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노사민정, 무엇이 과제인가?
    서울지역 공공부문 연대운동 필요
        2012년 08월 13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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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서울지역 노동정치운동의 재구성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4차례로 구성했다. 서울지역 노동 이슈 중 논쟁적이거나 평가가 필요한 것들을 주제로 선정하였다. 1차는 「주민노동자 조직화와 일반노조운동의 평가」, 2차는 「노동복지센터,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 8월 9일에는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무엇이 과제인가?」라는 제목으로 3차 토론회를 열었다. 김일웅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제는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 토론은 공성식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과 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이 각각 맡았다. 정리는 황종섭 진보신당 서울시당 교육조직부장이 했다.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시민단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맺은 정핵 합의 사항이다. 민주노총은 그간 노정협의기구를 만드는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민주노총과만 진행하는  별도의 노정협의기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노사민정협의회에 민주노총이 들어올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2012년 5월 21일 토론회, 6월 13일 7차 운영위를 열어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결정하였다.

    토론회에서 배기남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지자체 대응 및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개입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야권연대를 통해 지지했고, 노동정책에 대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서울시장이 운영하는 노사민정기구도 여전히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현재의 노사정 힘의 관계 구도에서 노동운동의 확대·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면서 서울시 노사민정협의기구가 노동3권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요구를 공식화하는 대화채널 기구는 될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어서 열린 운영위에서는 재적 18명 중 12명 찬성으로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결정하였다.

    반면 공공운수노조는 5월 29일 토론회에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와 노동복지센터 설립은 노동자 운동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노동자는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적은 것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와 “공공부문은 고용당사자가 지방정부로 교섭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며, 서울시와의 관계에서 시정협의회까지 생각해봐야 하고 또 이를 위해 일정한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이견을 확인한 후, 6월 11일 상집위원회에서 ‘노사민정협으회 참가는 반대하며, 노정협의기구를 실현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하였다.

    이후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와 관련한 논의는 쏙 들어간 상태다. 지금쯤 전술·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듯한데, 너무 조용하다.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참여와 관련해서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참여가 적절했는지 법·제도적인 측면과 참여 당사자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우선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중앙 노사정위원회와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다르지 않다고 봤다.

    왜냐하면 둘 다 ‘노사협력’, ‘노사상생’을 전제로, 지역 내 유망기업 유치를 목표로 삼아 협력적 노사관계 수립과 노동자 직업훈련을 핵심 과제로 수행하는 점에서 역할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연맹 차원에서 참여를 거부한 결정이 있었는데, 이러한 결정은 아직도 유효하고, 참여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 참여는 지역의 범위를 넘어선 문제라고 보았다.

    그리고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우선 노사민정협의회의 역할과 상에 대해서도 합의가 되어 있지 않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이루려고 하는 지점들과 서울시의 정책 방향도 괴리되어 있으며, 다른 지역 사례를 보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과 운영상의 한계도 있다. 위원 구성에서도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사용자 측의 참여를 강제할 수 없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서울시의 실무담당자가 참여하지 않고 있어 책임성 및 실질적인 집행력 확보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요컨대 운영이 제대로 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셋째로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서울모델’)를 노정협의기구로 보고 있는데, 2000년에 만들어진 이후 대상기관이 확대된 것 외에 진전사항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울모델 자체가 노사협의회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노사화합을 지향했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참여를 주장한 이들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들의 요구를 참여의 이유로 제시했는데, 오히려 이들 기관의 노동조합이 소속되어 있는 공공운수노조·연맹은 명시적으로 참여 거부방침을 세웠다.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어서 참여 당사자의 측면에서는 박원순 시장에 대해 너무 나이브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세훈 시장에 비해서 나은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지금까지 노사정 3자 협의기구가 모두 민주당 정권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 또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노사정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박원순 시장의 안이 더 진전된 입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참여 당사자인 민주노조운동의 역량과 주도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제 선정부터 서울시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 더욱이 노정협의 추진에 대한 관철노력과 투쟁조직화 없이 노사민정협의회 참가가 우선 논의된 것도 문제라고 보았다. 실효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들러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성식 연구원은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좀 더 회의적으로 보았다. 일단 참여를 결정한 이유가 객관적인 조건을 너무 무시한 정세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에 대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김철 연구위원과 결을 같이 했고, 현재의 노동운동 역량을 너무 크게 봤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판단이 진실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는 노동운동의 큰 계획 속에서 서울시 활용, 개입 등의 전술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중심으로 다른 것들을 사고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이렇게 되면서 노동운동 진영이 자기중심성을 잃고, 박원순 시장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김상철 사무처장은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냐 불참이냐는 핵심 문제가 아니고, 지방 행정에서 노동의제를 주류화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여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의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는 사실상 이런 계획 없이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로 들어간 것이고, 이런 사안은 굳이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김상철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주력 사업들에 노동을 안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노동과 관련된 사업들조차 현재 복지의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을 노동 의제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복지센터, 마을만들기, 서울시 복지기준선 등이 그렇다. 노동을 중심에 놓고 사고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서울시가 기계적 중립 등의 이유로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길들일 수도 있고, 이는 의도치 않게 노동 의제 협소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김철 연구위원은 기왕에 참여를 결정한 마당에 작은 성과나마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까지 당근 전략만 썼던 모습을 비판하였다. 이제는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현장 동력을 움직이겠다는 신호나, 협의회에서 과감히 탈퇴하겠다는 입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는 시정운영위에서 빠져있으니 오히려 채찍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노사민정협의회 틀 안에서는 부족한 역량이나마 우선순위를 정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보며 이것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것저것 하기 보다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핵심으로 잡고 힘을 모아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기의 성과라도 낸다면 지금보다 비판적인 의견이 줄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그리고 서울모델을 뛰어 넘는 새로운 노정협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정협의에 공공부문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분명히 공공부문과 관련한 역할이 있고, 노동조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노력들은 노사민정협의회와 별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성식 연구원은 지역 연대운동을 활성화를 대안으로 주장했다. 2007~8년에 서울지역의 연대사업이 활성화됐던 것을 예로 들었다. 서울시가 발표하는 정책에 공동 대응을 하면서 노정협의까지 나아가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버스 공용제 같은 사안을 잡고 공동 대응을 하면서, 서울시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고 견인할 힘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하였다.

    김상철 사무처장은 공성식 연구원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지역 연대운동을 강조하였다. 2007~8년에 연대사업이 잘된 것은 중심에 사회공공성연대회의가 있었기 때문이고, 여기서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을 장애, 빈곤, 노숙인 쪽과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지역 연대운동의 구성을 위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가 목적의식을 갖고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어떨까하고 제안했다.

    진보신당은 스마트카드, 지하철 9호선 등 공공부문 관련 사안들에 대응했지만, 여기에 고용문제 등이 걸리면 과감하게 던지지 못하는 점이 있다며,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나서주길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노정관계에서도 지역 시민들을 끌어안고 공공기관 운영의 민주화 등을 주장할 수 있지 않겠냐고 보았다.

    이에 대해 김철 연구위원은 공공부문과 관련한 여러 의제들을 준비하고 있으나, 현재 노동조합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노동조합 자체에 산적한 문제들이 있어서, 현재로는 여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지역 의제에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조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하였다.

    토론을 종합하면,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한 것에 비판적·회의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조하는 지점은 각각 조금씩 차이가 났지만, 공공부문과 관련한 서울지역 연대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통의 인식을 확인한 것은 이번 토론회의 성과로, 앞으로는 이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지역 노동정치운동의 재구성을 위한 연속 토론회의 마지막은 라운드 테이블로 구성된다. ‘서울지역 노동정치운동’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각 주체들의 전망과 계획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다. 8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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