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혁명은 늘 현재형
    [러시아혁명 100년④]100년의 교훈
        2017년 02월 24일 11:31 오전

    Print Friendly

    [러시아혁명 100년③] 파장과 영향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1917년 10월 혁명은, 21세기 벽두까지 이어진 하나의 장기적인 세계적 혁명과 변혁, 체제 수정의 “파도”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이 “파도”는, 제3세계의 독립 국가 수립 및 계획 경제 실험들도, 핵심부에서의 (소련으로부터의 압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던) 복지국가 건설도, 유격대 전쟁 등으로 변화된 새로운 “무산자들의 사회주의 혁명” 프로젝트도 다 종합적으로 아우른다.

    10월

    1919년, 10월혁명 2주년을 맞아 붉은광장에 모인 소비에트 지도자들. ⓒ위키미디어커먼스

    문제는, 이 커다란 장기 “파도”가 이제 그 주기의 거의 말기까지 갔다는 사실이다.

    공산당원이자 소련 관료 출신 푸틴은, 비록 소련 시대의 일부분의 사회적 성취물(무상 교육/의료 등)에 감히 손을 대지 못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지향과 무관한 관료자본주의 체제를 이끌고 있다. “사회주의” 간판을 끝내 내리지 않고 있는, 그리고 복지망 확충에 꾸준히 신경을 쓰는 중국이라고 해서 본질상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러-중은 이미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에 편입돼 있는 이상 그 주도 집단들의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재, 봉쇄에 갇혀 있지만, 사실 북한의 주도층도 이와 같은 편입을 장기적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경제 계획 실험은 소련의 몰락과 함께 끝났고, 이집트나 이라크, 시리아의 “아랍형 사회주의” 계획도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됐다. 서구 복지국가의 근간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것만이라도 지키는 것은 서구의 근로대중들에게 거의 불가능의 과제로 보인다.

    최근에 개봉된 켄 로치 감독의 너무나 훌륭한 사회비판 영화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신자유주의화된 서구의 복지사무소가 복지 지출액을 무조건 줄이기 위해서 복지 수혜자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괴롭히는지, 매우 웅변적으로 잘 보여준다. 한때 “권리”로 인식됐던 복지는, 인제 국가가 되도록이면 덜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경주하는 “시혜”가 되고 말았다. 위대한 10월 혁명, 그리고 그 혁명의 장기적 영향으로 서구에서 전후에 이루어진 복지개혁들의 유산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하나의 장기적 혁명의 주기가 100년 만에 끝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10월 혁명을 시발점으로 하는 주기는 끝나가더라도 혁명에 대한 역사적 필연성은 100년 전보다 오히려 더 높다.

    기후이변으로 웅변적으로 나타나는 자연계 파괴, 미-중-러 등 열강들 사이의 줄타기와 같은 위험한 각축, 그 각축과 직결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대리전,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한계성과 사회주의로의 이동의 필연성을 너무나 명확히 보여준다.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란 명제가 가장 시의적절한 때는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새로운 혁명으로 나아갈 때에 우리가 100년 전의 교훈들에게 귀를 잘 기울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 인민대중들의 혁명적 민주성과 필요시의 혁명적 독재를 서로 충돌하지 않게 할 것인지, 새로운 상황에서는 “전위당”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 노조들의 급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국민국가가 공기처럼 돼버린 후기 자본주의 시절에 “세계혁명”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다시 고민할 때에 1917년 10월의 교훈들을 참고해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10월 혁명의 역사는 늘 현재형, 진행형이다.<끝>

    필자소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