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행적 점입가경,
    자유총연맹 '박수부대' 동원 드러나
    검찰, 작년 어버이연합 동원 사건 흐지부지 덮었는데
        2017년 01월 25일 0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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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보수단체 회원들을 ‘박수 부대’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당시 시정연설에서 노동개악 법안 국회 처리와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25일 <뉴시스>가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실 행정관과 한국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 A씨가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허 행정관은 2015년 10월 21일 오후 12시 13분 A씨에게 “2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본회의장) 시정연설. 경호 문제로 방청자 필요한 인적사항은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씨는 “관련 건에 대해 조직본부에 조치토록 지시했고 인적사항 등에 대해서는 내일 중으로 완료시키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허 행정관은 다시 “신원확인 등 사전조치가 필요하다. 내일 오전 중으로 명단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을 추가 전달했다.

    허 행정관이 문자메시지에서 언급한 ‘(10월) 27일 오전 10시’는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이 있던 시점이다.

    박

    10월 27일 시정연설을 마친 후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 지나는 박근혜 대통령 모습

    <뉴시스>는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허 행정관과 주고받은 A씨의 말을 인용해 “그쪽(청와대 지칭)에서 방청자 인적 사항을 보내달라고 먼저 전화가 와서 연락처를 이메일로 따로 보냈다”고 했다.

    특히 A씨는 “청와대에선 100명 이상 참석해달라고 했는데 자유총연맹 사람들이 잘 안 가려고 해서 80여명 정도가 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우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등) 그런 걸 하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연설에 보수단체를 박수 부대로 활용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의 정당성을 주장했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노동개악 법안과 한중 FTA 비준 등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이동섭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70년대 군부독재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대통령 행사 박수부대 동원을 지금 다시 볼 수 있을 줄은 대한민국 어떤 국민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참에 자유총연맹 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에도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작년 4월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동원사건을 흐지부지 덮어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보수단체에 지시해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여론을 전방위적으로 누르려했다는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앞서 허현준 행정관이 ‘2차 전투 준비’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 세월호 특조위 반대를 위한 맞불집회를 열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자유총연맹 측 인사에 보낸 사실이 공개됐었다.

    특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2012년 초 보수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보수단체한테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일부 보수단체에 돈을 대줬고, 실제로 돈을 받은 보수단체들은 정부방침을 옹호하는 집회뿐 아니라, 최근 탄핵반대 집회까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돈을 무기로 관제데모 지시하는 등의 정황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야권은 관변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 등 관련 법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관변단체는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원·육성되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국민을 통제하고 계도하겠다는 발상으로 설립된 단체”이라며 “올해로 87년 민주항쟁 30주년을 맞는 해다. 관변단체가 왜 존재해야 하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국가재정으로 관변단체의 운영을 지원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을 대표적 관변단체로 지목하며 이들 중 3대 관변단체에 지원된 예산은 2015년 기준 216억 4천만 원으로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손아귀에 있는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사건이 불거진 것도 불과 지난해 일이 아닌가. 정부로서는 뒤탈을 우려해 관변단체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라며 “관변단체의 존재와 국가재정을 통한 운영비 지원, 늦었지만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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