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민중단일후보·선거연합정당 방침 부결
    정치전략 부결 후 유회....올해 사업계획 등 못 다뤄
        2017년 02월 08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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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7일 대의원대회에서 선거연합정당 건설과 민중단일후보 전술을 골자로 하는 정치전략 안건이 부결됐다. 이와 관련해 5개의 수정안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논의가 있었으나 수정안도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하고 폐기됐다. 안건 부결 이후엔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가 유회되면서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심의 등의 안건들은 다뤄지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등촌동 KBS 아레나홀에서 64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대의원대회에는 재적인원수 1006명 중 726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 안건은 ▲2016년 사업평가 및 결산승인 ▲정치전략 ▲대선투쟁 사업계획의 건 ▲조직혁신전략 ▲2017년 사업 계획 및 예산 심의 ▲대선투쟁 특별기금 부과금 결의 건 등 모두 10개였다.

    이 가운데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정치전략과 대선투쟁 사업계획의 건이다. 서로 다른 안건으로 분류됐지만 정치전략 안건에 대선 방침이 포함돼있어 사실상 하나의 안건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구성된 민주노총 내 정치현장특위가 3개월 간 논의해 제출된 안이 이날 대대에 원안으로 올라왔다.

    정치전략 원안에는 ⓵노동자계급의 단결 원칙 하에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조합원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 ⓶2017년 대선에 대응하여 민중단일후보 전술을 채택, 대선실천단을 구성 ⓷2017년 대선투쟁을 통해 진보 정치세력화의 외연 확대와 연대 강화의 성과를 중심으로 2018년 지방자치단체선거 전에 제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선거연합정당 추진 ⓸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농민-빈민 등 대중조직과 함께 추진 ⓹선거연합정당을 위한 노동자 추진위원회 등 모두 5개의 조항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이견이 컸던 조항은 ②조항의 대선방침과 관련한 ‘민중단일후보 전술’과 ⓷조항의 진보정당을 하나로 묶는 ‘선거연합정당’이었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주도하는’이라는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대중조직 성격상 직접적으로 선거를 주도하는 것은 맞지 않는데다가,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민주노총이 지게 될 경우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쟁점이 된 만큼 회순변경에 관한 수정발의안도 나왔다. 정치전략과 대선방침 안건을 뒤로 미루고 2017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 안건 등을 우선 처리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올해 사업계획 안에 정치전략과 대선방침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정치방침이 정해지기 전에 사업계획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이 수정발의안은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정치전략 원안에 대한 설명이 이후엔 대의원들은 앞 다퉈 질의를 요청했다. 원안은 정치현장특위에서 내용을 만들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안이다. 중앙위원회에서 찬반 격론이 있었지만 원안대로 대대에 제출됐다. 그러나 원안에 대한 비현실성과 논의 부족을 지적이 상당했다. 반면 현장 조합원들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나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왔고, 일각에선 원안엔 ‘대선 전 창당’이라는 문구가 없어서 원안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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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원대회 의장단 모습(사진=유하라)

    ‘선거연합정당’, ‘민중단일후보’ 폐기를 중심으로 5개의 수정안 발의

    논쟁이 뜨거웠던 만큼 발의된 수정안도 5개나 됐다. 각각의 수정안에 일일이 찬반토론을 하고 표결을 거쳐 과반을 넘지 못하면 부결하고 다음 수정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찬반토론을 요청하는 대의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회의 의장을 맡은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자 수를 제한하면서 5개의 수정안은 약 3시간 정도의 토론만 거친 채 모두 부결됐다.

    첫 번째로 논의된 수정안은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김정한 대의원이 발의한 ‘노동자계급의 단결 원칙 하에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조합원이 중심에 서는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 추진’이라는 ⓵조항만 살리고 나머지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이었다.

    수정발의안에 찬성하는 대의원 2명은 대체로 원안을 폐기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안이라서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한 대의원은 “다수가 함께 의견을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일정에 쫓겨 정치전략을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선에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정하지 못해도 10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짤 수 있다면 그 안에 동의한다. 원안의 내용과 방식 모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수정발의안에 반대하는 대의원은 “원안이 부족하더라도 향후 단결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원안이 아닌 다른 수정안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수정발의안은 표결 재석 611명에 찬성률 40.8%로 부결됐다.

    두 번째로 논의된 수정안발의안은 ⓵조항의 ‘민주노총 주도하에’라는 문구와 나머지 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안이다. 대신 기존 진보정당들의 합의를 통해 대선에 진보 후보 단일화를 하고 이 과정에 민주노총이 일정한 역할을 하자는 취지의 대안이 제시됐다. 선거연합정당 등 정치방침은 하반기 대대까지 결정을 유보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의했다.

    찬성발언에 나선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대대 오기 전에 각 정당 핵심 단위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민주노총이 이런 정치방침을 정해도 정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1년 5개월이나 남은 지자체 선거를 선거연합정당으로 대응한다는 것도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방안이다.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정발의안이 제안한 게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으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정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교육국장은 “현장 조합원들은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고 간부에게 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입장 정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당 건설 방침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다음 논의가 될 수 있다. 현실적이라고 하지만 다음 대안을 논의하지 않는 수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고 평가받은 이 수정발의안은 재석 613명, 찬성비율 48.9%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세 번째 논의한 수정발의안은 선거연합정당 대신 기존 진보정당과 노농빈 대중조직을 포괄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안을 골자로 한다. 대선방침인 민중단일후보 전술은 유지했다.

    이승민 대구지역 일반노조 위원장은 “정치전략 방침을 명확하게 창당이라는 목표치를 정하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전략을 이 당에서 풀어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대는 단순히 대선에 앞선 정치전략이 아닌 민주노총이 정치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방침의 확정하는 것”이라며, 이 안에 찬성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이장우 대의원은 “민주노총 내 정파관계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민주노총 주도로 기존 진보정당을 합치게 되면 진보정당의 분열상이 민주노총 안 분열은 더 심화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해당 수정발의안은 가장 적은 찬성표(재석 610명, 찬성비율 6.4%) 부결됐다.

    네 번째 수정발의안은 ‘선거연합정당’에 관한 구상인 ⓷, ⓹조항을 모두 삭제하되 대선방침인 ‘민중단일후보’는 그대로 살리는 내용이다.

    찬성 입장의 한 대의원은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이다. 대중조직은 당 건설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민주노동당을 통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이 만든 당을 만들면 돈을 내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민주노총 당의 노선, 정책,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패권적으로 당 지지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곽승용 학교비정규직 조직실장은 “정당을 건설하지 않는 정치세력화 허구”라며 “87년 이후 첫 기회다. 지난 진보정당 운동 과정에 오류와 한계 많았지만 그래서 정당 안할 건가, 우리 의지와 요구를 실현하지 말자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수정안에 반대했다.

    이 수정발의안 역시 재석 606명, 찬성비율 37.5%로 폐기됐다.

    마지막 수정발의안은 대선방침에 해당하는 ‘민중단일후보’ 구상을 삭제하는 안이었다. 대신 논란이 된 ‘선거연합정당’ 구상 조항은 그대로 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용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감사위원이 발의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피케이밸브지회 소속 허태혁 대의원은 “지지해야 할 후보가 보수정당의 어떤 사람이라는 현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수정안에 찬성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전농은 만장일치로 정당 창당을 결의했는데 민주노총은 이번에도 결의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당을 만들고, 안되면 창준위라도 만들어야 한다. 이것도 못 받으면 민주노총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 수정발의안엔 ‘대선 전 창당’이라는 문구 없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중단일후보 전술을 삭제하는 이 수정발의안은 재석 583명에 찬성비율 6.8%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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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안, 일부 수정안보다 적은 찬성표로 부결

    5개의 수정발의안이 모두 부결되고 원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표결 전 백석근 민주노총 정치현장특위 위원장은 “원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무산된다. 단결된 모습으로, 만장일치로 정치방침안을 확정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표결 결과도 재석 601명에 찬성비율 35.1%이라는 일부 수정안보다도 낮은 찬성비율로 폐기됐다. 선거연합정당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안들은 모두 40%를 넘기는 찬성표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대의원들이 ‘선거연합정당’ 조항을 정치전략안의 최대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대 장소엔 선거연합정당에 반대하는 취지의 변혁당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선거연합정당에 포함될 정당들도 이 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안이 비현실적이라는 대의원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우리 내에 여러 개의 진보정당에 참여하고 있고 의견도 다르기 때문에 이 원안은 현장에서 집행되기 어렵다”며 “이 원안은 표결을 거쳐도 통과되기 어려울 것 같고 더 이상 수정동의안을 낼 수도 없으니 의장이 조율을 해서 수정동의안 중에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진기영 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찬성 견해도 있었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으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뜻이라는 이유에서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은 “감옥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은 본인도 정치에 관심 없었다고 했으나 이젠 안 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제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노동자가 뭉치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이미 2010년, 2012년 선거로 확인했다. 원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치전략에 관한 원안과 수정안이 모두 부결된 이후 대의원들은 속속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학비노조 소속 대의원이 정족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이 나왔고 확인 결과 정족수 미달(재석인원 464명/과반 504명)로 대대 자체가 유회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대에서 올해 투쟁방침조차도 정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원안 찬반 의견과는 별개로 정치방침도 정하지 못하는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결국 지도부 총사퇴로 귀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아직 지도부의 거취까지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지만, 향후 어떤 방법으로든 지도부의 책임론은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빠른 시일 내에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임시 대대에선 정족수 미달로 논의하지 못한 대선방침과 올해 투쟁계획 등에 관한 안건을 다루게 된다.

    쟁점이 된 대선방침에 관해선 원안이 올라올지, 수정안이 상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남정수 대변인이 “대선방침은 기존안과 전혀 다른 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민중단일후보 전술의 원안이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전략안에서 폐기된 민중단일후보 전술이 포함된 원안이 그대로 임시 대대에서 상정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원안이 그대로 올라올 경우 정족수 미달로 임시 대대가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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