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모두에 평등하다
    [에정칼럼]올바른 미세먼지 대책은?
        2017년 02월 16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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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부터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비롯한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PM2.5)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비상저감조치에는 수도권 738개 행정, 공공기관과 기관 소속 직원들이 소유한 차량 중 차량번호 끝자리 홀수(짝수) 차량이 홀수일(짝수일)에 운행 가능한 방식으로 2부제를 운영하는 방침과 함께 공공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조업 단축이 포함된다.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대기배출사업장과 건설공사장 등이 그 대상이다.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조건을 2015년에 적용해보면 하루가 적용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비상’ 대책인 셈이다.

    이전에도 대기를 깨끗하게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2003)>을 제정하고, 2003년부터 매 10년마다 수립한 1,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등을 통해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소시켰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증가한 미세먼지 농도로 인해 작년 6월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10년 내에 유럽 주요도시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할 것이라고 하며, 2021년에는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20㎍/㎥이 되도록, 26년에는 18㎍/㎥이 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전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최근 공기가 가장 탁했던 2월 4일 에어코리아(한국환경공단 운영 실시간 대기오염도 공개 홈페이지, www.airkorea.or.kr)의 시도별 대기정보를 확인한 결과, PM10의 경우 충청북도가 가장 높았고, PM2.5 역시 91㎍/㎥로 충청북도가 가장 높았다.

    충북의 대기질이 전국 최악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충청북도 지역의 산맥 지형으로 인해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정체되고, 지역 내 소각장이나 공장 등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합쳐져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충청북도 지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정부의 대책이 ‘사후약처방’에 불과하고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실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겨울철 미세먼지의 증가는 난방으로 인한 영향, 즉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데도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에만 집중해 처방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KEI에서 발간한 <최근 미세먼지 농도 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량과 유입량, 풍향 등 요인을 함께 분석하여 고농도 PM10의 경우 외부 기여도가 약 70%가 넘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한국인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와 함께 한국발 미세먼지에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를 해결할 방안은 뭘까? 고등어 구이를 먹지 않거나, 해조류를 많이 먹는 것이 해결책이 아님은 아마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리라. 산자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2기는 석탄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53기의 석탄발전소 가운데 30년이 지난 10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9년까지 추가로 건립하는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는 계획대로 이행한다. 오염물질 기준을 강화하여 배출량을 줄이겠다지만,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될 때까지 지켜볼 일이다.

    2009년 베이징(왼쪽), 1952년 런던(오른쪽) 사진 출처: Frederic J. Brown AFP 통신. 게티이미지

    2009년 베이징(왼쪽), 1952년 런던(오른쪽)
    사진 출처: Frederic J. Brown AFP 통신. 게티이미지

    중국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13년 9월 <대기오염예방행동계획(大气污染防治行动计划)>을 발표한 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지역을 포함하는 <징진지(베이징, 톈진, 허베이) 및 주변 지역 2017년 대기오염 예방 사업 방안(京津冀及周边地区2017年大气污染防治工作方案)>을 발표하며 베이징, 산시, 산둥 등지의 제지, 염색, 피혁, 화공, 제약 등의 공장을 1000개 이상 퇴출시키는 방침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풍경은 1952년 런던에서 발생한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한동안 중국에서는 2000년대의 베이징과 1950년대 런던을 비교하는 사진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는 스모그로 인해 3주 동안 4000명이 호흡장애와 질식으로 사망했고, 만성 폐질환으로 8000명이 사망했다. 유난히 추웠던 그 해 겨울, 런던 시민들이 사용하는 석탄량이 급증했고, 바람이 없어 굴뚝에서 나온 유해한 연기가 지면 근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피해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영국 정부는 ‘경제가 먼저’라는 기조를 앞세우며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후에 청정대기법이 제정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위험사회>를 쓴 울리히 벡(1944~2015)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평등하다.”라고 했다. 모두에게 미치는 위험인 미세먼지 또한 민주적인 것이 아닐까. 미세먼지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참여하는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 대선 국면을 맞아 지속가능하고 민주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후보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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