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카르텔',
박근혜 게이트와 황우석 사태
조직의 사적 이익을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사회
    2016년 12월 19일 1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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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박근혜 게이트”라는 무비의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10여년 전의 일이 겹쳐집니다. 바로 한때 대한민국에서 매일 매일의 주요 화제로 올랐던 “황우석 게이트”(2016년)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게이트” 사건은, 우리가 익히 체험적으로 알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고 생각하려 하지도 않는, 그런 대한민국의 이면의 모습을 환히 비추어주는 “등불”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씨가 40%대의 지지를 받는 버젓한 국가원수에서 몇 주 만에 기초적 상식이나 양심이 결여되고 약물주사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특급의 범죄자로 전락했습니다. 황우석은 몇 개월 사이에 대한민국 대표 과학자이자 국가이미지 대사에서 특등의 사기꾼으로 돌변됐습니다.

한데 사실 그 유사성은 그것보다 훨씬 더 깊습니다. 박근혜 씨는 비록 외피적으로는 “대통령”, “고급 정치인”으로 보인다 해도 실제로는 스스로 그 무엇도 결정할 줄 모르는 의존성 인격장애의 소유자이자 극도로 무식한 범죄자이었습니다. 황우석씨는 외피적으로 “교수”, “연구자”로 보여도, 그의 실제 모습은 연구윤리가 뭔지 모르는 사기꾼이자 부하에 대한 철저한 착취자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두 사람이 “전락했다”기보다는, 두 사람의 실제적인 진면목이 결국 만천하에 밝혀졌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의문이 시작됩니다. 박근혜의 정계 입문은 1997~8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때부터 2012년의 대선까지 거의 15년 동안이나 그녀를 수백, 수천 명의 동료 정계 관련자들이 관찰할 기회를 가졌을 겁니다.

최순실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고급 정보야 소수에게만 있었겠지만, 기초 상식의 부족, 사고 능력의 제한성, 아버지에 대한 무비판적/맹목적 태도, 극도의 의존성 인격장애, 그리고 공과 사의 구분이 뭔지 모르는 정치-사회적 의식의 한계 정도는 상당수가 눈치챌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거기에다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이런 인간은, 즉 수백 명의 아이를 태운 배가 침몰 당해도 그 시간에 구조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머리나 올리고 밥이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런 인간이 “대통령”쯤 되면 이게 바로 국가적 재앙에 해당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새누리당 등 정계 관계자들이 없었을까요?

있었겠지만, 다들 침묵하면서 “대세”에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대세”란 바로 약물 중독에 빠진 사이코패스의 “대통령” 행세이었죠. 황우석의 “줄기세포”에 대한 의문들은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는 꽤나 폭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MBC 기자들이 이 일을 파고들기 시작하기 전에는, 황우석의 동료나 부하, 그리고 학계는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국고 자금이 사기꾼들에 의해서 탕진되는 동안 말이죠.

박과 황 사과

사과하는 박근혜와 황우석의 모습 자료사진

“침묵의 카르텔”? 이게 사실 무서운 현상입니다. 군대나 조폭 조직을 그 모델로 하는 대한민국의 “조직 생활”에서는, 개인의 양심에 따르는 행동들은 불허되고, 철저하게 처벌됩니다. “박근혜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몇 명의 시민 활동가나, 오랫동안 실업자로 살아야 했던 황우석 사건의 내부 고발자 등의 운명을 한 번 생각해보시죠.

“조직 생활”의 패턴은, 조직의 사적 이익을 다수의 공공이익보다 더 우선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보스들이 그렇게 원하기만 하면 스스로 앞가림할 줄 모르는 약물 중독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받드는 일에 관여할 수도 있고, “줄기세포” 조작도 묵과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조직 안에서의 생존이 먼저죠.

공공성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는 어쩌면 이런 행동 패턴은 당연할지도 모르죠. 실업수당도 10개월 이상 주지 않는 국가인데, 조직에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되는 거죠? 그리고 귀족층에 속하는 파렴치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양심적 행동의 저해요인으로 작용될 것입니다.

황우석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은 하루라도 옥살이를 했나요? 박근혜씨도, 아무리 본인은 정치적으로 몰락해도 “친박” 마피아는 얼마든지 일부의 영향력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걸 알고 양심적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양심적 행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고 도와주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익만 추구하는 부패한 귀족 패거리들이 이 나라를 계속 좌우하고 있는 이상 과연 우리에게 바람직한 미래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필자소개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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