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시민혁명 완성을 위해
노회찬, 부산서 특강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2017년 01월 13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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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7시 부산의 부산일보 강당에서 정의당 부산시당과 부산 공공노조협의회가 공동 주최하여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 특강이 있었다. 특강 내용을 녹취하여 정리한 글을 게재한다. 지금 한국 사회를 밝히고 있는 촛불저항의 의미와 시민의 과제를 명료하게 정리한 강연이라는 판단이다. 녹취 및 정리 내용은 이창우 정의당 부산시당 부설 정책연구소 준비위원장이 보내주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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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는 시민혁명,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심지에 불을 당긴 것이지만 87년 이후 30년간 쌓여온 불평등 구조라는 인화성 물질이 차곡착곡 쌓여왔기 때문이다.”

“검찰 이렇게 제대로 수사하는 건 처음 봐. 갑자기 착하게 바뀐 게 아니라 국민이 무섭기 때문. 경찰, 검찰, 법원, 보수정당은 바뀌지 않아. 바뀐 것은 국민. 아직까지는 국민을 무서워하고 있어. 따라서 지금이 개혁 적기다.”

“87년 헌법 119조2항이 규정한 ‘경제 민주화’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30년 적폐 쌓여.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는 ‘힘’이 필요. 그 힘은 정당이고, 또 다른 힘은 ‘노동조합’이다.”

10조 자산을 갖고도 고작 16억 세금만 냈던 삼성 이재용이 오늘 특검에 출두했고 나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반기문은 귀국해 나라를 위해 자신을 불사르겠다고 했다. 반기문은 촛불부터 들어야 한다.

부산에 와 소녀상을 먼저 찾았다. 소녀상을 세워줘서 고맙다. 부산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부터 촛불항쟁 중간평가와 최근 상황 진단, 그리고 앞으로 방향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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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원내대표 특강 모습(사진=정의당)

최악의 대통령과 최고의 국민이 만든 상황

최근 변화는 최악의 대통령과 최고의 국민이 만든 상황이다. 나는 이것을 시민혁명이라고 부른다. 집회 시위를 뛰어넘는 혁명이다. 단순히 많이 모였다는 것만이 아니다. 변화의 소용돌이의 크기와 깊이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 30년간 쌓여온 문제의식이 거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분출하고 있다.

촛불을 밝히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초와 심지와 불이 있어야 한다. 촛불집회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라는 불씨만이 아니라 30년간 적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고 했는데 돈이 실력이 아닌 사회였다면, 땀이 실력인 사회였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었기에, 가난이 계승되고 부가 세습되는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유라의 그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이다. 이렇게 인화물질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5년 경찰은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렸다. 그런데 그보다 수 십 배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물대포를 안 쐈다. 경찰이 갑자기 착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도 살기 위해 그런 것이다. 검찰도 오랜만에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 처음 보는 일이다. 담당 검사는 나의 삼성 X파일 사건 때 대검 중수부장을 맡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정의롭게 살기로 마음을 바꿔 먹은 건가? 아니다. 국민이 무섭기 때문이다.

탄핵은 국회의원 2/3가 찬성해야 가능한데 2/3란 거의 불가능한 기준이다. 하지 말란 말이다. 그런데 왜 가결되었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새누리당도 절반 넘어 적어도 63명 이상 찬성했다. 왜 가결시켰을까? 안 그러면 자기 정치생명이 끝장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100미터 접근을 허용한 법원도 왜 그랬을까? 경찰은 촛불집회를 주도한 이들 중 단 한 명도 입건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변했나? 아니다. 그들이 변한 건 없다. 변한 건 국민이다. 진정한 주권자로 변한 것이다.

이런 국민은 아직 최후의 힘은 쓰지 않고 있다. 국민은 ‘이제 너희들이 한 번 해 봐’라 하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 국회도 아직은 국민의 뜻을 받들고 있다. 나에게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인용할 것인가” 묻는 분들이 많은데 만약 탄핵을 기각시킨다면 그들 생명도 기각당하는 것이다. 만약 탄핵을 기각하면 박근혜는 법률적으로는 복귀한다. 그런데 탄핵을 기각시킨다고 박근혜가 부활할 수 있을까? 배추가 얼었다가 녹으면 싱싱해지는가? 지금 박근혜는 냉동실에 들어간 배추 같은 대통령이다. 종편을 보라. 그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집회 인원이 많이 줄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이번에 확인한 것은 필요하면 광장에 나가겠다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진눈깨비가 내리던 지난 5차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참석자가 의외로 적어 우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되자 지하철 역에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인파를 보았다. 마치 (‘브이 포 벤데타’와 같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거대한 데모대처럼. 평범한 시민들이 그렇게 모여들었다. 그렇게 200만이 모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과 결단으로 만들어진 상황이다.

이런 국민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나는 헌재의 탄핵 결정이 늦어도 3월 초엔 내려질 것으로 본다. 3월 9일 오후 2시가 아닐까?

그런데 박근혜만 탄핵하면 되는가? 촛불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손팻말은 ‘박근혜 퇴진’과 ‘이게 나라냐?’였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폐기는 이미 절차에 들어갔다. 아직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살해, 사드 배치, 위안부 협정, 한일군사정보협정, 정경유착 등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의 시작점이 2017년이다.

경제위기 대처, 세월호 방식과 타이타닉 방식

2017년은 87년 체제가 시작된 지 30년째 되는 해다. 우리는 민주화 이후 1987년식 자동차를 타고 지난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왔다. 그 사이 운전사도 바뀌고 일부 승객도 바뀌고 했지만. 5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리고 성립한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 지방선거 부활, 언론자유 등을 이뤄냈다. 그 후 대통령도 다섯 번 바뀌었다.

87년 당시 국민 합의는 ‘민주주의로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첫째가 정치 민주화였고, 둘째는 경제 민주화였다. 이것을 87년 헌법에 못박았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 헌법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을 담았다. 그냥 성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함께 잘 사는 성장이다. 그리고 ‘적정한 소득 배분’은 지금과 같은 극단적 양극화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지배 경제력 남용 방지’는 돈이 실력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안 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야 손해 보면서 5천원에 통큰치킨을 팔아도 치킨 사려고 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다른 물건을 사기 때문에 얼마든지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치킨만 파는 가게는 5천원에 팔면 한 달 안에 망하고 1만원에 팔면 두 달 안에 망한다.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자의 영리활동은 좋은데 다른 이를 죽이는 영리활동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이것은 헌법에만 있고 적용되지 않았다.

전태일을 아는가? 1970년 11월 4일 분신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쳤다. 법을 개정하라도 아니고 법을 지키라고 분신하는 상황이었다. 53년에 만든 법인데 17년간 안 지킨 법이다. 경제 민주화를 담고 있는 119조2항이 바로 그런 상황과 같다. 고칠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문제인 것이다. 새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지킨 87년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모든 여론조사 기관에서 ‘경제 민주화’가 첫 번째 국민 요구라고 일치해 말한다. 경제 성장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다.

따라서 첫 번째, 경제 민주화가 필수다. 이를 통해 선진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는 한반도 평화다. 사드다 뭐다 남북 갈등으로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2017년은 IMF체제 20주년이 되는 해다.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IMF는 가장 강도 높은 처방을 했다.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 주사를 맞은 상황이다. IMF도 ‘가혹’한 처방임을 나중에 인정했다.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세월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타이타닉 방식이다. 타이타닉 방식은 여성과 노약자 우선 구제다. 세월호는 선장, 항해사 등 강자 우선이다. IMF 방식은 세월호 방식이었다. 당시엔 ‘낙수효과’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결과도 신통치 않아 모두 다 폐기한 방식이다.

낙수효과 이론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살아야 다 산다’는 식으로 선전되었다. 그렇게 대기업부터 먼저 살리고 그 다음이 중소기업이고 노동자가 마지막 순서였다. 그렇게 지난 20년간 기업 총부채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가계는 더 어려워졌다. 국민소득이 두 배로 늘었다는데 노인 자살율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빈곤 때문이다. 노인 범죄율은 세 배 증가했다.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심각한 격차를 놔두고는 성장도 수출도 안된다.

이제 새누리당조차 같이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연설에서 현실 진단은 놀랍게도 나와 같았다. 그러나 해법이 달랐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임금을 낮추자고 했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낮아서 문제인데 자본가 몫은 그대로 두고 노동자들 내부에서 정규직 임금 삭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심지어 일본 아베조차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의 80%까지 높여야 한다는(현재는 60% 정도) 해법을 들고 나오는데 우리는 정규직을 깎자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2017년은 새누리당 집권 10년 되는 해다.

새누리당 10년 동안 이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정경유착이 그 규모에서나 완강한 지속성에서나 연루된 세력에서 놀라울 정도로 강화되었다. 재벌은 정경유착을 통해 노동개악 5대 요구를 들고 나왔다. 이번에 삼성이 K재단과 미르재단에 204억 제일 많이 냈다. 정유라와 최순실에게는 300여억 원을 투자했다.

역시 삼성이었다. 비선실세가 누구인지 제일 먼저 알아낸 게 삼성이었다. 삥 뜯긴 게 아니라 투자한 것이다. 그것으로 3천억 이권을 챙겼다. 세금으로 내야 국민에게 복지로 돌아올 텐데 삼성 입장에서 세금 잘 내봐야 표창장밖에 안돌아 오니 이권으로 돌아오는 쪽으로 돈을 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재벌들이 ‘준조세’로 내는 돈이 15조라고 한다. 재계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대한 나의 법인세 인상안은 준조세에 비하면 5조6천억 정도다.

이런 정경유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국민에게 가야 할 몫을 최순실-박근혜가 챙기고 재벌은 특권을 챙긴 것이다. 한국의 ‘재벌’은 외국어로 번역이 안 된다. 한국밖에 없는 것이다. 재벌체제는 중소기업이나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편취하는 특혜 체제다. 재벌 해체는 그런 특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이재용까지 피의자로 특검 조사받고 있다. 삼성 이재용 할아버지는 범죄자, 그 아버지는 전과자였다. 이재용은 뇌물 공여 피의자다. 왜 3대에 걸쳐 범죄자-전과자-피의자가 되었겠는가?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라면 24년씩 감방에서 썩어야 하고 이런 정경유착 비리에 연루되면 기업조차 문 닫는다.

제대로 처벌해야 다른 기업들이 건전해진다. 그 할아버지가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그 아비가 전과자가 되었겠으며, 그 아비가 제대로 처벌받았으면 그 아들이 피의자가 되었겠는가?

박근혜를 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하자. 박근혜는 유폐되어 있고, 새누리당은 혼수상태인 지금이 최선의 기회다. 새로운 개혁 입법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오직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서울 다음으로 많이 모인 곳이 부산이다. 우리 힘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자. 2017년 시민혁명 완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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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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