며 “조기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 적폐가 청산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에서 올라온 대학생 남대희 씨는 “박근혜 4년과 이번 게이트 보면서 절대로 이런 대통령 뽑아선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특검을 연장하고 하루빨리 탄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1일에도 광화문 광장에선 박근혜 정권 퇴진과 적폐청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촛불시민들도 3월 1일에 광화문 광장에 모이겠다고 결의했다. 이들은 “우리는 박 대통령와 공범들이 구속되고 모든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3월에도 광화문으로 모이자”고 했다.

    이호중 교수 또한 “박근혜 비호 세력을 엄중히 심판하고 새로운 세상 열기 위해 우리는 3월에도 모여야 한다. 3월 1일, 삼일절, 다시 한 번 광화문에 모이자. 천만 촛불의 힘을 보여주자”고 했고,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삼일절에도 이곳 광화문에 모여 탄핵 반대의 흐름을 우리의 포용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품자”며 “지지말고, 변화를 함께 맞이하자. 더 빨리 봄을 부르자”고 외쳤다.

    오후 9시, 광화문엔 100만 인파가 몰렸다. 퇴진행동은 광화문 북단에서 청계 파이낸스 빌딩 앞, 종각과 서대문 방향으로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운집했고, 광주 4만, 부산 2만 5천명 등 전국 107만 집결했다고 전했다.

    범국민행동 집회가 끝난 직후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법재판소와 SK·한화·롯데 재벌 대기업의 빌딩이 있는 종로 방면 등으로 각각 흩어져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청와대와 황 대행, 정권과 결탁한 재벌총수들에게 레드카드를 준다는 상징적 의미로 빨간 종이를 손에 들고 거리 곳곳을 누볐다.

    이슈

    노농빈 2.25 민중총궐기 개최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같은 장소엔 노·농·빈 단체들이 모여 ‘박근혜 4년,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는 구호로 민중총궐기를 개최했다. 여기에도 노동자, 농민, 빈민 등 20만 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열기를 이어가 우리가 주체로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촛불은 누구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주체로 투쟁할 때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헬조선 타파 등 세상을 바꿀 투쟁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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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인 정현찬 카톨릭농민회 의장은 “백남기 농민은 폭력, 살인 정권의 물대포에 쓰러졌다. 무수한 사람들이 아파할 때,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청와대는 범죄소굴이 되어가고 있었다”며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살인, 불통 정권은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남기 농민은 수입쌀 반대 등 박근혜 정부의 농업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2015년 11월에 열린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끝내 사망했다. 국회에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허위 작성하는 등의 파문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책임자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공식적 사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 회장은 “쌀 전면 개방으로 인해 쌀값 폭락은 농민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농민을 생존의 터에서 쫓아내고 농민의 손에서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국가폭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제 박근혜 퇴진 이후를 준비하려고 한다. 농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가치가 존중되며 빈부와 그 어떤 조건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굶주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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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3월은 우리들의 진정한 박근혜 대통령님이 돌아오시는 날”

    한편 이날 오후 2시,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과 인접한 서울시청광장에선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로 붐볐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이 답이다’라는 극단적인 내용의 손피켓을 든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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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기 집회 첫 발언자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 중 한 명인 김평우 변호사였다. 그가 등장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연신 “김평우”를 외치며 환호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헌재 변론기일에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 “내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헌재 재판관을 향해 “국회 수석대리인이냐”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가 회장을 역임한 대한변호사협회에선 징계 처분을 예고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우리 승리의 날이 멀지 않았다. 3월 1일에 대한민국 제2의 건국 기념일로 이 자리에 모여 선포하자”며 “3월은 우리들의 진정한 박근혜 대통령님이 다시 돌아오셔서 이 땅의 자유, 민주, 법치의 대한민국이 다시 꽃피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소개로 발언대에 선 변호사들은 “심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경기 결과에 승복해야 하나”, “헌법 재판관들이 기본도 안 지킨다” 등 헌재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정성 시비를 거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미력하나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박근혜 대통령님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환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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