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정당법과 선거법, 헌법적 본질 왜곡
        2016년 12월 22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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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비폭력 평화 시위로 ‘대통령 국회 탄핵’을 성사시킨 촛불 시위였다. 여당의 일부조차도 성난 촛불에 굴복하여 대통령 탄핵 대열에 동참한 놀라운 촛불 시위였다. 이제 국민은 비도덕적이었던 정권을 대신하여 야당이 집권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그렇게만 되면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있을까?

    박근혜 집권 기간 동안, 야당은 제 할 일을 제대로 했을까? 국정원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은폐한 일,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뒷조사하여 제거한 일, 수백 명의 국민이 죽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일,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지목하여 제거한 일, 등등의 모든 일이 의미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의 붕괴였다. 4년 동안 진행된 박근혜 정권의 비자유민주주의적 일방통행을 야당이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적 이유는 야당 역시도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촛불 민심은 야당을 지지하는 것과 상관없이 도를 넘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축적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자,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촛불 민심으로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하고, 특검을 통해서 관련자를 처벌하고, 촛불 정국이라는 유리한 구도를 이용해서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한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똑같은 시스템에서, 주도하는 사람과 정당만 바뀌는 것으로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까?

    이제 우리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수단인 정치권력이 개혁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원인이 무엇인가? ‘헌법 위반’이다. 그런 이유로 헌법 위반에 대한 최종 심사를 헌법재판소에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각 정당들은 헌법을 따르면서 정치활동을 해 왔는가?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당 조항은 대전제인 1장 총강에 포함되어 8조에 있다. 그 중 8조 2항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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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라는 문구가 의미하는 것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그 내부 조직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즉, 정당 내부의 의사형성이 민주적 기본원칙에 합치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은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 담당하는 헌법적 기능과 정당의 헌법상의 지위에서 볼 때 ‘정당 민주주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정당 조직의 과두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한 헌법적 요구인 것이다.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는 당원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상향식 조직을 통한 상향식 의사결정으로 가능한 것이다.

    즉, 헌법상의 국민주권 원리(제1조 제2항)라는 이념적 기본 가치, 민주선거의 원칙(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다수결의 원칙(제49조) 등이 정당의 내부조직과 의사결정에 적용될 때만이 정당의 헌법적 지위가 정당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정당 정치는 이런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한국 정당 정치의 현실적 권력은 의회정치를 통해서 표출되고, 그러므로 국회의원 공천은 정당이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서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세력분포가 중요하다. 진짜 현실을 말해보자.

    총선이 다가 오면 원내 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정당들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당 대표와 당권을 장악한 측이 주도하여 추천하는 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들은 여의도 중앙당 책상 위에서 대부분의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하향식으로 낙점한다. 2,3배수로 추려서 경선을 실시하는 지역마저도 적은 비율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는 ‘총선용 영입 인사’를 갑자기 입당시키고 공천을 주기도 한다. 각 당이 대동소이하게 이렇게 후보를 결정하고, 국민들은 그렇게 공천 받은 인물들을 놓고 투표한다. 묻는다. 과연 이게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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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이자 대전제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내용적으로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헌법적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정당법과 선거법을 먼저 고쳐야 한다.

    선거법은 140페이지 분량이고 정당법은 11페이지 분량이다. 이 엄청난 차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정당법은 헌법의 본질적 요청에 법적 구속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물방망이 법이다. 즉, ‘알아서 하라 법’이다. 반면에 선거법은 정치 신인과 신생 정당을 억압하는 위헌적이고 과도한 규제로 그득하다.

    한국의 역대 독재자들과 3김이 편리하도록 배려했었던 틀이 유지되고 있는 법이다. 헌법이 요청한 ‘국민주권주의’와 ‘정당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비민주적 정당 시스템과 공정하지 못한 선거 문화를 존속시켜 온 정당법과 선거법이다. 정당법은 각 정당의 위헌적 의사결정과 활동에 대한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고, 선거법은 자유로운 선거를 억압하고 공정하지 못한 처벌이 가능한 법이다.

    이 결과가 국민에게 어떤 피해로 돌아오는가?

    즉, 현행 정당법은 당내 민주주의에 관한 규정과 그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당내 민주주의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것을 악용해 온 원내 교섭단체 정당들은 필연적으로 ‘패거리적 계파’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당권을 잡은 측은 ‘정당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정당법 속에서 ‘정치적 지대(rent)’를 누릴 수 있다. 그 정치적 지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총선 때마다 ‘공천파동’이 있었던 한국 정당정치다. 그렇게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국민과 당원이 아닌 ‘계파 실세’와 ‘계파 이익’을 위해서 정치행위를 하도록 강제되는 것이다.

    즉,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주권주의’의 헌법적 원리를 왜곡하면서 선출되고, 그렇게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국민과 당원을 위한 의정활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정치인은 자신을 공천할 수도 낙천시킬 수도 있는 존재에 충성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정치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당정치 질서를 거역하는 정치 신인과 신생 정당은 ‘선거법’에 의해서 차별 받고 가로 막힌다.

    나는 이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기 전에는 한국 정당정치의 질적 진전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노선에 입각한 경쟁, 이러한 정치가 가능하기 위해서 정당법과 선거법은 근원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 사회 특권 기득권 세력을 위한 99대1의 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가짜 보수’와 ‘가짜 자유민주주의’로 국민을 속여 온 집단이 새누리당이라면, 90대10의 사회와 정치적 기득권을 위해서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존을 해 온 정당이 민주당이라는 비판이 있다. 민주당에서 분리 된 국민의당도 아직 근본적 다름은 발견할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바뀌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정당정치 구조에서 기득권을 확보한 정치세력은 물론이고 야권 주변 엘리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대의 민주제’에 ‘직접 민주제’를 결합하라는 것이 미래의 흐름이다. 그런데 아직도 ‘헌법에 입각한 대의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촛불 그 이후, 정권 교체가 사회적 희망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보는 이유다. 정당법과 선거법은 국회 과반의 찬성으로 지금이라도 의결할 수 있다.

    국민 기본권 신장, 지방분권 강화, 직접민주제 도입, 사법 개혁 등을 담은 개헌에 찬성한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당내 민주주의’와 ‘공정한 선거’를 거부하는 정당법과 선거법에 침묵하면서 개헌을 말하는 것은 정치적 위선이다.

    헌법에 위반되는 선거법과 정당법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자, 그가 촛불을 이어가는 정치인이다.

    필자소개
    콜리젠스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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