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출마 선언하며
    남 탓하기만 하는 반기문
    "혹독한 검증, 국가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무거운 책임"
        2017년 02월 01일 04: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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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력 차기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정치권에 실망했다”며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 실종됐다”는 이유로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출마 결심의 진짜 이유는 지지율 추락과 함께, 기존 정당에서 반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거부한 것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대선행보에 온갖 구설이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 이 날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양강구도도 붕괴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반기문 캠프 내에서도 일찍이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0일 정두언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반기문 캠프 사람들도 반 전 총장대선은 ‘종 쳤다’는 데에 동감하더라”며 “돈이 없어서 정당 들어간다고 했을 때 (캠프 내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전한 바 있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야권은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불출마 배경으로 밝힌 데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 전 총장 스스로의 미숙함으로 지지율 하락과 입당문제가 불거진 탓을 기성정치권에 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귀국 후 대선 행보에서 온갖 구설에 휘말리거나 친인척 비리 의혹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면서 반 전 총장은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반 전 총장이 기성 정치권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에 대해 “귀국 후 국가발전 대계나 국민을 사랑하는 뜨거운 메시지가 없어서 사랑받지 못했고 정치권도 국민의 마음을 읽어 선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가경영에 대해 전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통령 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것이 국민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 또한 “본인에게도 3주의 짧은 정치경험이 실망스럽겠지만,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고 대변인은 반 전 총장 자신을 둘러싼 온갖 구설을 ‘음해’라고 표현한 데에 대해선 “본인이 스스로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자처했고, 그 과정이 혹독함은 국가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무거운 책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기문 전 총장은 정치 교체를 주창했지만, 민심은 적폐 청산과 정권 교체에 있음을 확인했다”고며 “비록 큰 뜻을 접었지만 앞으로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봉직하며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기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반기문 전 총장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10년에 걸친 노고를 우리 국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 안보 분야의 원로로서 대한민국에 큰 보탬과 가르침을 주는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영입을 위한 끈을 놓지 않았던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반기문 전 총장께서 불출마 이유로 지적한 잘못된 정치 풍토는 우리 정치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김명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은 그 분이 쌓아온 국제외교에서의 높은 경륜이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했고, 그 일에 우리 당이 어떻게 협력할까를 모색하던 중이었다”면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성원 대변인 역시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로 우리의 큰 자산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책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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