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구속영장 청구
"결코 끝 아니다. 범죄수익 환수해야"
몸으로 때워도 재산·부 승계 안 되게 만드는 게 필요
    2017년 01월 17일 09:54 오후

Print Friendly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사상 유례없는 부정부패 사태가 일단락 정리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향후 똑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와 ‘검은 거래’를 통해 삼성, 현대, 롯데, SK 등 재벌총수들과 최순실 씨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범죄 수익을 모두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몰수추징제도 개선’과 ‘민사몰수특례제도 도입’ 등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하다.

금속노조,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종오 무소속 의원이 주최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농단 재벌도 공범이다! 불법재산 환수! 재벌총수 구속, 전경련 완전 해체’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재벌총수 구속 관련 토론회(사진=유하라)

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 발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해 거론하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박근혜 게이트’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범죄수익환수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고 방안으로는 ▲형사처벌 없이도 범죄수익 환수가 가능한 민사몰수제도 도입 ▲범죄수익만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기관 설립 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선 몰수추징제도 자체가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법원에서 판결하고 회수되는 정도가 2~3%정도에 불과하다”며 “범죄수익 환수 자체를 중요한 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환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여론이 관심을 갖지만 재판과 추징 단계까지 가면 잊힌다. 그러면 검찰이 열의를 보이지 않고 범죄수익환수 기능이 확 떨어진다”며 “몰수추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논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이유로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않으면 중대한 범죄 저지르고 싶게 된다”며 “징역 10년을 사는 대신 10조를 벌 수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10년 중형도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않으면 범죄 제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몸으로 때우면 내 딸에게 많은 재산 물려줄 수 있다는 결의는 최순실에게도 보인다”면서 “만약 범죄 수익이 확실히 환수된다면 그렇게 범죄 저지르기 힘들다”고 했다. 이 제도로 사후적 처벌과 함께 범죄 예방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범죄수익환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에 환수할 돈은 상당하다.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흘러간 돈 외에도 회사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도 모두 환수대상이다. 국민연금공단이 내부적으로 결정했던 합병 비율로 하면 7440억 정도이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한 방법을 통한 합병으로 3조 7천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의 문제는 몰수·추징은 형사처벌을 받은 자에 한한다는 것이다. 혐의가 있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엔 재산을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나 그가 형사처벌 전 사망하면서 한 푼도 환수하지 못하게 됐다. 민사몰수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변호사는 “부패범죄는 권력이 관계된 경우가 많아 그 시대엔 처벌이 어렵다. 처벌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죽거나 해외로 도주한 상태다. 이런 부분 때문에 2003년도에 유엔부패방지협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기구(FATA) 등에서도 민사몰수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며 “민사몰수제도는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사처벌을 안해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 몰수·추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국으로 빼돌린 재산을 환수해 우리나라로 돌려줄 수 있었던 것도 미국에 민사몰수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재산만 별개로 환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제도는 2000년대부터 독일, 영국 등에 도입돼 있고 이미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말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특검이 검찰은 독일로 가서 비덱을 비롯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최순실이 자금세탁한 것을 추적해 환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그리고 당연히 다음정권에서 환수 절차 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보완·도입과 함께 범죄수익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기관도 필요하다. 대부분 범죄수익은 자기 명의가 아닌 주식, 펀드를 차명으로 해 빼돌리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이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자산환수청이 별도로 설립돼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검찰 내부 순환보직 형태의 공무원이 이를 집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환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 변호사는 “재벌개혁 방안 중 범죄수익환수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에야 말로 민사몰수제도를 포함한 체계적인 범죄수익환수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라며 “노동조합이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이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등 국가 환수 운동을 함께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