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의 역사, 그 대안은?
[책소개] 《긴축》(마크 블라이스 / 부키)
    2016년 12월 17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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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미래, 긴축

긴축은 미국과 유럽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단어인 것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낯설다. 그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긴축을 별로 언급하지 않았고, 국가부채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토목 사업과 문화 사업에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여하면서 국가부채가 늘고 있다는 우려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덕분에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던 긴축 논쟁은 한국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니 국가부채 문제가 진지한 논의 대상이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정도로밖에 인식이 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가 미국과 유럽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가 뚜렷해진다.

그간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에는 국가부채 비율이 44.8%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어쩌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은 상태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991년만 해도 64% 수준이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이토록 늘어난 것은 불황과 인구요인에 따른 세입 감소가 겹치면서였다.

한국은 지금 1990년대의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조선업을 비롯하여 한국 수출의 주력 산업들이 흔들리고 있고, 무역은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키워놓은 경기도 한계에 다다랐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부채가 엄청난 상황이라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언제든지 은행 위기나 대규모 불황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커다란 정치 스캔들로 이런 문제들이 수면 아래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현재의 문제들이 조금씩 가시적인 문제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재정정책과 국가부채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더욱이 올해 말,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거의 확실시 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해외 자본이 급격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서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고 경제 문제들을 풀어가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되었을 때, 긴축이 부각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40%의 국가부채 비율만으로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우려스럽다고 말할 만큼 막연하게 국가부채는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렇듯 국가부채에 대해 막연한 도덕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긴축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쉽고, 사태를 잘못 이해하기 쉽다. 이 책에서 드러나지만 유럽이 바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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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터진 나라들은 한국과 유사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기존 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 상품으로 떠받쳐진 부동산과 금융 시장이 문제를 일으켰다.(본문 138~148)

이런 문제들을 배경으로 재정 위기가 터져 나왔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유럽이 겪고 있는 높은 실업율과 정치적 불안정을 우리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경험을 이해하고 교훈을 얻는 데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간 2008년 금융 위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많았어도 그 이후를 살피는 책은 거의 없었다. 마크 블라이스의 이 책은 바로 그 부족함을 채워준다. ‘긴축’을 키워드 삼아 2008년 이후의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을 명쾌하고 짚음으로써 유럽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제시해주고 있다.

2008년 이후 대체 무슨 일이? ― 짧았던 케인스주의의 귀환과 긴축의 부활

금융 위기 이후 시장, 특히 금융 시장의 자유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신자유주의는 힘을 잃었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로 꼽히는 전(前) 미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조차 『파이낸셜타임스』에 자기반성의 칼럼을 썼을 정도였다. 그리고 케인스주의가 다시금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세계는 정부가 대규모로 은행 구제에 나서는 것을 목도했으며, 각종 사회보장제도들을 입안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격했다. ‘거장의 귀환’이었다.(본문 121~123, 131쪽)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반격은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에서 시작되었다. 토론토 G20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경제지에 유럽중앙은행장 장 클로드 트리셰와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를 중심으로 경제부양책을 멈추고 ‘확장적 재정 건실화’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G20이 채택한 공동성명서는 ‘성장친화적 재정 건실화’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중단을 촉구했다. 짧은 시간 사이에 케인스주의에서 긴축으로 기조가 바뀌었고, 많은 선진국 경제 관료들과 중앙은행장들이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본문 130~134쪽)

얼마 지나지 않아 성명서를 넘어 여러 유럽 국가들에 실제로 적용되기에 이른다. 2010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치솟아 오르면서 이른바 ‘국가부채 위기’가 발발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5월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가 개입했는데, 이들은 구제금융과 차관을 제공하면서 피그스 국가들에게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비롯한 공공 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긴축정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발맞춰 미국 의회에서도 재정적자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루미니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레블 동맹이라 불리는 국가들에서까지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다. 케인스가 가고 긴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원인을 호도하고 본질을 숨기다

긴축은 왜 이토록 빠르게 당대의 정책으로 자리 잡았을까? 저자는 이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위기의 진단과 긴축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유럽의 긴축이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경제정책이 선택될 때, 문제설정이 정확한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문제에는 속임수에 가까운 호도들이 자주 끼어들어 공공의 이익보다 특정한 집단에게 이익을 몰아주거나 책임을 피해가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속지 않으려면 경제 문제에 대한 진단을 잘 살펴야 하고, 해결책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위기 때는 더더욱 그렇다. 유럽에서 긴축이 적용되는 과정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럽에 긴축이 불어 닥친 결정적인 계기는 이른바 ‘피그스’라 불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에서 터진 재정 위기였다. 금융 위기가 진정되고 국채 이자율의 폭등에 의한 유동성 경색으로 재정 위기가 터지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유럽 재정 위기를 전했던 국내 언론들이 잘 보여주었듯이 복지 지출이 뭇매를 맞았다. 국가부채를 무절제하게 늘리는 방만한 재정 운용이 위기의 원인이었던 만큼, 이제는 건전한 재정 유지를 위해서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당연히 위기 당사자들에게는 구제금융과 차관의 조건으로 긴축정책이 부과되었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원인이 방만한 재정 운용에 때문에 늘어간 국가부채 탓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이런 진단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본질을 흐리는 거대한 속임수임을 보인다. 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규모가 늘어간 중요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2008년 당시 흔들렸던 은행들을 구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난 국가부채는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의 은행들과 투자자들은 유럽 주변부 국가 국채 매입을 멈추지 않았다. 유로화와 유럽중앙은행이 도입되면서 이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 나라들의 국채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막대한 규모로 레버리지를 키워서 국채를 사들여 놓으면 국가와 중앙은행이 자신들을 파산하도록 둘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덕적 해이였다.(본문 160~166쪽)

피그스 국가들의 경제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간에는 국채 투자자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문제가 터지자, 그리스 국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고, 그리스 국채에서 본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다른 자산들도 팔기 시작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나서야 피그스 국가들의 약점이 부각되어 국채 이자율이 폭등한다. 애초에 재정정책과 공공 지출은 폭등한 국채 이자율과 별로 관련이 없었다. 관련 있었던 것은 유로화라는 통화제도와 그 제도를 이용하여 높은 수익률을 노린 은행들의 투자 행태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과 유럽 중심국들은 은행 위기가 발생하도록 놔둘 수 없었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은행들은 규모가 너무 커서 이 은행들이 무너지면 유럽 전체 은행 시스템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긴축은 그래서 시행되었다. 대형은행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은행들이 사들인 자산의 가치를 유지시키고, 흔들리는 은행들의 구제를 대비해서 경기 위축, 임금 하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국가 재정을 확보해야 했던 것이다. 긴축이 실행되는 진짜 이유는 은행을 살리기 위함이었다.(본문 166~175쪽)

피그스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이 경제 위기의 원인인 듯이 말하는 언설은 대안을 긴축으로 몰아간다. 긴축으로 은행들과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유지되지만 자산이 적고 그 달 그 달의 임금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음하게 된다. 경제 정책을 평가할 때 그것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누구에게 책임과 부담이 돌아가는지가 중요하다. 긴축은 금융 자본과 경제 엘리트들의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이다.

편견과 잘못된 이론이 눈을 가리다

유럽인들이 이러한 실제를 보지 못하고, 긴축정책이 경제 관료와 지식인들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이유는 엄청나게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은행들을 그대로 망하게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 제도를 잘못 만들어 온 탓에 여러 국가 전체의 경제가 금융 자본에게 인질로 잡힌 대가였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편견과 이론의 힘이 작용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럽에서 긴축정책이 시행되었던 양상은 이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유럽은 이미 여러 나라들이 동시에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겪은 바가 있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은 1930년대 때였다. 미국의 후버 대통령은 ‘흥청망청 쓰면서 번영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하며 긴축을 실행했다가 대공황을 낳는다. 영국은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위해 긴축을 수행하다가 수렁에 빠진다. 독일은 사민당은 리카도주의적인 마르크스주의에 빠져 긴축을 방관해서, 일본은 금본위제로의 복귀가 문명 표준이라 생각하여 긴축을 주장해서 경제를 망쳐놓는다. 결과는 나치즘과 군국주의로 돌아왔다. 프랑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비조차 축소하는 긴축을 실행했다가 나라를 잃었다. 위기 때 긴축은 더 심한 불황과 위험을 가져온다는 교훈을 얻고 경제정책을 전면 선회한 스웨덴만이 환란을 피해갔다.(본문 324~362쪽)

케인스의 수요중심경제학은 이 1930년대의 교훈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여 당시의 긴축 논리를 논파했다.(본문 235~238쪽) 그러나 역사의 교훈을 잊고 유럽은 다시금 여러 나라들에 긴축을 강제하고 있다. 긴축이 이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되돌아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절약은 선이고 낭비는 악이라는 도덕성에 호소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미스를 비롯해 공급 중심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이들이 오랫동안 기대어 온 논리로, 독일 총리 메르켈 역시 긴축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논리를 사용했다.(본문 210~217쪽) 영미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의 논리와 독일의 질서자유주의 역시 긴축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주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본문 251~263, 278~296쪽) 그 결과 긴축의 1930년대의 교훈은 점차 잊혀 갔다.

긴축이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보코니 학파가 제시한 ‘확장적 긴축론’ 덕분이었다. 이들은 긴축정책은 기업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 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노동 개혁’을 포함한 경제 구조조정도 같이 언급된다. 이들은 리카도 대등정리, 공공선택이론 등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뼈대를 이루는 이론들과 질서자유주의적 사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일군의 이탈리아 경제학자들로, 이들의 목소리는 각국의 재무장관들과 국제기구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한다.(본문 297~315쪽)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재검토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실상은 긴축이 아니라 다른 이유들로 성장을 회복했거나, 그 직후에 심대한 불황으로 빠졌음을 밝힌다. 그리스를 비롯하여 이들이 언급하지 않는 수많은 나라들의 상황은 끔찍하다.(본문 366~396쪽) 소위 전문가들도 잘못된 이론과 그것에 맞춰 재단된 자료들에 휘둘리는 것이다.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기

2013년에 쓰인 이 책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원리주의적인 긴축정책은 저소득층의 삶을 파괴하고,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정치와 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기에 궁극적으로 정권이 전면적으로 교체되거나 파멸적인 결과로 치달아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의 경제 제도로 이득을 보는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도 좋을 것이 없다고 경고한다.(본문 57~58쪽)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유럽은 정확히 이 예측을 따라가고 있다.

긴축정책을 받아들인 국가들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평등이 심화되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등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도약하며 기성 정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들은 사회에 깔린 불만을 유럽연합의 기획과 이민자들에게 돌리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긴축이 좋은 선택이 아니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어떤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까? 일단 하나의 단초는 현재 긴축을 불러온 근원이 실제로는 은행 위기라는 것에 있다. 즉 투자은행이라는 모델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은행들을 구제하고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는 대가로 각종 재정정책과 공공 지출을 줄이는 것이 경제 전체를 망쳐놓는다고 한다면, 그 비용을 고려하여 당장의 고통을 감수하고 은행이 파산하도록 두거나 투자은행 모델 자체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는 그 사례로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를 제시한다. 아일랜드는 은행을 국가가 구제하여 여전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실 채권을 처리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반면, 아이슬란드는 부실 은행을 청산하고 건전한 실업율과 경제성장률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본문 401~415쪽)

국가부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국가부채는 경제성장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의 국가부채를 줄이면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종류의 증세가 있지만 저자는 금융억압과 최고 소득 계층을 겨냥한 세금을 제시한다. 여기서 금융억압은 채권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법이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세수 증가를 통해 긴축 없이 국가부채를 줄일 수 있다.(본문 415~422쪽) 무엇보다 이 길이 공정한 길이며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막는 길이다. 그간 위기를 발생시킨 은행 시스템을 통해 자산을 늘린 사람들과 구제금융으로 위기의 책임을 피해간 이들에게 은행 위기와 국가 재정 위기의 고통을 분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듯 경제와 정치는 서로 불가분으로 엮여있다.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정책은 유지불가능하다. 유럽의 경험은 건전한 경제를 위해서는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성장을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책임과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함을 환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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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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