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7시간 해명
    헌재 "부실해, 다시 제출"
    장제원 "의미 없는 답변만 재탕"
        2017년 01월 10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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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 답변서는 그간 청와대에서 발표한 입장과 상황 등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쳤다. 헌재도 답변서 내용이 “부실하다”며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했고, 야당들은 “국민을 상대로 소설 쓰지 말라”고 일제히 비판해, 의혹을 풀기 위한 답변서가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꼴이 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탄핵심판 제3차 변론기일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기억을 살려서 당일 했던 행적에 대해 밝히라는 것이었지만 오늘 낸 답변서는 그 수준에 못 미치고 부족하다”며 “본인 기억을 살려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박 대통령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관저에 머물며 보고서를 검토했고 오전 10시 경에 보고서를 받아 세월호 참사를 인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저에 머물러 전화지시만 내리며 보고서를 읽고 있었고, 오후 3시가 돼서야 사태가 심각한 것 같아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하고 오후 5시 30분에 중대본에 방문한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 측은 이런 답변서를 내놓으면서 이마저도 앞뒤가 맞지 않게 설명하거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들만 제출하지 않는 식이었다.

    우선 오후 12시 50분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의 전화를 받아 10분간 통화해 기초연금법 관련 국회 협상 상황 긴급 보고받았다며 그 증빙서류로 통화기록을 제출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당일 재난 대응을 총괄했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유선보고 등에 관한 일체 통화기록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또 답변서에서 안봉근·이재만 비서관에게 세월호 참사 상황을 대면보고 받았다고 해놓고선 당일 머리 손질을 위한 미용사 외엔 만나지 않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펼쳤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찾아와 세월호 상황을 대면보고했고, 점심식사 후 즈음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상황을 대면보고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직접 적시해놓고, 바로 다음 장 답변서에선 “그날 관저 출입은 대통령의 구강 부분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가져온 간호장교(신보라 대위)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직전 들어왔던 미용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했다.

    특히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참사 당일 행적을 오전 9시 53분부터 중대본을 방문한 오후 5시 30분까지 시간대별로 적시해놓고는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의 대면보고 시간은 답변서에 적지 않았다.

    헌재도 “피청구인의 세월호 침몰에 대한 최초 인지 시점이 언제인지도 나와 있지 않다”며 “답변서에 따르면 오전 10시에 보고를 받아서 안 것처럼 되어 있는데, 9시 이전부터 언론보도가 있었던 것을 피청구인이 확인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해 달라”고 지적했다.

    또한 “12시50분에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통화를 했다며 통화기록은 있으면서 안보실장과는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돼 있는데 그 통화기록은 기재가 돼 있지 않다. 그 통화기록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이 중대본에 방문에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든가”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배가 일부 침몰하여 선실 내에 물이 침범하여 침수되었더라도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니 물에 떠(선실내부에서) 있을 것이므로 특공대를 투입하였으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의 질문”이라며 “전체 대화 내용을 보면 전후 맥락상 이상한 점이 없는데 일부만 거두절미하여 사실을 왜곡, 오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서 서면보고만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 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 근무 체제”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관계와 성향에 따라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달랐을 뿐 모든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측의 이런 허술한 답변서를 내놓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의혹만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만 가지고 각본을 짜다보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극이 탄생했다”며 “다 잊어도 그 날만은 시간대별로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을 상대로 소설 쓰지 말라”고 질타했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비상상황에서 관저에서 구조지시하며 업무를 보는 것을 이해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304명의 국민이 수장되는 참혹한 상황에서의 해명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의미 없는 답변만 재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직무대행도 “304명의 소중한 국민의 생명이 아무런 구조 없이 캄캄하고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 가는데 최고 책임자 대통령이 3년 반 만에 내놓은 이유가 ‘서류만 봤다’라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며 “이제라도 기만과 위선을 그만하고 솔직한 참회를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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