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흩어진 진보 지지자들,
    정의당 강상구가 다시 모아내겠다”
    [인터뷰]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 강상구 전 대변인
        2017년 02월 10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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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빅텐트를 친다, 안 친다, 연대를 한다, 통합을 한다 시끄러운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정의당 대선 후보 경선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당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원들 사이에서도 “저 사람 누구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소한 인물이 정의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 강상구 후보다. 그런데 그는 무려 14년 동안 진보정치의 성장을 위해 밑바닥부터 자신을 단련해온, 그가 말하는 ‘진짜 영웅’, ‘진짜 스타플레이어’다. <레디앙>은 강상구 후보의 출마와 당선이 정의당에 어떤 의미가 될지, 나아가 한국 정치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난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그를 만나 들어봤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심상정 후보와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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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치체제의 대변화, ‘수구정당 청산’과 ‘진보정당 대도약’
    “흩어진 진보정당 지지자들, 다시 모아내겠다”

    ‘정의당의 좌클릭’, ‘선명야당’, ‘후세대 진보정치인’. 정의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강상구 후보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다. 심상정이라는 스타 정치인을 상대로 그가 승리할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강상구 후보 : 정의당,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데 정의당 지지율은 정체이거나 오히려 더 낮아졌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심상정 후보가 정의당 대선 후보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이 시작된 상황에서 최근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0.6%까지 떨어졌다. 국민들은 정의당이 ‘촛불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가’, ‘이 국면에서 국민들의 염원을 제대로 실현할 후보를 내세우고 있는가’하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적으론, “당의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 “당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촛불의 코드에 맞나”, “민주당과 구분이 안 된다”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의당 후보로 인식되는 분(심상정 후보 지칭)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이다. 정체성이 비슷하면 현실적 힘을 가진 사람을 지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가다간 정의당이 촛불 정신을 제대로 이어받아야 한다는 그 역할도 하지 못하고, 대선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번 선거로 기존 정의당 체제에 대한 중간평가도 하고, 리더십도 바꿔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레디앙> : 정의당은 조직된 당원보다 일반 당원이 더 많다고 들었다. 일반 당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강상구 : 실제 선거운동은 일주일 정도 한 셈이다(7일 기준). 이제야 당원들 사이에 반응이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이 나왔다”, “정의당에 참신한 인물이 더 있다”, “진보정당답고 분명해서 좋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다만 곧 선거운동이 끝난다. 이 점이 아쉬울 뿐이다.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레디앙> : 선거운동 중에 기억에 남는 당원이 있나.

    강상구 : 경기도 한 당원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선거에 강상구 후보가 얼마나 득표하는가가, 향후 정의당의 5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정의당은 대항쟁 시기 뒤에 당연히 있어야 할 한국 정치 체제의 대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수구정당 청산’과 ‘진보정당 대도약’, 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촛불을 든 의미가 없게 된다. 특히 이번 촛불은 ‘정치 똑바로 하라’고 요구했다. 없어질 세력은 없어져야 하고, 마땅히 성장해야 할 세력은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자동으로 되나. 관건은 정의당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자기 위상을 분명히 하고 현실에서 힘을 갖느냐에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정치에도, 정의당에도 이후 3~5년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흔히 얘기했던 명실상부한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주도하는 한국 정치를 할 기회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입에 발린 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얻는 득표가 정의당의 진취성과 능동성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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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구 정의당 대선 경선후보(사진=유하라)

    <레디앙> : 심상정 후보가 아닌 강상구 후보, 본인이 꼭 후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강상구 : 지금 상황은 고객이 마트에 갔는데 늘 그 자리에 있던 제품을 100명 중 1명만 고르는 상황이다. 이미 정의당의 후보라고 인식한 상태에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1% 가량, 잘 안 팔리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 신상품을 내놓는 게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디앙> : 본인이 신상품이 되면 지지율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강상구 : 지금 당 지지율은 5~6%, 당의 후보 지지율은 1%다. 그 (격차의) 이유는 후보의 주장이 민주당과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다운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는 정의당의 좌클릭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경선을 치르고 나면 후보가 정리될 텐데, 우리가 진보정당답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고민을 할 거다. 또 그 어느 때보다도 정권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어진 상황이다. 이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정권교체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이런 기회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다. 정권교체의 내용을 선명하게 제시해서 민주당 후보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후보가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면 정의당 지지자들이 저를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 지난 수년의 과정을 통해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도 반드시 다시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잊고 있었던 마음속의 적극적 진보성향, 이것을 제가 다시 살려내겠다.

    ‘한미동맹 재검토’ ‘1주택 공개념’ ‘청년 사회적 상속제’
    “비현실적이라 구박받던 꿈들, 이제 이룰 때다”

    진보정치에 쏟은 강상구 후보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책 공약들, 촛불을 등지고 전체 정치판이 오른쪽으로 향하는 이 시점에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목 놓아 외치는 그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정책은 다른 야당 후보는 물론, 경쟁자인 심상정 후보와 비교해도 상당히 급진적이다. “그렇게 되면 좋지만 가능하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강상구 후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레디앙> : 심상정 후보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라는 슬로건 하에 ‘고용노동부 부총리 승격’이라는 구체적 공약이 눈에 띈다. 강상구 후보의 경우 본인의 당선이 당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말고는 떠오르는 대표 공약이 없는 것 같다.

    강상구 : 이른바 실현가능한 공약, 그러니까 실현가능한 공약의 범주 내의 참신한 공약에 기자 분들도 관심을 갖는다. 그건 국회 내부에 힘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고, 정치권 돌아가는 사정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는 그게 지난 30년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현가능한 정책’이라는 그 말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 ‘지금 힘 관계에서, 지금 상황에서’라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방향을 놓고 다투는 대선 후보가 해야 할 얘기는 ‘30년 만에 처음 듣는 얘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나 구체성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거대한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사드에 찬성이냐 반대냐” 혹은 “외국과 협의한 것이니 취소할 수 없다, 있다” 이런 식의 논의가 나온다. 과연 이런 논쟁이 촛불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제 생각에 촛불 이후는 ‘사드 배치 논의를 낳았던 한미동맹을 계속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전 세계가 세계사적 대전환 시기를 맞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 짜잘한 정책을 미세 조정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대전환 시기에 맞게, 전 세계가 촛불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그 경외감에 어울리게, 새로운 세상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어야 한다. 다른 당에선 그런 논의가 없어도 되지만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면 우리 당에선 그런 토론을 해야 한다.

    민중이 원하는 근본적인 변화, 평소엔 이상적이어서 현실을 모른다고 하는 구박이나 들었던, 그런 꿈들이 있지 않나. 정치가 그런 민중의 꿈을 이룰 시기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그런 의미에서 ‘강상구의 9대 좌클릭 정책’을 제시한 거다. 한미동맹 재검토, 1가구 1주택 공개념 도입, 국공립대 통합대학네트워크 플러스 원하는 사립대학 추가하는 대학연합 방안, 청년사회상속제 및 부채탕감 등이 그렇다.

    만약 이런 정책을 이재명 후보가 제안했으면 정말 화끈하고 시원한 정책이라고 평가 받았을 거다. 그리고 심상정 후보가 얘기했으면 정의당답다, 이런 얘기 들었을 거다. 그런데 제가 하니까 반응이 없다. 제가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차 말씀드렸듯이 그 문제는 2주후면 해결된다. 대선후보가 되면 벼락 유명세 얻을 거다. 그러면 저의 좌클릭 공약과 함께 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조명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레디앙> : 민주노동당 때 가장 아꼈던 공약이 서울대 폐지라고 했다. 이번에도 국공립대 통합대학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대표 공약과는 별개로 가장 아끼는 공약은 뭔가.

    강상구 : 가장 아끼는 공약은, 1주택 공개념 도입이다. 지금 월세에 살고 있는데 매달 월세 내는 게 정말 고통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결국 집값 띄우는 정책이었다. 정부가 내놓은 수만 가지 정책들도 모두 효과가 없었다. 그 이유는 주택을 계속 공급해도 집 없는 사람보단 있는 사람이 한 채 더 샀고, 집값을 띄우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집 있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게 하고 집값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집 없는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제가 제안한 1주택 공개념 공약은, 1가구 다주택 소유자는 1주택을 초과하는 주책소유분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초과소유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물론 집권 후 당장은 아니고, 몇 년 기한을 두고 그 기한이 지나면 부담금을 내게 할 거다.

    제 정책에 따르면 (1주택을 초과한) 4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은 1년에 3천 5백만 원 정도의 부담금을 내야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 집을 갖고 있어서 얻는 이익보다 보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만 집이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비로소 정착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집이 나오면 공공이 사서 임대하는 방식의 매입 임대를 추진한다. 매입임대 정책은 지금도 있지만 방금 말한 방식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인생의 과제를 새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말씀드린다.

    청년 사회상속제도 아끼는 공약 중 하나다. 상속·증여세가 연 5조가 넘는다. 그 세금은 부자들이 자식에게 막대한 돈 물려주면서 극히 일부를 정부에 낸 돈이다. 그러면 그 돈이라도 부모로부터 막대한 돈 물려받지 못한 청년들에게 나눠주자는 거다. 개인적 상속이 아니라 사회적인 상속을 하자는 것이다. 20세 청년에게 5조를 배분하면 1천 6백만 원 정도를 나눠줄 수 있다.

    <레디앙> : 기한을 정해서 분배해 나눠 주겠다는 건가?

    강상구 : 아니다. 한꺼번에. 청년수당처럼 용돈 수준으로 주면 의미 없다. 목돈을 줘야 한다. 가령 주택구입자금으로 쓰게 한다거나, 주택공개념이 도입되면 임대주택 자금으로 쓰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들을 고민하고 있긴 한데 돈의 용도를 제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일각에선 그 돈으로 술을 마실 것이다 등등의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목돈이 생겼으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우리 마음대로 재단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이유에서 현금으로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청년수당이나 기본소득제도보다 사회적으로 더 의미 있고 효과 높을 것이라고 본다.

    <레디앙> : 노동 공약이 대체로 덜 부각됐다는 지적이 있다.

    강상구 : 노동공약 없지 않다. 고임금노동자 임금상승분의 50%를 추가 실업수당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고용보험에서 받는데, 거기에 플러스 해주자는 거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에 겐트 시스템이라고 있다. 우리로 말하면 고용보험을 정부가 아닌 노조가 운영하는 것이다. 실업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노조가 운영하는 기금에 가서 돈도 받고, 직장 소개도 받고, 직업 훈련도 받는다. 노조가 나쁜 직장을 소개해주겠나.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권 인정 안 하고 노동자 무시하는 회사들은 아예 소개해주질 않는다. 당연히 좋은 직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노조 밖의에 노동자들은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 그래서 스웨덴은 실업률이 높을 때 노조 조직률이 높아진다.

    현실적으로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 사이에 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고임금 노동자가 잘못한 건 없다. 열심히 투쟁해서 임금인상하고 처우개선 한 거니까. 다만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 해야 하고, 노조 조직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노조의 사회적 영향력도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진보정당도 성장하고, 대한민국도 바뀔 수 있다. 그러려면 노조가 일정한 책임을 지면서도 동시에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추가 실업 수당 기금 조성 안을 만든 거다. 이런 안은 노동운동 쪽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 관건은 국민의 요구와 힘이다”

    강상구 후보는 이미 비현실적이라고 구박 받던 정책을 두 번이나 실현시킨 바 있다. 그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방사능 안전급식 주민발의 제정운동, 신종플루 특진비 반환 운동이 그렇다. 모두 처음엔 “그걸 걔들이 받겠냐”는 우려와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도 결국 해냈다. 강상구 후보는 모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정책의 구체성, 재원 조달 방안이 아닌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국민의 뜻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레디앙> : 당직만 한 것이 아니라 구로에서 민중의 집을 만들고 오랫동안 지역운동에 천착했는데 소개해 달라.

    강상구 : 일단은 구로에서 민중의 집을 만들었다. 민중의 집은 스웨덴 등에서 진보정당, 노조와 함께 복지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던, 지역 차원의 진보운동의 거점이다. 지금도 스웨덴엔 600개가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지역이 바뀌지 않으면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1987년 6월 항쟁 이후 199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주의 하자고 지방자치제도 도입했는데 그 때 뽑힌 대부분이 과거 독재정권의 부역자들이다. 전국에 퍼져 있던 부역자들이 지방선거를 바탕으로 지방의원이라는 공식 직함을 달고 지역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게 30년 동안 이어졌다.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는 중앙에서만 이뤄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 삶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든 진보정치 역량과 자원이 함께 모여서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위한 공간으로 민중의 집을 만들었고 여러 해 동안 많은 분들과 전국적으로 민중의집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녔다.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활동을 오래 했다. 지난번 당 대표 선거 때 ‘노동 밖의 노동’이 히트했다. 근데 진짜 노동 밖의 노동은 지역에 있다. 그 분들은 언론에 주목도 못 받는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운동과 비교하면 지역의 ‘노동 밖의 노동’은 그야말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들이 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공중화장실 유지관리원,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이런 분들이다. 이런 분들을 조직하는 활동을 오래했다.

    지역이슈를 주민들과 함께 제기하고 주민들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활동도 많이 했다. 방사능 안전급식 주민발의 제정운동은 여기저기 하지만 제가 전국 최초 제안자이고 실제로 성공했다. 신종플루 유행할 때 종합병원에서 특진비를 받았는데 신종플루 특진비 반환운동을 최초로 시작해서 서울시내에 있는 큰 종합병원의 특진비 받던 걸 전부 중단시킨 바도 있다.

    진짜 드리고 싶은 말은, 당 활동을 똑같이 오래했어도 처음부터 당의 대표선수로 시종일관 같은 위치에서 뛰었던 분보다 저처럼 당의 지역조직에서 활동하고 당 활동에 다양한 영역을 고민했던 사람이 당원과 당 활동가들의 잠재력과 열의를 끌어내야 하는 이번 대선에 어울리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레디앙> : 지역운동 성공사례인 방사능 안전급식 주민발의 제정운동, 신종플루 특진비 반환운동 모두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에도 현실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었나.

    강상구 : 있었다. 어느 시민단체 한 분이 안 될 거라고 했었다. 그 쪽에선 다른 스타일의 조례를 추진하고 있었다. 저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했던 건 아니고 ‘구로에서 하는 건 구에서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요구다.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안될 걸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 쪽은 현실을 고려해서 방사능 검사를 하고 급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조례안을 만들어서 어느 지역에서 통과되긴 했다.

    우리는 그들이 말도 안 된다고 했던 구에서 직접 예산을 대고 검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전적으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줬기 때문이다. 물론 한겨울에 3개월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활동가들이 서명을 받았다. 주민발의운동은 주민번호까지 적어야 해서 쉽게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당시 만 명 가까운 분들이 서명을 해줬고 실제로 구의회에서도 부결 움직임이 강했는데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할 때 지역 주민들이 가서 참관하고 지속적으로 구청과 구의회에 주민들이 압력을 넣으면서 통과됐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현가능성은 정책의 구체성, 재원조달 방안이 있느냐보다 그 정책을 관철하려고 하는 국민들의 뜻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실현 가능성의 기준은 바로 그거다. 앞서 말한 게 30년간에 습관이라면, 제가 지금 말한 건 지금부터 30년 동안 형성돼야 할 새로운, 항쟁의 시기에 걸맞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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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선, 정의당 독자존립 이유를 입증해야…
    선거연합 없고, 공동정부 문간방에 들어가지 않을 것”

    <레디앙> : 심상정 후보는 ‘방법에 따라’라는 전제를 달긴 했는데 야권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떤 입장인가?

    강상구 : 저는 이번 선거에 핵심 목표는 정의당이 다른 야당과는 다른, 분명히 다른 종류의 당이라는 건 국민적으로 각인하는 것, 그리고 의미 있는 득표를 얻고 그 힘으로 내년 지방선거, 총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당 정부를 견제하는 선명한 비판 야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연합을 구걸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이 따로 있다. 국민들 대부분이 당연히 정권교체를 염원하지만, 국민들이 정의당에 바라는 것은 오로지 정권교체인가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

    우리는 정권교체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야당교체다. 이번 촛불항쟁 이후 3~4년이 야당 교체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야당 교체를 하지 않으면 민주당 정부 하에서 새누리당 혹은 새누리당 출신 당이 야당을 할 거다. 그건 정말 비극이다. 그리고 현재는 다당제인 것 같지만 변화된 양당제다. 정의당은 양당체제 극복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사명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정의당의 독자존립의 이유를 입증해야 하는 대선이다. 선거연합 검토하지 않을 것이고 공동정부의 문간방에 들어갈 생각하지 않겠다.

    “새로운 진보정치인 양성,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레디앙> : 끝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강상구 : 우리는 중요하고 급한 일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가운데 중요하면서 급한 일을 먼저 한다. 그렇다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뭘까. 책읽기, 운동하기가 그렇다. 올해는 꼭 운동해야지, 중요한 거 알지만 급하지 않으니까 다음 주부터 하자, 그러다가 세월은 흐르고 돌이켜보면 10, 20년 동안 운동한 적이 없어서 한방에 훅 간다.

    한국정치에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취급된 게 진보정당을 키우는 일이다. 진보정치에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취급된 게 새로운 정치인의 성장이다. “강상구가 신진정치인인데 이번 대선 중요하니 이번 한 번만 유력 후보 내세우고 다음부터 후보 키우자” 이게 그동안 한국정치에서 진보정치가 당했던 일이다. 그 결과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진보정치가 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한 현실로 이어졌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최소한의 복지국가와도 멀어졌다.

    같은 의미에서 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일, 정의당의 새로운 정치인을 키우는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성격의 일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최고의 선거전략은, 강상구를 대선 후보로 만드는 것이다. 저와 함께 정의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도 분명히하고 우리 나아갈 길도 명확히 했으면 한다. 그리고 수구정당 청산 진보정당 대도약이라고 하는 향후 몇 년의 과제에 모든 분들께서 저와 함께 진취적으로 돌진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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