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당 1억원 지급명령,
    해고 KTX 승무원 삶 파괴
    이정미 "대법원 판결, 불법파견 위장도급 용인하는 것"
        2017년 01월 06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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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철도공사가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1인당 1억 원에 달하는 가처분 지급 임금을 반환하라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보낸 것과 관련,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과 종교계까지 나서 지급명령을 철회하고 승무지부와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를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제윤경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은 6일 오전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된 KTX 승무원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철도공사의 법원 지급명령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이전에 가처분으로 지급받은 임금이 부당이익이라며 이를 모두 반환하는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 해고 승무원들은 3일 이 명령장을 받았다. 해고 승무원들은 지급명령을 받은 날부터 연 15%의 지연손해금(이자)을 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고 승무원 33명이 1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총 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사실상 임금 강제집행 처분이다.

    철도

    철도공사 규탄 KTX승무원 기자회견(사진=유하라)

    김승하 KTX승무지부 지부장은 “새해 첫날부터 철도공사는 법원을 통해 저희들보고 ‘죽어라’ 하는 말을 보냈다”며 “400m 가까운 열차 안에서 안전 담당자는 열차 팀장 단 한 명이다. 여자 승무원은 단 한 명도 승객 보호의 책임이 없다. 저희 해고 승무원들은 지난 10년 동안 이 문제를 제기해온 것인데 철도공사는 입 막기 위해 이런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10년을 투쟁하며 배운 것은, 어떤 투쟁도 의미 없이 지나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제 그 세월의 의미가 드디어 결과를 볼 때라고 생각한다. 결코 철도공사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며 “이미 한 명의 친구 떠나보냈지만 그 목숨값 허투로 보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철도공사노조 위원장도 “철도공사는 해고된 승무원들에게 (1인당) 8천만 원을 물어내라며 우리 조합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안전은 정규직이, 서비스는 비정규직이 책임진다는 철도공사와 대법원의 이 궤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홍순만 철도공사 사장이 만약 이 문제를 강제 집행하려고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평화적인 해결하기 위해 교섭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철도공사 사장은 당장 법원의 핑계를 대면서 승무원들에게 변제하려는 폭력행위를 멈추고, 해고 승무원들을 직적고용해서 안전을 우선하는 공사로서의 면모 보여야한다”며 “만약 이런 것들이 일방적으로 강행될 경우 민주노총은 이런 부분을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철도공사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해고승무원 33명에게 ‘소송 종결에 따른 가지급금 납부 안내’ 내용증명을 통해 1인당 8,640만 원을 반환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이렇듯 철도공사가 해고 승무원 ‘옥죄기’에 나서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5년 11월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다. 해고 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고승무원들은 KTX열차 승무지부를 설립하고 2006년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고, 2008년부터 시작된 법정 투쟁에서 법원은 연달아 해고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고 철도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2월 해고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직원이라고 판단한 1, 2심을 뒤집고 파기 환송했다. 동일한 열차에서 근무하는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과 하청 자회사 소속 열차승무원의 업무가 무관하고, 열차팀장이 열차승무원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열차팀장은 안전을, 열차승무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업무가 분리돼있다는 뜻이다. 같은 해 말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했다. 당시 민변은 이 판결을 ‘최악의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다수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재명 시장은 “승무원들은 실질적으로 열차 안전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이들을 간접고용 노동자로 부려먹다가 해고해 버렸다. 철도공사의 행태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동안 투쟁한 승무원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1억 원의 폭탄 아니라 복직 통보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해고 승무원들은 철도공사 지시를 받고 일했고, 안전 업무도 담당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대법 판결은 용인돼선 안 된다”며 “대법원 판결 용인은 우리 사회의 불법파견, 위장도급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이 해고 승무원들을 다시 고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철도공사는 즉각 다시 승무지부와 함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사회 전체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규탄한다”며 “이 분들에게 삶의 기회 직장을 찾아줘야 하며 두 번 다시 이 분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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