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판결
    검찰 '늑장 수사', 법원 '솜방망이 처벌'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일제히 법원 판결 규탄
        2017년 01월 06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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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 명을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레킷벤키저 책임자들에 대해 법원이 6일 검사 구형의 절반도 안 되는 ‘솜방이 처벌’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존 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20년형, 10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가 살균제의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 구형 20년에서 7년형으로 감형된 것도 재판부가 사기혐의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살균제를 사용 시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는 ‘범의(범죄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당시 살균제에 함유된 원료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되지 않아 안전성이 문제없다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도 “(주의의무 위반 혐의와 관련) 검사가 제출할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씨와 조모씨에게도 각각 징역 7년, 선임연구원 최모씨에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 5천만 원을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오모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도 징역 7년을, 업체엔 벌금 1억 5천만 원을 내렸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겐 금고 4년, PHMG 원료 중간 도매상인 CDI 대표 이모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늑장 수사’,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 정부의 책임 회피

    재판부의 이런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 있던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오열하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가습기살균제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검찰의 늑장 수사와 외국인 임원 봐주기, 법원의 안이한 판단, 정부의 책임 회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봐야 한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두 번 세 번 죽이는 결과”라며 “이대로라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결코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선 “회사를 대표하고 책임지는 대표이사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다니 재판부가 제 정신인가”라면서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과 영국 본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2009년 이전에 발생한 피해사건에 공소시효가 적용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 8월에 첫 형사 고발을 했다. 만약 검찰이 그 때 바로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다면 2005~2009년 사이에 발생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되고 4년이 지난 2016년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가습기참사넷은 “이 시간은 고스란히 제조사인 살인자들에게 면피할 시간을 준 꼴이다. 실제 옥시 사측은 그 사이에 증거를 위조했다”며 “명백하게 검찰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야3당도 일제히 브리핑을 내 이러한 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가습기 살균제 살해 사건은, 이익에 눈이 먼 부도덕한 기업과 무능한 정부가 빚어낸 참사”라며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성에 비춰 이번 판결은 솜털처럼 가볍다”고 질타했다.

    한 대변인은 “반성과 성찰 대신, 책임 회피에만 매달리는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은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이런 판결로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지 재판부에 묻는다”고 말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또한 “법원 선고형량은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실망스럽다”면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이익에만 눈이 먼 부도덕한 기업들은 비난 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가칭)개혁보수신당은 이 사건 판결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입장도 내지 않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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