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야, 아빠랑 산에 가자
    2016년 12월 15일 02: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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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입시산 동행기’를 연재한다.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한석호씨의 글이다. 전노협, 금속연맹, 민주노총 등에서 조직쟁의와 대외협력 사업을 30년 가까이 맡으면서 활동해온 한석호씨의 가족 특히 딸과의 대화, 소통, 갈등, 고민 등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동시대의 많은 이들이 함께 부대끼며 고민해왔고 고민할 주제이기도 하다. 필자 고민의 일면은 첫 글 ‘연재를 시작하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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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나에겐 딸이 하나 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딸의 고등학교 3년 기간, 나는 딸과 함께 산을 올랐다. 북한산을 중심으로 관악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 등이었다. 딸과 나는 1박3일 일정으로 한겨울의 지리산 천왕봉도 올랐고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을 남겼다. 우리는 수능시험 직전에도 산에 올랐다.

그렇게 오른 ‘동반산행’이 총 38회였다. 3년간 38회, 그다지 많다고 할 순 없다. 그렇지만 딸은 입시에 쫓기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횟수의 산행이었다.

한1

딸과 나는 산을 올랐다. 2013년 12월 3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그렇게 산행을 하며, 나는 딸의 ‘입시산’에도 더불어 올랐다. 대한민국 입시산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험악하기로 소문난 산이다. 등산과 하산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고약한 산이다. 나는 입시산을 딸애의 아빠요 친구로서 더불어 올랐고 더불어 내려왔다.

나는 과정을 그때그때 틈틈이 기록했다. 내용을 모아서 딸내미의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넘기려는 뜻이었다. 그랬던 것이 책으로 이어졌다. 머지않아 출판될 예정이다.

출판에 앞서 레디앙에 먼저 연재하게 되었다. 몇 꼭지를 뽑아 연재하면, 책 판매에 도움 된다는 출판사의 권고가 있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겠다. 그러나 연재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내 주변엔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특히 현장 노동자들은 책 사러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SNS와 페이스북을 하는 이가 꽤 있다. 그들 중의 많은 사람이 제 자식을 힘들어한다. 딸과 나의 3년이 도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되게끔 모든 꼭지를 연재하고, 페이스북에 띄워 올릴 생각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딸과 나의 3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이의 3년에 돋보이게 공을 세운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전혀 아니었다. 지난 3년, 가장 정성스럽고 힘들게 동행한 사람은 아이의 할머니와 엄마였다. 나는 흉내와 생색에 머물렀다. 입 발린 소리가 아니다.

할매와 아내는 언제나 아이가 우선이었다. 2013년 5월 17일 도봉산 망월사에서

할매와 아내는 언제나 아이가 우선이었다. 2013년 5월 17일 도봉산 망월사에서

이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빠가 없는 학생, 또는 아빠 없이 학생을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다. 등산을 할 수 없는 장애인 학생, 또는 장애인 가족이 있다. 대학입시와 무관한 탈학교 청소년, 또는 탈학교 청소년의 가족이 있다.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그런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양해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이다. 딸은 꿈을 펴지 못하고 별이 되어 떠난 단원고 아이들과 동갑내기다. 요즘 나는 거의 매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움직인다. 그날의 절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아이들을 편하게 보내고 활짝 웃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지금처럼 심신을 쏟아부으며 변치 않고 함께하겠다는 맹세로, 글을 연재하고 출판하는 내 마음의 미안함을 대신한다. 이 약속이 싸구려 약속이 되지 않도록, 내가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딸아이의 이름을 걸고 다짐한다.

한3

딸은 별이 된 단원고 아이들을 추모했다. 2014년 10월 3일 팽목항에서

필자소개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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