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수급연령 늦추기?
    높은 노인빈곤 고려 없어
    한국 65세 노인빈곤율 무려 50%
        2017년 02월 24일 1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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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67세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공사연금의 가입 및 지급연령의 국제비교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고령화 속에 연금재정이 악화하면서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했고, 게다가 일부 국가는 70세로 올리거나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 수령 나이도 67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연금수급 연령을 남성 65세, 여성 60세에서 2020년까지 남녀 모두 66세로 올리고, 다시 2026~2028년엔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프랑스도 2023년부터 연금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단계적 상향 조정했다.

    연금수급 연령 조정 방안의 주요 근거는 ‘세계적 추세’, ‘기금 고갈’이다. 재정 안정화를 핑계로 ‘공적연금 흔들기’에 매번 동원되는 논리다.

    연금 늦게 주는 게 세계적 추세?
    학계·노동계 모두 “절대 반대”…“압도적인 노인빈곤율 생각 않은 기계적 비교”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2014년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노인빈곤율은 무려 50%로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제일 높다. 한국의 65세 노인층의 절반이 중간 소득의 50%보다 낮은 소득으로 산다는 뜻이다. 일자리 대란 중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정적 일자리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 판단 없이 단순히 재정 안정화를 목적으로 우리와 환경이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것은 상당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학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안에 대해 “절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50% 가까운 빈곤율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며 “공적연금을 정상화해서 노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상황인데, 수급 연령을 2년 더 늦추게 되면 노인들의 빈곤 상태를 더 해결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 수급연령이 65세이기 때문에 65세 이전으로 다시 돌릴 수는 없지만 (법을 당겨서 고쳐서라도 할 수 있다면) 2, 3년 정도 앞당겨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창우 국민연금노조 정책위원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수급연령을 늦춘 국가의 경우 우리보다 노인 일자리가 상당히 안정돼 있고, 퇴직과 급여가 바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50대 중반이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현재 있는 노인 일자리도 상당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 중에 노인빈곤율이 1위라는 사실은 비교하지 않은 채 수급연령만 맞추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금 고갈돼도 연금 줄 수 있다…불안 조장 말아야”

    기금고갈’은 지난 공무원연금 논란 때도 등장했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민연금을 사기업 보험회사에서 운용하는 기금처럼 생각을 해서 ‘기금이 없어지면 연금을 못 받는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이런 불안한 생각은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리는 게 좋다. 그런 불안은 ‘하늘이 무너질까 봐 동굴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며 “연금은 기금이 없어도 지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GDP의 35% 되는 600조 가까운 돈이 (국민연금 기금으로) 쌓여있는데 이 돈은 보험료를 하나도 안 걷고도 20년 이상 연금을 나눠줄 수 있는 돈의 크기”라며 “반면 독일 같은 나라는 연금기금이 2주일, 3주일 치밖에 없다.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1년에 100조 원이 필요하다면 젊은층에 80조 원을 걷고 나머지 모자라는 부분은 국고에서 일부 보조를 해서 연금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자란 기금은 국고를 투입하거나 보험료를 약간 올려서 충당을 할 수가 있다. 이게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을 통해서 연금을 주는 기본 원리”라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금 없이 이렇게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기금을 많이 쌓아놓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나 미국처럼 오히려 소수”라고 덧붙였다.

    “공적연금, 국민 생활 안정화라는 목적 잊지 말아야”

    이번 방안은 4차 재정추계에 맞춰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재정 안정화만으로 주장하는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안정적 노후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근본적인 존립 이유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 정책위원은 “공적연금이란 재정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연금이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적정성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공단은 노인 빈곤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정 안정만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을 평균 20년 받는다고 가정하고 수급연령을 2년 늦추면 10% 정도의 급여가 깎인다”이라며 “빈곤 노인들의 안정적 생활에 대한 고려가 없는, 우회적으로 급여삭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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