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보다 더한 우병우
"박근혜 대통령은 훌륭, 존경한다"
국정농단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서의 그의 모습
    2016년 12월 22일 1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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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 중심에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두 사람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나라를 뒤집어 놓은 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몰랐다”고 답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22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도 특유의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표정과 말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아는지 묻는 질문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난 청문회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각종 정황 증거에도 당황한 모습 없이 일관되게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특위 위원들의 강도 높은 추궁에 낮은 태도로 “송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던 김기춘 전 실장과 달리, 청문회 중에 계속해서 메모를 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특위 위원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우병우 “박근혜 대통령, 존경한다. 훌륭한 분”

국민 90% 이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이 상황에서도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우 전 수석을 잡기 위해 현상금이 걸리는 일까지 벌어진 것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답해, 공무원으로서 그가 국민이 아닌 대통령 등 권력자에게만 충성해온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우 전 수석은 “국민들에게 미안한가”라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송구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안 의원의 계속된 추궁에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예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못한 것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구스러운 기색조차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다.

“우병우 증인을 잡기 위해 현상금을 건 것을 보고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우 전 수석은 “별 신경 안 썼다”고도 답했다.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데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던 우 전 수석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냐”는 질문에 우 전 수석은 “존경한다”며 “제가 민정 비서관 들어와서 수석이 된 이후에 직접 통화하면서 항상 저에게 말하기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 했고 그 진정성 믿었기에 존경한다. 비서로서 제가 보기엔 (박근혜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모른다”던 김기춘, “내가 한 게 아니”라는 우병우

우 전 수석에게 쏠린 핵심 쟁점인 ▲민정수석실의 대응문건 작성 ▲검찰의 해경 압수수색에 대한 압력 등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모든 사안에 “모른다” 혹은 “송구하다”고 답해 청문회를 보는 이들을 분개하게 했다면 우 전 수석은 단정적인 어조로 “내가 한 거 아니다”라고 말해 특위 위원들을 당혹케 했다.

“최순실씨가 우병우 장모에게 ‘차은택을 잘 부탁한다’라는 그 말을 했다고 하는데 장모로부터 차은택씨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나”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김기춘 법률미꾸라지 대부 밑에서 배우신 대로 오늘 답변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최순실, 차은택 등 관련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박 의원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에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한 이른바 ‘대응 문건’을 제시했다. 검찰 수사 상황과 향후 조사에서 어떻게 대답할지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이 기재돼 있다.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의 형식 등을 근거로 해 청와대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지적하며 “이 문건의 내용은 안종범 수석 공소장에도 나온다. 이 문건을 보면 전날 조사한 사람들에 대한 질문 내용, 현재 상황, 법적 검토 등 써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입을 통해 검찰 내부 조사 상황이 청와대로 흘러가 문건으로 작성됐다는 지적이다.

우 전 수석은 “그 문건은 저는 모르는 문건이다. 그런 거 작성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문건에 롯데 75억 기부금에 대한 답변 가이드라인도 있다. ‘당시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당시 사업목적에 맞지 않아서 되돌려준 것으로 기억함’ 이렇게 답변하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써 있다”며 “롯데가 75억을 압수수색 전날 돌려줬는데, 우병우 민정수석이 롯데에 알려줬다, 검찰도 이렇게 의심하고 있다”고 집중 추궁했지만, 우 전 수석은 “전혀 아니다”라며 “저는 그 70억인지 75억인지를 받은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돌려준 것도 물론 (모른다)”고 부인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 내역이 담긴 해경 서버를 압수수색을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압수수색 현장에 파견된 수사팀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질문에 “정확히 누군지 몰라도 수사팀의 누군가와 통화한 사실이 있다”며 “부장 검사급이나 그 이상(과 통화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해경에 서버의 제출을 요구하며 대치가 이어졌고, 해경이 이를 청와대 담당 비서관을 통해 항의한 것이 우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고 우 전 수석은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현장에서 검찰과 해경, 두 국가기관이 갈등 내지 대치하고 있어 상황만 파악해 봤다”며 “압수수색 장소에서 빠진 건 맞는 것 같고, (검찰은 해경에) 임의 제출하라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 해결할 거지, 청와대가 조정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상태에서 다른 조치는 안 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이 우병우를 꽂아줬다”는 장모인 김장자 회장이 소유한 기흥컨트리클럽 직원의 녹음파일 공개에도 “음성 변조다.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최순실씨의 존재를 모른다고 했다가 뒤늦게 영상자료 등이 공개되자 “착각한 것 같다”며 당황한 김기춘 전 실장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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