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핵심은 '관계의 복원'에 있다
    [서평] 『보이지 않는 주인(Life inc.)』(더글러스 러시코프 저/ 웅진지식하우스)
        2012년 08월 12일 1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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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리야르가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규정한 이래로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늘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왔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에서 이르러 사용가치(Usefulness)에 대한 소비가 기호(Sign)에 대한 소비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여가 소비를 포함한 모든 소비는 기호 가치를 가지며, 타자와의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이자 의미를 발산하는 기호라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주인(Life inc.)』의 저자 더글라스 러시코프 역시 소비사회에서 상징으로서의 소비가 현실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재미있는 점은 신민-시민-노동자에 이어서 소비자가 된 개개인이 어째서 기업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는가? 에 대한 물음에 대해 ‘코포라티즘(Corporatism)’이라는 용어를 동원하여 진단을 내린다.

    여기서 저자가 사용한 ‘코포라티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유럽 사민주의 국가의 조합주의와는 구별되는 ‘기업지배’를 뜻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식민지 개척시대의 군주들이 어떻게 상인들과 손을 잡게 되었는지, 또 상인들은 어떻게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결탁하여 기업을 만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나치 독일과 파시즘 국가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수행해온 대중 통제 수단을 나누어 가지게 된 승전국과 이들 기업은 마침내 공동체 안에서 개인과 개인의 유대를 통해 이루어져 오던 사회적 관계를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해체하고 이를 대량생산 된 상품의 브랜드, 즉 보드리야르 식으로 말하자면 기호와 상징으로 대체 하게 되었음을 재확인한다.

    저자의 인식은 단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문제부터,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펴보며 끊임없는 성장을 전제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 중앙집권화된 오늘 날의 경제상황은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이를 공고화 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이 ‘기업처럼’ 사유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이러한 코포라티즘에 맞서려는 개인들이 행하게 되는 가장 커다란 착각과 실수는 이들 역시 기업의 작동·사유 방식을 통해서 이와 맞서려는데 있다.

    이것은 ‘적과 싸우며 적을 닮아가는 현상’을 초래할 뿐이며, 근본적인 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다. 공정무역도, 탄소절감을 위한 더 많은 소비도, 기부행위를 통한 만족과 죄책감 해소도 코포라티즘에 다른 이름을 부여한 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중앙집권화 된 경제 체제 혹은 화폐 체계는 선험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르네상스 이전, 암흑기로 불리던 중세에는 무역에 사용하는 중앙집권적인 화폐 이외에도 지역 공동체가 사용하는 화폐가 따로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지역 공동체를 수탈하기 위하여 화폐를 중앙집권화하는 과정에서 대기근과 페스트가 창궐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주인(Life inc.)』의 마지막장에서 코포라티즘에서 탈출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비교적 널리 소개되고, 또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지역대안화폐와 로컬푸드 등을 통한 대안경제체제이다.

    결국 자본이 만들어 놓은 소비주의 그물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이것이 결코 선험적이지 않음을 인지하고, 자본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파괴된 공동체 – 브랜드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 – 를 복원하는 것이다.

    본래 자본과 기업의 노예로 사는 것이 우리 몫이 아니었다면, 소비주의의 노예로 사는 것 또한 본래 가지고 있던 우리 몫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래대로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결코 이상주의나 소수의 탈출을 부르짓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만든 기만에 반격하는 한에서만 “다시 인간으로”라는 유효하고,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독자.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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