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정치에서 군부의 역할
    [중국과 중국인] 당이 지휘하는 군대, 변화 여부 관심
        2012년 08월 13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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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부가 아닌 (공산)당의 군대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는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들 국가들이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 상황에서 외세에 대항하면서 먼저 공산당(또는 사회당)이 건설되고 이들 당에 의해 무장 투쟁을 위한 군대가 건설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군대가 철저하게 민간에 의해 통제되는 것과 달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공산당이 당에 대한 지휘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제 1차 국공합작이 결렬되면서 국민당에 무력으로 대항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마오쩌뚱의 유명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枪杆子里出政权’(1927년, ‘八七会议’)는 발언이 나오게 됩니다.

    물론 이 말은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이들에게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으란 말은 아니었고요, 제국주의 세력과 그의 앞잡이들에 맞선 투쟁에서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기기 위해서는 혁명세력이 반드시 무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옌안 시절 연설하고 있는 마오쩌둥

    마오쩌뚱의 이런 주장을 계기로 정식으로 홍군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했으며, 그 과정에서, 최근 우리도 중국 관련 정치 기사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당이 군대를 지휘한다-听党指挥’는 방침이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1932년 9월 12일 공포한,《中国工农红军总政治部关于红军中党的工作训令-홍군 내부에서 당의 업무에 관한 중국공농홍군총정치부의 훈령》에서 처음으로 명문화)

    혁명 후에도 인민해방군은 중국 정치가 고비를 맞을 때 마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문화혁명 기간에는 마오쩌뚱의 최후의 보루로서 문화혁명의 진행을 수호했고, 마오쩌뚱 사후 사인방과 떵샤오핑 등 훗날 개혁개방의 주도세력이 되는 당 원로들(주요하게는 예지엔잉-叶剑英, 리시엔니엔-李先念 등)과의 대결에서 사인방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모두 혁명 시기에 홍군의 지휘관을 역임한 경력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1989년의 6월 4일 천안문(天安門) 사건에서도 결국 인민해방군이 떵샤오핑의 지시로 피의 진압을 하면서 공산당을 구원(?)하게 됩니다.

    그런데 떵샤오핑을 비롯한 혁명 1세대들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빠른 발전과 그에 대한 미국의 반응,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그리고 천안문 사건으로 상징되는 개혁개방 후의 경제적 성과물의 분배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이 급증하면서 군부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지는데, 문제는 그 이후의 당 지도부가 군부에 별다른 기득권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쟝쩌민과 후진타오는 집권 후 대규모의 대장 및 고위급 장군으로의 승진을 통해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애씁니다.

    쟝쩌민은 13년 집권기간 동안 7차례에 걸쳐 거의 80명을 대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대규모의 ‘승진정책’을 단행해 군부를 장악했으며, 이 때문에 후임 후진타오가 집권 후반기에 오는 과정에서도 군부를 장악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진타오도 쟝쩌민을 따라 하기는 했지만 훨씬 양심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그러나 군부의 역할에 비하면 당 체계에서 군부의 입지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쟝쩌민 때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치의 핵심인 정치국상무위원에 진입한 군부 인사는 리우화칭(刘华清) 한 명 뿐인데, 그는 쟝쩌민 집권 초기에 군부를 장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 이후로는 군부 인사들이 오른 가장 높은 당직은 정치국원입니다. 일반적으로 23~4명의 정치국원이 임명되는데 그 중에서 겨우 2명이니 1/10이 채 안 되는 비율입니다.

    당의 총서기가 군사위주석 직까지 맡기 때문에 3명으로 계산 할 수도 있지만 순수한 군인 출신은 지금까지는 2명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체계는 단일하면서도 이중적입니다. 당의 군조직과 국가의 군조직 체계가 같은 인물구성에 이중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국공산당 산하에 중앙군사위원회가 존재하고 또 중화인민공화국 행정부 산하에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가 존재합니다. 인적 구성은 물론 동일합니다.

    군사위의 구성에서는 부주석의 구성이 중요합니다. 주석은 당 총서기가 당연직으로 겸직하기 때문이죠.

    통상적으로 3인으로 구성됩니다. 당의 차기 지도자로 선정된 인물이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지금은 시진핑이 이 직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 생소했던 군부에 대해 학습도 하고 고위 장교들과도 친분도 쌓으면서 대권을 이어 받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다음 두 자리는 직업 군인 출신들이 차지하는데 여기에 중국 군부의 특성이 나타납니다. 한 명은 야전군 출신이 한 명은 정치군인이 임명됩니다.

    인민해방군 공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의 후진타오 총서기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회주의 국가들은 당이 군대를 지휘하는데 이 때문에 군 조직에 자본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특별한 부서가 하나 생기게 되었습니다. 총정치부(总政治部)라는 부서인데 당의 정치적 방침을 전달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으며, 군 조직 내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부서라고 할 있습니다.

    상급 조직뿐 아니라 야전부대에서도 사령관보다 정치담당 장교의 권한이 더 강력하게 발휘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정계 진출에 비교해 군부에 진출한 태자당 세력은 훨씬 광범위합니다.

    전 국가주석 리우샤오치의 아들 리우유엔(刘源), 전 국가주석 리시엔니엔의 사위 리우야조우(刘亚洲) 전 군사위부주석 장전(张震) 아들 장하이양(张海阳)등 이미 대장 직에 오른 사람들을 포함해 수많은 전직 고위 당 간부 및 군 원로들의 자녀들이 인민해방군에 포진해 있습니다.

    따라서 역시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의 집권과 함께 이들이 전면적으로 군을 장악하고 정계에까지 진출하게 될지 아니면 그대로 군 내부에만 머무르면서 당 내부의 태자당 세력을 측면지원할지도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군과 행정부의 관계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겠습니다. 당에 의한 군대의 지배 전통이 굳어진 이래로 행정부는 당에 대한 권한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 국방부장관은 중앙군사위에서 주석과 부주석 3인 이후의 서열 5위에 해당하는 양광리에(梁光烈)가 맡고 있습니다. 상급자가 주석을 제외하고도 3명이나 있죠.

    지난 2008년 쓰촨(四川) 원촨(汶川)에서 대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만 9만여명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원자바오 총리가 현장에 달려가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인민해방군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여전히 군부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쟝쩌민 세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그랬다는 등의 ‘설’이 난무했지만, 현실적으로 총리가 긴급한 상황에서도 군을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었습니다.

    최근 보시라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공산당 정법위(政法委-공안 및 사법 담당) 서기가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것은 비상시에 군대 동원 요청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하면 총리의 군에 대한 권한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었죠.

    2010년 중화인민공화국국방동원법(国防动员法)이 만들어졌습니다. 문구 그대로 당이 아닌 국가 기구, 즉 국가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부에서도 국가 비상사태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입니다.

    당시 이미 태자당인 시진핑이 차기 총서기로 내정된 상태였고 현 총서기 후진타오의 직계 리커챵이 총리 내정자로 밀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진타오가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을 막고 자신의 직계인 리커챵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해석들도 홍콩 언론들을 통해 제기되었지만, 어쨌든 국가 비상사태에서 행정부의 수반이 가장 조직된 힘을 사용하지 못했었는데 이를 통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협조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죠. 행정부나 군으로서도 전에 없던 일이니까요.

    당의 국가, 당이 군대를 직접 지휘하는 국가 중국에서 군부의 역할은 앞으로도 상당히 주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처럼 직접 군에서 성장한 당의 지도자들이 나오기는 어렵고, 현재 당의 구조 상 군부의 인물들이 당의 최고 기구인 장치국상무위원회와 정치국에 많은 수를 진입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외적으로는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압박과 견제와 최근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의 적지 않은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각지에서 분출되는 민중들의 부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요구와 당의 권위에 대한 도전, 이 모든 복잡한 상황에서 당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인민해방군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이 당의 군대로 남을 것인지 또는 인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인지는 당과 정부의 몫이기도 하지만 또 군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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