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패배,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진보 구의원 이야기] 예산싸움Ⅰ
        2017년 01월 06일 07: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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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구의회에서 벌어진 예산 관련 쟁점에 대해 연재합니다. 작년 연말에 있었던 <구로구 자원순환센터(쓰레기 적환장) 건립공사> 예산 결정과 2015년도 있었던 <구로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 예산> 전면 백지화에 대해 1,2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필자>
    ———–

    2016년 12월 28일.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건립’ 공사예산이 강행 통과되다

    작년 연말, 구로구의회는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건립> 예산으로 들끓었다. 500억짜리 사업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로 구로구청은 발칵 뒤집혔고, 구로구의회는 20여일간 등원 거부, 회의장 퇴장 등으로 의회가 열리지 못하는 파행까지 겪으며 격렬한 싸움이 있었다.

    <구로구 자원순환센터>는 구로구의 모든 쓰레기들이 1차적으로 모이는 시설인데, 일반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들이 모두 모여 일일 350여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압축, 선별, 적환하는 시설이다. 여기에 구로구의 모든 쓰레기 운반 차량의 차고지도 함께 건설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졸속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들어올 때 주민들은 몰래 공사, 도둑 공사라며 반발했다. 그리고 구청에 물었다.

    ‘여기가 최적지냐?’라고 물었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느냐?’라고 물었고, 제일 중요하게는 ‘정말 안전하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구청은 여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일부 불만 있는 주민들이 떠드는 거라고 취급했고, 그들에 대한 무시와 압박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더 키웠다.

    예산의 쟁점이 되기 전에 나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장이 눈과 귀를 막으면 주민의 대표인 의회가 그 역할을 하고 구청과 주민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의회 차원에서 주민들과 여러 차례 만남과 협의를 진행했다. 현장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이와 유사한 시설에 대한 현장 활동도 진행했다.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이 공사가 행정적으로 미숙한 절차를 밟았고, 이로 인해 주민과 구청 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으며, 이 시설이 주변 주민들과 생태환경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과 구청 간의 대화의 창을 열고, 안전과 환경에 대한 검증을 우선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그 입장에 따라 내년도 공사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주민들과 함께 주장했다. 이 쟁점으로 인해 구로구의회 예산심의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결판’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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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하고 있는 김희서 구로구의원

    2016년 12월 28일. 2017년도 예산을 결정하는 본회의장에서 비장한 마음으로 ‘필리버스터 급’ 연설을 했다.

    20분짜리 연설이었는데, 구로구의회 회의 규칙에는 필리버스터가 없어서 회의규칙상 가장 길게 할 수 있는 연설이다. 내용은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2017년도 공사예산 전부를 삭감하자는 내용이다. 연설을 마치자 본회의장 밖에서 방청하던 주민들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혀 있었는데도 큰 소리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올 정도로 주민들은 간절했고, 하나가 되어 있었다.

    연설 후에 나는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서 수정안을 발의했다. 총 공사비 498억중 2017년도에 들어가는 공사예산 290억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이다. 여러 차례 정회를 거친 끝에 어렵게 표결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16명의 구로구의원 중 내가 발의한 공사예산 전액 삭감 수정안에 찬성한 사람은 7, 반대한 사람은 9. 내가 제출한 안건은 부결되었다. 표결 결과 진 것을 확인하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안전에 대해, 주민과 구청 간의 갈등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느냐’며 일갈할까 잠시 고민했다. 제2의 세월호가 될 수도있다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는 안전불감 행정이라고… 악을 쓰며 드러누울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연설을 통해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오는 것으로 예산 관련 최종적 의사 표시를 했다.

    본회의장 밖에는 많은 주민들이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청하면서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안전검증을 우선해야 한다고 간절하게 바라신 주민들을 보자마자, 울컥 눈물이 났다. ‘함께한 주민들 보고 울지 말아야지.. 더 단단하게 준비하고 흔들림 없이 나가자고 이야기 해야지…’ 다짐하면서 걸어 나왔는데 얼굴들을 보자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고 눈물이 났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최선을 다한 거 안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말씀에 더 크게 눈물이 쏟아졌다.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주민을 이기는 행정은 없습니다”라고 울면서 말씀을 드렸고 주민분들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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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절하게 싸워서 함께 이기거나 져본 경험’

    작년, 재작년.. <방사능 안전급식예산>과 <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 예산>에 이어서 올해는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쓰레기 적환장) 공사 예산이 구로구 예산의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두 해 모두 혼자 주장하거나 소수의 주장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뒤집기에 성공했다. <방사능 안전급식 예산>을 가결시켰고, <구의원 개인사무실 설치 예산>은 전면 백지화시켰다. 주민과 여론의 힘으로 그럴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예산싸움 Ⅱ에 소개하겠습니다)

    나는 쟁점이 되는 예산을 다룰 때 반드시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함께 싸운다. 의회 내에서 소수정당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그렇게 하지 않고는 의회 내에서 숫자로 그냥 밀려버리니까) 함께 싸우고 함께 이기고 진 경험만큼 주민들도, 대중운동도, 민주주의도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보정치인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도 믿는다.

    이런 쟁점들이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구청이나 의원들은 싫어한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 늘어나서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왜 논란의 중심에 꼭 있냐고.. 그거 표 안 된다고.. 좀 적당히 하라고.. 저거 또 지랄이라고’ 올해도 여지없이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고 일부로부터는 꼴통 취급도 받았다

    그러나 진보정당 구의원의 역할과 원칙과 가치를 그따위 협박이나 씹는 말 따위로 내가 포기하고 대충 넘어갈 꺼라고는.. 그들도 나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체 공사비 490억이 드는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싸웠다. 내가 생각해도 액수가 크긴 크다. 그러나 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라면! 액수에 상관없이 막을 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감히’ 500억짜리 사업을 어떻게 건드리겠냐며? 소수정당 의원 한 명 날뛰어봐야 뭘 할 수 있겠냐며? 몇몇 주민들의 반발일 뿐이라며!! 여유만만했던 구청이었다.

    주민들과 집회도 함께하고 구청에 대한 요구사항의 방향도 함께 잡았다. 처음에 주민들 중 일부는 ‘집값 떨어진다, 혐오시설 들어오면 안 된다는 내용이 주변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 꺼라’는 의견을 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안전, 환경, 불통 행정 바로잡기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공공의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했고 그렇게 방향을 잡았다.

    함께하신 주민들은 <주민과의 대화, 안전검증, 생태환경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여론을 모아달라고 다른 주민들을 설득하고 홍보했다.

    나는 의회에서 그것이 현대행정, 미래행정의 추세라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처음엔 ‘집 앞에 혐오시설 들어와서 반발하는 일부 주민’과 구청장과 맞짱 뜨는 ‘진보구의원 한 명’이었지만.. 이에 동의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3000명 가까운 주민들이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함께 했다. 의회에서도 하나 둘 ‘일단 공사 중단하고 안전검증 확실히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 정도는 주민에 대해 구청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다’라고 함께 이야기하는 의원들이 늘어났다.

    여유만만하던 구청은 다급해졌고, 예결위원회에서는 구로구 기금운영계획안 전체가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부결된 예산안을 본회의에 직권으로 재상정하는 방법까지 동원되었다. 그것도 구로구의회 초유의 일이란다. 결국 본회의장에서 9대7로… 주민들이 만들어내고, 내가 발의한 ‘전액삭감 공사 중지’ 수정안은 부결되었다. 그렇게 주민들의 요구는 구의회 회의장에서 일단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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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안 싸움으로만 보면 내가 졌다. 내가 제출한 수정안이 부결되었고, 지금 당장 공사도 막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함께 해오신 주민들이 오히려 진 게 아니라고 말한다. 포기하지도 않을 꺼라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행정의 부조리를 알았고,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를 알았고,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다. 너무나 많이 배우고 느낀다고 말한다.

    지역활동 중 조직화와 정치적 성장에 관한 내 지론은 딱 하나다.

    ‘함께 이기거나, 함께 져본 경험!’

    지금은 나와 주민들이 졌지만, 이 경험은 분명 더 큰 승리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냥 정신승리 하는 거 아니다. ‘처절하게 싸워서 함께 이기거나 져본 경험’은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의회에서 벌어지는 예산(숫자) 싸움 안에도 너무나 소중한 가치관과 대중운동과 조직활동과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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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긴 20분 가량의 연설문이지만, 그 내용을 다 게재하는 게 김 의원과 주민들의 고민이 전달될 듯하여 연설문 전문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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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자원순환센터 관련 지역신문의 기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의당 소속 오류1,2동. 수궁동 지역구 김희서 의원입니다.

    저는 현재 구로구 오류2동에 건설 중인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즉 쓰레기 적환장 건립>에 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오류동, 항동, 천왕동 지역사회를 넘어서서 구로구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구로구 자원순환센터>는 구로구의 모든 쓰레기들이 1차적으로 모이는 시설입니다.

    일반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쓰레기들이 모두 모여 일일 350여 톤에 가까운 쓰레기를 압축, 선별, 적환하는 시설입니다. 또한 구로구의 모든 쓰레기 운반 차량의 차고지도 함께 건설되고 있습니다.

    2.5톤 쓰레기 운반차량이 구로구 전역 쓰레기를 모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고 이 쓰레기를 25톤 대형 쓰레기 차량으로 옮겨 실어 나르는 작업이 1년 365일 반복되는 시설입니다. 건립 예산만 해도 490억 원이 넘게 들어가고, 그 예산의 90%가 구비로 투입됩니다.

    이 시설은 5300세대 항동 보금자리 아파트가 들어올 택지지구 한복판에 있으며, 서울 서남부 지역의 생태계의 보고이자 서울 유일의 수목원인 항동수목원에 바로 붙어 있습니다. 향후 30년을 가동할 것을 1차 목표로 지어지고 있고, 30년 이후 추가로 운영이 연장될 수도 있는 시설입니다.

    이 시설은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에 대한 행정적 결정권은 명백히 구로구청과 구청장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설의 위치와 안전성과 그동안의 행정적 절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주민들이 다수 있습니다. 이것이 <구로자원순환센터>에 관한 객관적인 현재 상황입니다.

    본 의원은 <구로자원순환센터>가 구로구의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세 가지 큰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한 구로구청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 집행이고, 두 번째 이유는 불신과 문제의식에 기름을 부은 불통 행정이고, 세 번째 이유는 시대와 주민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안전불감 행정입니다.

    구로구청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 집행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구로구청이 이 사업과정에서 해온 행태에 대해 불신이 팽배해 있습니다. 도둑 공사, 몰래 공사, 거짓말, 감추기 이런 말들이 주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구청장과 구로구청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집행이 원인입니다.

    주민공청회를 했다 안했다 하는 말 번복, 음식물 쓰레기는 절대 안 들어온다고 했다가 번복된 것들, 예산이 당초 280여억 원에서 490억 원이 넘게 고무줄처럼 늘어나온 문제들 등등.

    그동안 자원순환센터를 둘러싸고 구청이 해온 행정은 주민들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습니다. 주민공청회나 설명회에 대한 문제와 음식물 쓰레기 유입에 대한 번복 문제는 이미 지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많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자원순환센터 건립의 고무줄 예산에 대해 좀 더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 사업은 최초 280여억 원으로 예산을 잡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의회에 보고되었습니다. 구청 업무보고자료와 회의 속기록에도 다 나와 있습니다.

    이 금액, 280억을 기준으로 2014년 6월 2일 <구로구 자원순환센터 건립 기금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집행부로부터 제출되었고 동월 27일 구로구의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280억 정도 예산이 들 거라는 집행부 제출안을 근거로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사업은 496억짜리 사업이 되어있습니다. 최초 예산대비 77%가 늘어났습니다.

    당시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을 근거로 의회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구로구 예산 규모와 재정상황에 비추어서 280억 정도면 할 만하겠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의회는 그것을 통과시켰을 텐데, 이게 어느 순간 496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의회에 이러저러해서 이만큼 올려야 되겠다고 심의 의결이 없었습니다. 있었으면 가져와 보십시오. 예산 관련해서요.

    지방재정법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사업의 10~20%는 사업을 하다보면 늘 수도 줄 수도 있는 거라고 인정을 합니다. 그런데 무려 77%의 예산이, 그것도 1억, 2억짜리 사업도 아니고 280억짜리 사업이 496억이 됐다? 그런데 280억 때 만든 조례가 있으니 그걸 근거로 진행한다? 그게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겁니까?

    개인이 차를 살 때도 이렇게 안합니다. 한 가정이 집을 구매할 때도 이렇게 안합니다.

    24평 아파트 3억에 사기로 가족회의 때 이야기했다고 생각해봅시다. 지금 가정 형편으로 전세금 1억 5천 빼고.. 대출 1억 5천 받아서 무리가 되어도 미래를 보며 집을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막상 계약하러 가보니 집값이 5억이더라. 그래도 집 사기로 했으니 그냥 계약했다. 이제 우리는 대출을 1억 5천이 아니라 3억 5천 받아야 한다…라고 하면 집에서 그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겠습니까?

    1, 2억 드는 사업도 아니고… 자원순환센터 건립은 구로구 1년 예산의 10%가 넘는 큰 예산사업인데 이 상황이 도대체 말이 됩니까? 구청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우선 답변하고 의회와 주민들에게 분명히 해명해야 합니다.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구심에 대답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부족했던 행정 절차들을 바로잡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불통 행정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소통하는 구로구청, 소통하는 구청장의 자세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자원순환센터>가 지역사회의 핫이슈가 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바로 구로구청의 신뢰 상실에 이은 불통 행정입니다. 매끄럽지 못한 행정으로 신뢰를 상실했으면 주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이를 풀어가야 하는데 구로구청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절차와 적법성만 따지라고 민선 지방자치가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날 지자체는 사업의 적법성, 또는 불법성 바로 바깥에 있는 사업과정의 적합성과 대주민 관계.. 소통, 신뢰, 납득, 정당성 획득의 과정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구로구청은 <자원순환센터 건립> 관련하여 이 부분에서 너무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현대 지방자치행정에서 법률적 위반만큼이나 중대하고 큰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이러저러한 걱정이 있고,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 보이니 대안을 찾자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구청은 오로지 행정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왜 사전에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안했냐? 하니까 ‘그건 법적 사항이 아닙니다’ 이렇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수목원 바로 옆에 지어지는 이 쓰레기 적환장이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그런 걱정 되잖아요? 그러니 환경영향평가도 해 보고 정말 이상이 없는지 결과라도 보여 달라고 이야기하는데 구로구청은 그건 법적 사항이 아니다! 행정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항동 보금자리주택 5300세대 바로 한복판에 지어집니다. 반경 1킬로 내외로 천왕동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있고, 오류2동 주거지가 밀집해 있습니다. 구로구 전체 쓰레기가 매일매일 드나들고, 악취나 오폐수 처리도 화학적 방법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인체에,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건강영향평가를 철저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아주 상식적인 요구 아닌가요?

    그런데 구로구청은 ‘그것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행정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라고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봐도 복창이 터지는데, 그 주민들은, 이게 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건지 내가 뽑은 구청장 앞에서 이야기 하는 건지 당연히 의심스럽고 열 받지 않겠습니까?

    좋은 행정, 열린 행정, 주민과 함께하는 행정이라면 이 정도 규모 사업은 당연히 공청회도 하고.. 쓰레기 왔다 갔다 하면 환경영향평가도 하고 건강영향평가도 하고 그래야 된다는 게 당연한 요구 아닙니까? 조그만 도서관 하나 짓고, 아니면 동사무소 하나 짓는데도 설명회 몇 번씩하고 우리 구청이 얼마나 잘 준비하는지 자랑도 하고 소통도 하면서 구로구 쓰레기가 다 모이는 이 공사에 대해서는, 그 흔한 사전설명회 한 번 없이 해온 행정, 그리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행정, 여기서 이 모든 불신이 나오고 불통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공사를 중단하고 신뢰를 회복하십시오. 신뢰를 회복하고 지금은 중단된 주민들과의 대화 테이블을 만드십시오. 그 대화 테이블에 주민들의 요구도 모두 올려놓고, 구청의 입장도 모두 올려 놓으십시오. 협의하고 양보하면서 대안을 찾으십시오.

    이 지역에 30년이나 50년 가동될 쓰레기처리시설을 만드는 데 걱정된다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설명하기 위해 6개월, 1년 그 시간을 갖는 게 그렇게 무리이고 절대 못할 일입니까?

    미국 뉴욕의 하수종말 처리장 위치 선정에만 해도 70여년이 걸렸습니다. 구로구의회 의원들이 비교시찰을 갔던 독일의 한 쓰레기 소각장은 주민들과의 협의만 20년이 넘도록 진행했습니다.

    우리 구로구는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안전을 확인하고, 함께 대안을 찾자는 그 1년도 못합니까? 현재 위치는 ‘죽어도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일단 공사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 건강영향평가 제대로 실시해서 안전 확인하고.. 대화로 대안을 찾아가자는 주민들의 이 요구에 대해 구청장님은 응답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구로구청의 안전불감 행정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지적이라기보다는 진심을 다해 호소 드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구로구 전체 쓰레기가 모이는 그 적환장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어떤 환경오염이 있을지, 어떤 건강상 문제를 야기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장담할 수 없으니 겁이 납니다. 충분히 우려될 만하니 두렵습니다.

    적환장 공사 후 몇 년 후에 이 지역 주민들에게 아토피나 피부병이 늘어날 우려는 없을까요? 대기오염으로 인해 천식이 늘어날 우려는 없을까? 요즘은 아무 시설이 없어도 서울 하늘 아래 미세먼지 걱정이 많은데 정말 아무 걱정이 없는 걸까요?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하게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상 환경상 피해는 없을까 무섭습니다.

    제가 무서운 건 제 개인이 아프고, 병 걸릴까 하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그런 우려가 있는 시설을 짓는데.. 물론 구청장의 절대적인 권한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그래도 정책적으로나마 단 몇 프로라도 구로구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로구의회 의원으로서, 아이들을 지켜야할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어르신들을 지켜야할 이 시대의 자식으로서,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2016년 7대 구로구의회 의원이자 구로 구정의 일정 역할을 담당하는 정치인으로서 역사적 책임감으로 겁나고 두렵고 무섭습니다.

    제 연설 하나가 수천 수만명의 시민들의 건강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습니다. 자원순환센터 예산을 결정하는 제 거수 하나가 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될 수도 있습니다.

    제 판단 하나가 항동수목원을 비롯해서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생태계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으로서, 구로구 주민으로서, 그 책임감은 너무도 크고 너무도 막중합니다.

    그런데 저는 구청장님이 그 지역 주민을 만난 첫 대화에서 하신 말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저는 아.. 내가 힘이 부족해도 맞서 싸워야겠구나, 결심했습니다. 나라도 주민 편에서 안전, 환경, 미래를 이야기 해야겠구나 결심했습니다.

    구청장은!! ‘절!대!안!전!을 구청장인 내가 보장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음식물 국물 한 방울 안 떨어지고, 냄새 하나 안 나고.. 오염물질 하나 없다구요? 저는 그런 구청장님이 무섭습니다. 구청장님의 절!대! 라는 그 확신이..

    이 시대 안전 행정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고, 밀면 따라오라는 관치 행정의 폐습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독선과 오만 그 자체입니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야기했던 안일함과 안전불감 행정의 모습을 그 말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때도요..

    국가와 유명한 교수님들이 안전 다 보증하고, 대기업에서 판매하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백명 수천명 국민들이 죽어갔고, 더 많은 국민들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누가 책임졌습니까? 이제 와서 어떻게 책임집니까?

    저는 구청장처럼 대책 없이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역사적 책임감으로 구청장의 독선과 오만을 막아야겠습니다.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합니다.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이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현대과학기술로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교수님들도 참여하고, 주민들도 참여하고, 환경관련 시민단체도 참여하고, 엔지니어들도 참여하고, 구청도 참여하고 그 동네 주민들도 참여해서 현대기술로도 할 수 있는 최대의 안전, 환경 예측과 검사부터 우선 해야 한다고 처절하게 요구합니다.

    구청은 이 상황에서 공사가 잠시라도 중단되면 지체보상금이나,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물론 고민하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단언합니다. 30년 이상 있어야할 이 시설의 안전을 검증하기 위한 예산과 시간이 어찌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수천만원 수억원 지체보상금보다, 주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입니다.

    이 시설 바로 코앞에, 5300세대 2만여 명의 구로 주민들이 들어옵니다. 아이들만 해도 5000여 명이 될 것이고 어르신들도 많이 들어옵니다. 기존 주민들도 있습니다. 자원순환센터 바로 앞에 수목원이 있고 초등학교 중학교 유치원도 들어옵니다. 만에 하나 이 시설로 인해 아이들의 아토피나, 천식이 늘고.. 주민들의 피부질환이 늘고.. 심할 경우에는 암 발병율이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병이 늘게 된다면 거기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과 손실은 수천, 수억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태계,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우리세대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청장님! 동료 의원여러분! 이것만큼은 분명히 알아주십시오.

    세월호를 거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거치면서 안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행정은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만의 하나를 준비하고, 미리 대비하고,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준비하는 행정..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예산은 절대 낭비가 아닙니다. 일시 공사 중단을 통해서 발생하는 지체보상금이나 더 들어가는 비용은 절대 예산낭비가 아닙니다. 국민들은, 주민들은 오히려 이런 안전예산을..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사전에 보호하려는 좋은 예산, 좋은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주민들이 바라는 행정이고, 세월호를 거치면서 우리가 가슴을 치면서 깨달았던 바를 실천하는 행정이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 행정입니다.

    주민을 이기는 행정 없습니다. 구로구청이 주민들의 반발을 짓누르고 밀어붙여 이 사업을 마무리 짓는다 해도 그런 방식이라면 자원순환센터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역사회의 갈등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과 구청의 갈등이 되고, 주민과 주민간의 갈등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청장님도 언젠가는 임기를 다하실 것이고, 담당 공무원도 정년을 다하거나, 부서를 이동하면 떠나지만 그곳 주민들은 계속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나이 먹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저는 구로구청과 주민 모두가 사는 방향으로 충심을 다해 이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이라도 주민들 보듬는 행정, 안전을 생각하는 행정, 소통 배려 화합을 이끄는 행정을 해 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구청장님의 올바른 결단과 동료 의원님들의 용기 있는 판단을 부탁드립니다.<끝>

    필자소개
    정의당 구로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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