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이전 요구
윤병세, 일본 입장 대변
정의당 "가해자 일본 대변인 노릇 외교장관 필요없다, 사퇴하라"
    2017년 01월 13일 06: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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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부산 일본영사관앞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 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며 사실상 소녀상을 이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피해자 단체, 시민사회 등 국내여론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에 파문이 일고 있다.

윤병세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측에선 자기네 외교 공관 앞에 또 하나의 소녀상이 설치됨으로 인해 여러 이유 때문에 상당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장소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보다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녀상 문제에 이전·철거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도 후퇴한 것인데다, 나아가 한국 외교부 장관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영사기관의 위엄을 침해하는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 상처치유에 대한 합의 이행은 전혀 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도발에 대해선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는 정부가 오히려 국내 시민사회와 피해자단체에만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윤-소

윤병세 장관(왼쪽)과 소녀상

앞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관여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관련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해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등 전방위적으로 도발을 일삼는 상황에서도 별 다른 대응 없이 기존에 미온적인 태도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 이 또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윤 장관의 도 넘은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 정부에) 10억엔을 받으면서 이 문제를 돈의 문제로 전락시킨 것은 박근혜 정권 최대의 과오”라고 질타했고, 설훈 민주당 의원도 “합의안에 기록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대해 일본도 합의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것에 대해 한 마디 말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국민들에게만 ‘자제하라’고 하면 국민들이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원 의원의 질의엔 “외교 참사라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과거 한일관계를 모두 살펴보면 12·28 합의에서 받아낸 것 이상으로 받아낸 적이 있었나. 주어진 제약 하에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느 정도 위로해 드리고 상처를 치유한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주장했다. 설 의원의 비판엔 “합의 정신을 존중해 착실히 이행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3야당들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윤 장관의 발언에 아연실색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 장관의 발언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가 이익과 국민 권익을 수호해야할 외교부장관이 일본의 주장을 베낀 듯이 얘기하고 있으니, 윤병세 장관은 과연 어느 나라 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내용만 보면 영락없는 아베 총리의 말”이라며 “윤병세 장관은 아베 총리의 대변인인가, 아니면 아바타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우리 국민도 아닌 일본정부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외교장관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또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외교적 성과라고 자화자찬을 하는 윤 장관이 과연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가해자 일본의 대변인 노릇하는 외교장관은 필요 없다”며 “국민의 자존심과 할머니들의 상처에 칼질하는 윤 장관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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