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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시스템이 다르다
    [몬드라곤④] 대학 등 교육시스템
        2016년 12월 19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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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드라곤 대학

    연수 마지막 날인 4일차는 몬드라곤의 교육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일정입니다. 오전에는 오냐띠에 있는 몬드라곤 대학의 경영학부를 방문하고 오후에는 빌바오로 돌아가 그곳에 있는 MTA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몬드라곤 대학의 분원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몬드라곤은 많이 알려진 대로 호세 마리아 신부가 세운 기술학교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차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호세 마리아 신부가 몬드라곤에 부임한 1941년에는 가난한 몬드라곤의 아이들이 갈 학교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그곳에는 몬드라곤의 기업집단인 세라헤라유니온의 부유층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노동자들의 자녀들도 입학시켜달라고 부탁해보았지만, 단호히 거절당했습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새로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하고 주민들을 설득해 돈을 모으고 몬드라곤 시장을 비롯하여 유력 인사들을 끌어들여 기술학교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더 공부하고자하는 가난한 청년들을 인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주선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이렇게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신부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친 제자들 중 다섯 명이 세라헤라유니온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 것이 바로 울고(ULGOR)입니다.

    울고는 몬드라곤의 첫 협동조합으로서 1956년에 설립됩니다. 교육을 중요시했던 호세 마리아 신부가 지역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학교를 세우는 등의 활동을 한 지 15년만의 결실로 몬드라곤그룹이 첫 발을 뗀 것입니다. 그래서 몬드라곤은 호세 마리아 신부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 이 기술학교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몬드라곤에서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부문이고 이 기술학교가 지금의 몬드라곤 대학으로 발전합니다.

    이후 사범학교와 기술연구소 이켈란 등이 만들어져 몬드라곤의 지식부문을 형성합니다. 그러다 1997년 바스크 지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학교들을 모아 설립한 것이 지금의 몬드라곤 대학입니다. 그래서 몬드라곤 대학은 단과대학별로 각 지역에 흩어져 있습니다.

    이원표4-1

    현재 몬드라곤은 4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 방문한 오냐띠에 경영대학이 있고, 공과대학과 인문대학,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진 요리대학이 있습니다. 경영대학을 제외하고 다른 3개 대학은 졸업하기 위해서 각자 창업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합니다.

    몬드라곤의 교육은 실제 현장에서 유용한 지식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경영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더 직접적입니다. 경영대학의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인턴십을 할 기업을 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 중 2일은 기업에서 근무하고, 3일은 대학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대학의 수업이 현장과 동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대학의 우수한 인재와 최신 경영 이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인턴십을 나갈 기업의 절반은 몬드라곤 그룹의 협동조합이고, 나머지도 거의 바스크의 지역기업입니다. 각 기업에서 인턴십을 요청하면 대학은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여 4년 동안 함께 할 기업을 연결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인턴십 기업이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턴십을 나간 학생의 50% 정도는 졸업 후 해당기업에서 계속 일을 하는데 이 비율을 높이는 것이 몬드라곤 대학의 목표라고 합니다.

    인턴십 기간 동안 급여는 보통 3학년 이상이 되어야지만 지급된다고 하고, 급여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어서 등록금을 마련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몬드라곤 대학은 사립대이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편입니다. 1년에 약 1만 유로(한화 1200만원 가량)입니다. 국립대학은 1/10 수준입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사립대들이 등록금이 비싼 만큼 졸업 후 취직이 확실하고, 교육의 질도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돈 때문이 아니라면 특별히 우리처럼 국립대를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가이드의 사견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보다 더 현장 밀착형의 교육은 MTA(Mondragon Team Academy)의 LEINN과정입니다. 학생들이 실제 창업을 하고 이를 통해 학습해가는 과정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오후에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물었는데 지금은 특별히 협동조합 자체에 대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과목이 4~5개 있었지만 교육의 효과가 크지 않아서 거의 없어지고 1~2개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MBA과정처럼 몬드라곤 조합원을 위한 학습과정이 있는데 여기서는 각 조합의 총회와 운영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중에 MTA 코치 알렉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배울 때, 자전거의 역사와 원리를 먼저 학습하지 않는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균형을 잡아 몸에 익히는 것이 먼저이듯 협동조합도 원리, 원칙, 가치가 먼저가 아니라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몬드라곤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대학 자체가 협동조합이라는 점입니다. 교직원, 학생, 그리고 대학 설립에 출자한 몬드라곤그룹의 협동조합들이 조합원이고 3자가 같은 비율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합니다. 알렉스의 말처럼 특별히 협동조합을 교육하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오는 순간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청소년을 위한 협동조합 교재와 교과과정이 있어야한다는 논의가 많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학교에 협동조합이 있는 게 아닐까합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협동조합네트워크의 활동은 가장 좋은 협동조합 교육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협동조합이지만 교육과정까지 투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교육과정 관련된 팀이 있고 여기서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합니다. 다만, 대학원에 석사 과정을 개폐할 때 이사회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대학의 운영에 대해서는 협동조합으로서 민주적 관리가 이뤄집니다.

    이외에는 한국의 대학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기업인을 위한 CEO과정이나, 평생교육과정 등이 있어 여기서 협동조합 운영이나 경영,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정이 있는 것 같고, 산학협력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몬드라곤 대학이 그룹의 중요 부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인재 양성 외에도 기술개발 등이 이 곳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MTA(Mondragon Team Academy)

    연수 마지막 일정은 몬드라곤 대학의 MTA과정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빌바오의 연수단 숙소 인근에 대학 분원이 있고 이 곳에서 MTA과정이 진행됩니다. MTA의 팀 학습 방식의 경영수업은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몬드라곤에서 이를 배워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착시켰습니다. MTA과정은 학부과정인 LEINN(Leadership,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이 있고, 석사과정과 재직자과정 등이 있는데 오늘은 LEINN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LEINN 코치로 있는 알렉스와 실제 LEINN프로그램 4학년인 이글루 팀의 아마이아와 안젤라가 함께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m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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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LEINN 프로그램에는 42개 팀 700명이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창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강의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창업팀들의 사무실과 협업공간 등이 있고, 일부 유망 기업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공간 자체는 서울혁신파크 등의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을 하는 한국의 공간들과 특별히 달라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드웨어는 여기나 한국이나 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MTA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서 알렉스는 몬드라곤의 기업가정신을 꺼내었습니다. 스페인내전 이후 피폐한 바스크를 살리기 위해 호세 마리아 신부와 그 제자들이 울고와 카하라보랄을 만들어 오늘날의 몬드라곤 그룹을 탄생시켰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사회를 변화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스페인에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몬드라곤에 혁신은 없었고 그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파고르의 위기는 파산한 2013년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감지되었다고 합니다. 알렉스가 당시에 처음 파고르에 입사를 했는데, 입사 첫 해부터 급여를 삭감해야했다고 합니다. 위기의 대응 방식이 급여삭감 외에 특별한 대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무력한 대응이 몬드라곤 대학으로 하여금 변화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MTA가 도입되었고, 2009년부터 본격적인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파고르의 파산을 막기까지는 역부족이었지만, MTA를 통해 배출되는 젊은 기업가들이 몬드라곤의 혁신을 다시 이어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해마다 LEINN 프로그램에 36명의 학부생을 선발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LEINN의 팀 아카데미에는 학생과 교수가 없고, 당연히 교실도, 수업도, 시험도 없습니다. 대신 학습팀과 코치가 있고, 실제 회사를 설립하여 고객을 만나는 것이 교육과정입니다. 모의창업이 아니라 실제 회사를 만들고, 배정된 코치는 학생들에게 고객 및 수익률의 관리 등을 어드바이스 하는 게 교육의 내용입니다. 평가는 고객이 하고, 성적표는 매출입니다. 따라서 정해진 매출을 넘기지 못하면 유급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한 학생들은 LEINN 과정에서 창업한 기업을 계속 이어가기도 합니다.

    창업을 위한 자금은 학생들이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주로는 대학에서 주선하여 융자를 받습니다. 융자는 모두 자기책임 하에 상환을 해야 하고 이것 역시 LEINN 프로그램의 취지인 것 같습니다.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기업가로서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창업교육이 많습니다. 가까이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있고, 협동조합 창업을 진흥하기 위한 여러 모색도 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청년사관학교가 있어 청년기업가를 기르고, 지역별로 청년창업 500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무수한 창업교육이 진행되고,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는 우리와 몬드라곤의 MTA는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공식일정을 마치고, LEINN 졸업생인 욘 안더가 찾아와 이글루의 아마이어와 함께 뒷풀이(?)를 했는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야심찬 계획들을 듣고 청년이 다른 게 아니라 사회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새들의 공항을 만들겠다든지, 게르니카와 히로시마의 평화교류사업 등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이 청년들을 위해 사회가 기꺼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망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MTA 프로그램도 마지막에는 1억 남짓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말에 다른 놀랬는데, 욘 안더는 MTA마저도 갑갑했다고 합니다. 물론 졸업을 앞둔 아마이아는 걱정이 많은 걸로 봐서 졸업생의 호기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연수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마침 찾아와 준 몬드라곤 대학의 학생들 덕에 빌바오의 금요일 밤까지 누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빌바오의 밤거리를 다니며 머릿속 한 가득 들어차던 생각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실현시킬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지만, 어쨌든 굉장히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잘 정리해서 연수의 경험이 작게나마 성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필자소개
    대전 사회적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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