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노조 동의 없이 강행
    성과연봉제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
    철도노조 등 공공부분의 강경한 파업투쟁 영향 미쳐
        2017년 02월 01일 11: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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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강행된 성과연봉제의 효력을 중지하라고 밝혔다.

    대전지법 민사21부(재판장 문보경)는 31일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보수규정 및 시행세칙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보수규정 및 시행세칙의 효력을 본안 소송까지 성과연봉제 효력은 정지된다.

    지난해 금융노조 등 다른 공공노조들이 성과연봉제 관련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기관들의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제의 내용과 절차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하고,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노조의 문제제기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철도공사는 지난해 5월,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바꿨다. 성과연봉제는 성과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측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좌우하는 이 제도를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을 통해 ‘날치기’ 처리했다.

    노조는 누군가는 저성과자가 될 수밖에 없는 성과연봉제의 특성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노사 합의로 도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사측은 성과연봉제가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등은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제, 이른바 ‘쉬운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정치권 일부에선 “악법 중에 악법”이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철도

    철도노조 등 공공부문 총파업 집회 모습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반발하며 사상 최장기인 74일간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이미 이사회 의결을 마친 사안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다툴 문제이지, 파업의 대상이 아니라며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성과연봉제는 일정대로 강행했다.

    노조는 이후 공사를 상대로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반한다”며 취업규칙 중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을 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관련 쟁점들에 모두 철도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부 근로자들의 임금 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체계 자체에 본질적인 변경을 가지고 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의 경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가 내용적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사는 그간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절차적으로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위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고, 철도노조의 단체협약도 임금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사항으로 정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을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근로자들이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상 채무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 사건 취업규칙에 관하여 채권자 조합의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취업규칙의 적용 시점이 늦추어지는 기간 동안 노조와 공사는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성실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그러한 여유로 인해 노조에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며, 노사교섭 대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한 철도노조 대변인은 “철도 조합원들의 유례없는 74일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고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박근혜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제동이 걸리고 이후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공공기관 노조가 74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투쟁하기란 쉽지 않다. 노조의 파업이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재판부는 이날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의 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도 비슷한 논리로 인용을 결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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