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떨어진 명절 폭탄
재벌·관료·보수정치 연합의 반격
[기고]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 지속하려는 세력들
    2017년 01월 27일 0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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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매년 지급되던 명절 상여금이 올해는 지급되지 않았다. 공단이 작년 이사회에서 일방 통과시킨 성과연봉제 규정을 적용하여 명절 상여금을 폐지하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뿐 아니라 작년 성과연봉제가 일방적으로 도입된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은 명절을 앞두고 선물은커녕 ‘성과연봉제 강행 실시’라는 폭탄을 받았다.

작년 우리 사회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으로 인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97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 총파업이 있었고, 철도노조는 74일이나 파업을 했다. 국민 대다수가 공공기관 파업을 지지했고, 새누리당을 제외한 정당, 시민사회 모두 정부에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해가 넘어갔다. 일방 도입의 불법성에 대한 형사 고발 수사, 취업규칙의 효력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나 결론은 올해 말에 가서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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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규탄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사진=곽노충)

적폐 정책 고수하는 부역 관료

성과연봉제는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의 대표적인 적폐다.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소위 ‘노동개혁’ 정책이 재벌의 청부 정책이었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모금과 연관성이 깊다. 촛불 민심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박근혜 정부의 6대 적폐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까지 당한 마당에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부라면 최소한 정책 시행을 유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을 비롯한 박근혜 체제를 유지해왔던 핵심 부역 관료들은 반성은커녕 박근혜 표 나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노동부가 가장 강경하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각 기관에 지침을 내려 보내 1월 1일부터 제도 시행을 압박하고, 만약 계획대로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경우 임금을 동결하고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협박했다. 노동부도 노동4법의 국회 통과와 함께 성과연봉제에 대한 지원 사격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부가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고,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의 시행을 1년 미룬 것과 대비된다.

성과여봉제 강행은 국민 피해로 돌아가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를 실시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성과연봉제는 평가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인데, 평가 기준도 없고 평가 결과도 없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기관에서 실제 임금에 평가 결과를 적용하는 시기는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임의로 임금을 지급하되 나중에 정산하면 된다는 식이다. 정산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미 받은 임금을 토해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작년 성과연봉제를 일방 도입한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해 중으로는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실질적인 성과연봉의 지급 시점이 하반기라면 1심 판결 이후로 제도 시행을 미뤄도 실질적인 시행 시점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이 무효라는 결정이 나오면 다시 원래 임금체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즉각 시행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편익은 없다. 반면 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 비용과 노력의 낭비만 크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공공서비스의 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지 못해 국민 피해가 예상된다. 지금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신년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마음이 불안한데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서비스 제공자의 불안은 서비스 수혜자, 즉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제도 도입이 되지 않으면 올해 인건비 인상분을 회수하는 등 페널티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이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다면 마땅히 기관에 불법 행위를 강압하고 공공기관 노동자와 국민에게 피해를 끼친 기획재정부 역시 심판을 받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성과연봉제 도입 불법 판결이 나오면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니, 이는 사법부의 판단에 불복하여 힘으로 정책을 관철시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법치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태다.

국정농단 행동대장-기획재정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법치 질서를 파괴하는 기획재정부의 횡포는 박근혜-최순실 정권의 국정농단의 지속이다.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정농단의 행동대장 역할을 해 왔다.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뒤집고 기존의 친재벌 경제정책의 고수를 주도했고, 재벌이 청부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앞장서서 추진했다. 최순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1조 4천억 원의 예산을 승인하였으며 관련 예산 협의 과정에서 증액을 주도하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공공기관을 잘 관리하라고 했더니 국민연금의 삼성 특혜, 문화예술기관의 블랙리스트 탄압 등 공공기관을 재벌과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경제정책, 예산, 조세 등 정부의 핵심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공룡 부처 기획재정부가 신자유주의와 재무적 효율성에만 몰두하여 공공성과 시민안전, 민주주의를 내버린 결과는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절규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핵심 관료는 촛불 항쟁으로 터져 나온 민심을 수용하여 반성하고 변화를 꾀하기는커녕, 구 체제를 지키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지속하기 위한 보수 세력의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누가 반격을 하고 있는가? 경제불황기 노동유연화를 극대화시키고 싶어 하는 재벌, 재벌의 지원을 받으며 그들의 이익에 충실해 봉사해 온 부역 관료, 그리고 이들과 협력해 온 보수 정치권의 연합이다.

촛불 항쟁 시즌 2가 시작되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도 작년 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 2017년 공공기관 성과퇴출제 등 박근혜 적폐의 청산과 함께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여 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관으로 바로 세우는 공공대개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시 되돌아 갈 것인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멀리 가자.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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