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경선, 대세냐 이변이냐
    강 “연대·평등 리더십” 심 “내가 정의당 존재이유”
        2017년 02월 06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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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대통령 경선 후보들이 4일 당원 간담회를 열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후보에게 묻는다-정의당 이그나이트 2017’를 개최했다. 이그나이트 방식의 당원간담회는 각 후보가 당원 앞에서 비전과 공약, 대선전략 등 3가지 주제별로 20장의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각각 5분씩 유세를 펼치는 방식이다. 사회는 대선기획단장인 이정미 의원이 맡았다.

    대세냐, 이변이냐
    강 “연대와 평등의 리더십” 심 “내가 정의당의 존재이유”

    이번 정의당 경선은 ‘대세’와 ‘이변’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된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당 내 입지와 인지도, 당 장악력을 강조하며 ‘대세’임을 강조했고, 강상구 후보는 10여 년의 당직생활을 바탕으로 한 연대와 평등의 새로운 리더십을 부각하며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변’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강상구 후보는 지역 활동가들이 당의 진짜 영웅이라며 ‘연대의 리더십’을 통해 당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진보정치의 성과는 비록 몇몇 정치인에게 돌아갔지만 그 성과는 모두 이름 없는 수많은 활동가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진 것”이라며 “지금도 정의당은 그 숱한 냉소 속에서도 지역과 부문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들이 정의당의 진짜 스타플레이어이자, 영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 홀로 빛나는 사람은 선도하는 리더십일 수 있어도 당의 진짜 영웅들과 함께 하는 리더십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심상정은 보이는데 정의당은 안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처럼 심상정 후보의 독단적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처음부터 스타플레이어로 독주한 사람보다 지금까지 우리 당의 진짜 영웅들과 함께 해왔던 리더십이 당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혼자 앞서가는 리더십이 아니라 평등과 연대의 리더십으로 서겠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는 당원들이 정의당에 입당한 이유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 “정의당의 존재 이유는 심상정”이라고 자신했다. 당내 인지도와 입지를 강조하며 자신이 대세임을 부각한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왜 정의당 하니?’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나를 소개하는 핵심적 열쇠라고 생각한다”며 “약자들의 정당, 옳은 일이면 끝까지 싸워주는 정당, 사회 가장 밑바닥의 절박한 분들 대변하기 위해 오늘의 정의당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만 동지들, 절박한 시민들의 마지막 보루, 민심의 대변자로 이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창원에 24살 전기수리공 노동자는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이 나아질까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답하는 정당이 우리 정의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가겠다”며 “심상정의 다른 이름은 정의당, 정의당의 다른 이름은 심상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그나이트

    정의당 대선후보 당원간담회(사진=정의당)

    심상정 “불평등을 정조준, 노동 있는 민주주의”
    강상구 “촛불의 이상을 현실로, 정의당의 좌클릭”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을 통한 후보의 비전과 공약에 대한 소개가 두 번째 주제로 던져졌다. 두 후보 모두 정권교체가 정의당을 비롯한 야권의 책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심상정 후보는 다른 야당과의 차별성보단 강한 집행의지를 드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강상구 후보는 진보정당의 언어를 끄집어내 더 선명한 야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는 “평범한 국민들의 소박한 꿈은 불평등 문제를 정조준할 때만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는 그의 대선 슬로건이기도 하다.

    심상정 후보는 “정치가 내 삶에, 일터에, 가족에게, 미래의 변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촛불시민들의 열망이다. 이 소박한 바람에 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헌법 밖에 내쳐진 노동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말했다.

    ▲국가가 체불임금 받아주는 시스템 ▲아빠 육아휴직 보장 ▲애국 열정페이 금지 ▲월급 300만 원 시대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 등이 심상정 후보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구상하기 위한 대표 공약들로 소개됐다.

    심 후보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정치변화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정의당의 활로를 열겠다”며 “우리 사회는 진보정당이 더 강해져야 한다. 정의당이 강해지는 것, 그것이 강한 대한민국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상구 후보는 “촛불의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정의당의 좌클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촛불민심이 30년 만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그 실현 가능의 폭도 넓어졌다”며 “이제 30년 동안 하지 못한 생각을 할 때가 왔다. 정치가 국민의 요구에 복무해 이상을 현실로 만들 때가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강상구 후보는 “스페인 포데모스 30대 당수, 미국의 70대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반대파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 세계적으로 이제 애매한 것들은 설 자리 잃고 있다”며 “우리도 애매함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촛불을 선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의당의 좌클릭”이라며 “진보정당답게 말하고, 움직여야 한다. 좌클릭을 통해 촛불의 버킷리스트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소비자·하청업체로 구성된 사회이사제도 도입 ▲국회 산하 산업혁신위원회를 통한 기간산업 통제 ▲서울대 폐지를 넘어 국공립네트워크인 대학연합 구성 ▲주택공개념 도입 ▲연 5조원의 상속·증여세 20대 청년에 나눠주는 사회상속제 도입 ▲한미동맹 재검토 ▲고소득노동자 임금인상분 50% 실업수당으로 적립 등은 그가 제시한 ‘좌클릭 9대 정책’이다.

    강상구 후보는 “정의당의 변화 없이는 대한민국 변화도 없다”며 “9대 정책들로 촛불의 이상,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그들의 대선전략
    강 “흩어진 진보정당 지지층 결집, 좌클릭 비전으로 전체 대선판을 왼쪽으로”
    심 “‘샤이 심상정’ 지지로 두자리 지지율 확보, 연정과 완주 모두 실현”

    강상구 후보는 뿔뿔이 흩어진 기존 진보정당 지지층을 하나로 모아 대선국면에 좌클릭 비전을 쟁점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보수야당과의 연대가 아닌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과도 연결된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개인의 경쟁력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이른바 ‘샤이 심상정’표를 결집시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대선판의 ‘독립변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강상구 후보는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의 성장은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로 취급됐다. 언제나 거악을 막는 게 급해 퇴장을 요구받았고 언제나 주인공은 잘한 것 없는 거대야당이었다”며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은 독자적인 노력을 할수록 정권교체에 방해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정의당만이 할 수 있는 우리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을 발판 삼아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정의당을 미덥지 않게 생각했던 진보정당 지지층 모두 돌아오게 하겠다”면서 “정의당의 좌클릭 비전으로 기성 후보를 압박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40대 후보의 거침없는 진취성은 대선판을 왼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그는 “선거연합에 구걸 않겠다. 대선은 당당한 도전만으로 성과를 내고 당이 성장한 사례가 있다”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차기 정부에서도 선명야당을 할 각오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선전하고 3년 동안 수구정치를 청산해 진보정당의 극적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지방선거과 총선을 통해 이후 30년의 정치판 다시 짜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좌클릭 정의당, 정의당의 강상구를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 것이 정의당의 최선의 대선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후보 개인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두 자리수 지지율을 확보,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개혁 연합정치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어떤 정권교체가 될 것이냐가 이번 대선의 핵심이다. 해볼 만한 선거”라며 “심상정을 지지하던 분들은 숨기지 말고 과감히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이른바 ‘샤이 심상정’표를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차기 정권에서 촛불이 원하는 과감한 개혁을 하려면 연합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촛불이 원하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 개혁 연립정부를 만드는 방법은 결선투표제를 통한 정권교체 연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우리의 힘으로 가능하다. 두 자리 수 지지율을 확보하면 더 강력한 진보야당 정의당이 정권을 견제하고 차기 대안세력으로 입지를 공공히 할 수 있다”며 “연정과 완주의 꿈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완주 여부를 묻는 질문들을 겨냥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의당의 힘과 역할의 크기, 차기정부를 더 개혁적인 정부 선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당원이 뭉쳐야만 지지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믿을 때”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는 “3만 3천 당원에게 묻는다. 왜 진보정치의 험난한 여정에 함께 하기로 했나. 그 답이 바로 정의당의 대선 전략”이라며 “당원과 함께 끝없이 울창한 보수정치의 숲을 뚫고 정치생태계를 바꾸겠다”고도 했다.

    진보정당을 시작으로 확산된 기본소득제도
    강 “사회복지제도 강화 고민 늦춰서 안 된다”… 심 “제한적 기본소득 필요”

    3개 주제로 한 발표가 끝난 후 당원들의 키워드 질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제’, ‘지지율’과 같은 키워드를 당원들이 적어서 제시하면 후보들이 이에 대해 답하는 형식이다.

    정책과 지지율 문제 등에 관해선 두 후보 모두 유사한 답변을 했지만, 국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에 대해선 다소 입장 차이를 보였다.

    강상구 후보는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먹고살만한 최소한의 돈을 지급하는 것인데, 지금 국내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는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이재명 성남시장도 한 달에 얼마(30만원) 주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그 액수도 크지가 않다. 이게 기본소득 취지에 맞냐고 하면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에 있었던 사회복지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로 남는다”며 “기본소득제도는 기존에 의료보험제도 같은 공적 사회복지제도를 다 정리하고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기존에 사회적 복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이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해야 하지만 기존에 공공복지를 강화하는 고민을 늦춰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다. 출마선언문을 통해 제한적 기본소득제도를 대선 공약으로도 내걸었다. 최근 정치권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런 대세를 따라 당에서도 책임 있는 구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소득의 방향과 구상, 그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선 아직까지 정치권에서 책임 있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복지국가로 가는 목표의 대안으로서 상당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시장 밖의 노동에 대해서 사회와 정부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으로 단계적인, 제한적인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어르신, 청년, 농민, 장애인, 문화예술인 등 시장에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없거나 열심히 일해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분야를 기본소득 적용의 1단계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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