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비하'
    현대건설 입간판 논란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2016년 12월 23일 05: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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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악명이 높은 현대건설이 공사현장 내 안전수칙 입간판에 여성을 비하, 산업재해 책임 회피 등의 문구를 포함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 황금동 현대 힐스테이트 건설 현장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 내용은 이렇다.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 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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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입간판(사진=건설노조)

    이는 명백한 여성 비하 표현이다. 더욱이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산재의 책임은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듯한 인식, 건설노동자에 대한 조롱도 내포돼 있다. 현대건설 자본의 ‘천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23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현장 노동자들은 이 입간판을 보고 “노동안전, 생명권을 조롱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를 개돼지로 보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날 ‘현대건설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 나라 건물은 건설노동자가 노동하지 않으면 1미리도 올라가지 않는다. 현대건설 원청 직원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건물을 올리는 사람들은 건설노동자”라며 “현대건설은 그런 건설노동자를 조롱하고, 건설노동자의 노동으로 아파트를 지어 팔면서 이 따위 망발을 쏟아냈다. 이 따위 망발에 당장 사죄하라”고 질타했다.

    노조는 “굴지의 재벌 대기업 건설사의 노동안전 준수가 아닌 ‘사고 나면 개죽음되는 건 노동자이며 또한 안전수칙 지키지 않은 노동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노동자의 땀방울을 존중하지 못하고, 개돼지마냥 노예처럼 부려먹으려는 건설사와 같이 일할 수 없다”고도 비판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선정한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건설에서 지난 10년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110명에 달하며, 이는 지난 10년간 산재 사망이 있었던 5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에 해당한다. 산재 사망 외에 산재로 장애를 갖게 된 노동자도 75명으로 가장 많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과 2012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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