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소녀상 이전 공문
노회찬 "일본 정당화, 정신 나간 정부"
    2017년 02월 23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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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부산 동구청 등 지자체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대변인을 자청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외교부 장관 명의로 부산광역시의회장, 부산광역시장, 부산광역시동구청장에 보낸 공문에서 “작년 말 주부산일본총영사관 후문 옆에 설치된 소녀상의 위치가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점에서 우리부(외교부)는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오래 기억하기에 보다 적절한 장소로 동 소녀상을 옮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소녀상 이전을 요구했다.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이전·철거는 일본 정부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안으로, 이번 공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외교 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며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외교부는 이 공문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안’에 소녀상 이전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포함해달라고까지 밝혔다.

외교부는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과 관련해 우리부로서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시행하자는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동 조례안 추진·심의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예양 및 관행을 충분히 반영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부산 동구청은 외교부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앞서 ‘임기 내에 소녀상 철거나 이전은 없다’고 말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구청은 소녀상 이전·철거에 대해 권한이나 힘이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일제히 외교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상무위에서 “불과 70여 년 전까지 강제점령을 당하며 소녀들을 전쟁터에 위안부로 보내야 했던 역사는 까마득히 잊은, 한마디로 넋이 나간 모습”이라며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노 원내대표는 ‘국제예양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외교부의 논리에 대해 “국제 예양이야말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고, 10억 엔을 주었으니 할 일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일본 정부가 어기고 있다”며 “왜 우리 정부가 나서서 일본은 정당하고, 우리가 ‘국제적 예의’에 어긋난다고 국민들을 비난하느냐. 정신 나간 정부”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합의한 ‘한일 위안부협상’은 당장 무효화하고, 차기 정부에서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며 “외교부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이와 같은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어리석은 조치이자, 외교적 굴욕”이라고 비판하며 “황교안 총리에게 이 공문을 누가 왜 보낸 것인지 밝히고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일본 정부의 요구에 굴복해 백기투항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고 대변인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자존심도 없는 한국외교의 현실에 분노하며 일본을 대변하는 정부를 국민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졸속적 위안부 합의를 즉각 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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