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준 "한국, 법인세와
    고소득층 소득세 낮은 편"
    "국민연금, 노조 인정 등 조건 내걸고 삼성 합병 개입했어야"
        2017년 01월 13일 12: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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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이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야권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재벌개혁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 여부도 재벌개혁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며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는 국제적 기준으로 아직도 낮은 편이다. 올릴 여지가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조세 논쟁을 할 때는 단순히 세율을 따지기보다 과연 우리나라가 세금 값을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준 교수는 13일 오전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법인세 논쟁에 관한 질문에서 “기업들이 단순히 세율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세금을 냈을 때 얼마나 이 나라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는가, 그게 중요한 것”이라며 “법인세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사회간접자본 잘 돼 있고, 노동자들 교육 잘 돼 있고, 정부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나라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소득세율만 중요하다면 세계 모든 기업이 파라과이라는 나라로 가야 한다”며 “그 나라는 법인세 0%인 조세도피처 빼고는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제일 낮은 10%다. 그런데 아무도 거기에 투자 안 한다. 노동자들 교육도 잘 안 돼 있고, 정부도 잘 안 돌아가고, 사회간접자본도 잘 안 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안 간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은 낮은 법인세가 아니라는 뜻이다.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 이재용 총수일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등 조직적 지원을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그 합병 건에 무조건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는 게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이 때 다르게 개입했으면 국민경제를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까 기껏 (합병 찬성) 조건으로 건 게 최순실 씨 딸 승마하는 것 도와줘라, 이런 것 아닌가”며 “그 절호의 기회를 권력자 딸 하나 돈 대주는 것으로 끝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재벌들이 옛날에 수입 규제해서 국민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나쁜 물건 사서 쓰고, 세금 내서 기업들 보조금 주고, 노동자들 희생하고 이렇게 해서 만든 국민의 기업”이라며 “국민연금이 이 씨 일가의 편을 일단 들어주려면 삼성이 국민 경제에 더 공헌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신산업 투자를 늘려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라든가, 노조를 인정하고 산재 노동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보상을 해주라든가, 이런 조건들을 내걸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4법에 관해선 “비정규직 늘어나고 임금 격차 늘어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노동권이 너무 약해서 그런 것”라며 “소위 노동개혁 4법이 나가려는 방법으로 해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인데, 그 방향을 더 강화해서 간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현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외환위기 이후,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에 우리나라 정부가 추구해 온 경제 노선의 문제”라며 “지나친 자유화, 금융시장 개방 때문에 기업이 자꾸 장기적 투자를 안 하고, 비정규직 자꾸 만들어내고, 동시에 각종 노동법 개혁을 통해서 노동권을 약화하면서 저임금자는 자꾸 늘어나다 보니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소득 분배도 나빠져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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