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부문의 협동조합
    [몬드라곤③] 파고르와 울마 그룹
        2016년 12월 14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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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드라곤②]라보랄쿱챠, 에로스키

    파고르 에델란(FagorEdelan)

    연수 3일차 첫 번째 방문기관은 파고르 에델란의 부설연구소인 에데르텍입니다. 몬드라곤의 핵심 주력 부문인 제조산업부문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한 일정입니다. 오후에는 역시 산업부문의 하나이면서 몬드라곤의 다른 그룹과는 약간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울마(ULMA) 그룹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에데르텍에서 우리를 맞아주신 분은 연구소 책임자 중에 하나인 리카드로 라브라도입니다. 사실 이곳은 연구소여서 파고르 그룹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살피기는 어려웠지만, 앞으로 파고르그룹의 미래를 만들어갈 곳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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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은 12개의 디비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파고르 그룹은 그 중 5개의 디비전으로 나눠져 있고, 오늘 방문한 파고르 에델란은 자동차부문의 디비전입니다. 정확한 수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파고르 에델란 그룹 내에 여러 협동조합과 자회사들이 협력하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연간 약 6억 유로 정도 됩니다. 공장의 대부분은 바스크 지역에 있고, 그 외 중국과 슬로바키아 등에 해외공장이 있습니다.

    해외공장을 만드는 이유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적시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몬드라곤의 글로벌화는 해외공장 노동자들의 지위와 처우 등이 항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몬드라곤 산업부문 전체로 보면 2015년 말 수출이 36억 유로로서 전체 매출의 약 71%이고, 총 32,925명의 노동자 중에서 해외 고용이 11,796명으로 약 1/3에 해당합니다. 전반적으로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은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셈입니다.

    파고르 에델란의 주요 고객은 우리가 잘 아는 자동차 회사들입니다. 이중 매출의 21%는 르노자동차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GM입니다. BMW, 폭스바겐 등 알만한 완성차 기업들이 모두 파고르 에델란의 클라이언트입니다.

    에데르텍에서는 완성차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R&D를 계속하고 있는데, 핵심 방향은 부품의 무게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소 내부도 견학을 했는데, 소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파고르 에델란 내의 각 기업들의 생산과정을 혁신하기 위한 생산 프로세스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소 내에 생산공정을 모형화하여 실험하고, 이를 각 공장에 적용하는 모양입니다.

    에데르텍에는 40여명의 R&D연구자를 포함하여 400명 남짓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산현장이 아닌 연구시설이기 때문에 노동자 각각의 맨 파워가 중요할 것 같아 여기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주로 어느 대학과 교육기관을 통해 오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사실 물어볼 때는 아무리 몬드라곤이지만, 연구시설인 만큼 해외의 유수한 인력들을 불러 모으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답변은 놀라웠습니다. 에데르텍의 기술자의 70%는 몬드라곤 대학 출신이라고 합니다. 아마 공과대학일 텐데 어디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기술혁신과 그에 대한 교육체계까지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이게 몬드라곤의 저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머지 30%로 대개는 바스크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하고, 설명을 하고 있는 리카드로도 빌바오대학 출신이라고 합니다.

    내일 몬드라곤 대학을 방문을 하는데, 여기서 보다 많은 몬드라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파고르 그룹은 몬드라곤의 가장 핵심을 이루는 브랜드였습니다. 몬드라곤 최초의 협동조합인 울고가 지역의 다른 협동조합인 아라사떼 등과 연합하여 울라르코 그룹을 결성했던 것이 파고르 그룹의 출발입니다. 그 뒤에 파고르 전기 등 협동조합이 아닌 회사들이 그룹에 가입하여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파고르 그룹이 만들어집니다. 그룹의 브랜드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파고르로 바꾼 것도 이 때입니다.

    몬드라곤 그룹 내에서도 이렇게 소속 협동조합들이 그룹화를 하여 2차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몬드라곤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 그룹화를 통해 2차 협동조합을 결성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산영역에서 다양한 협동조합을 잉태하는 게 어려웠을 것입니다. 파고르 그룹과 몬드라곤 산업부문의 디비전들이 산업별로 2차 협동조합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디비전 중에 울마 그룹은 지역을 중심으로 또 다른 형태의 2차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후에 울마 그룹을 방문하여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파고르의 가전부문이 파산하였지만, 그 위기를 어렵지만 잘 넘기고 있는 저력 중의 하나도 이런 2차 협동조합을 통해 연대하는 힘일 것입니다.

    울마 그룹(ULMA)

    연수 3일차 오후에는 오냐띠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울마 그룹을 방문했습니다. 울마는 파고르 그룹과 더불어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다만, 울마 그룹이 몬드라곤 산업부문의 다른 디비전과 다른 점은 산업별로 편재된 것이 아니라 오냐띠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그룹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울마 그룹은 8개의 산업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업 agricola, 지게차 및 트럭 렌트사업 forklift truks, 건설 construction, 컨베이어 시스템converyor components, 핸들링 시스템 handling systems, 건축 architectural solutions, 포장 packging, 파이핑 pi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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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마 그룹의 특징은 3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업그룹이라는 점입니다. 오냐띠라는 지역은 스페인의 작고 아름다운 시골마을이고, 인구가 11,000명 남짓 됩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좀 과장해서 말하면 한 시간정도 돌아보니 나중에 길 안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마을입니다.

    가이드 말로는 아마 이런 작은 마을에 한국인이 온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작은 지역인 오냐띠의 인구 절반이 울마 그룹의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입니다. 나머지는 농업에 종사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냐띠에서 울마 그룹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울마 그룹은 1961년 최초의 협동조합인 Talleres ULMA S.C.I가 설립된 이후 몬드라곤과 같이 오냐띠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협동조합 그룹입니다. 울마 그룹 역시 호세 마리아 신부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하였고, 몬드라곤과 교류를 했지만, 몬드라곤과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움직여왔습니다. 그러다 2003년에 전격적으로 몬드라곤 그룹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 이전부터 여러 가지 연대와 교류를 해왔고, 그룹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몬드라곤이 MCC 체제 이후로 산업별 디비전으로 조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여기에 합류하려면 울마 그룹 내 산업부문이 몬드라곤의 산업별 디비전으로 재편되어야 했기 때문에 독립적인 그룹으로 운영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2003년에 몬드라곤에서 울마 그룹을 위한 별도의 디비전을 구성하는 협의가 되어서 뒤늦게 몬드라곤 그룹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작은 몬드라곤인 오냐띠의 울마 그룹이 그 형태 그대로 몬드라곤에 들어가게 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울마 그룹의 건설파트는 울마 그룹 디비전에 속해있지만 동시에 건설부문 디비전에도 관계를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글로벌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울마 그룹뿐만이 아니라 몬드라곤 산업부문 전체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울마 그룹을 비롯한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70%가 수출입니다. 몬드라곤의 산업부문은 총 50억 유로 중에 36억 유로가 해외 판매이고, 울마 그룹은 7억 유로 중에 5억 유로 가량이 해외 판매입니다.

    가장 사업이 활발한 분야는 건설과 포장이고, 농업분야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 약간 다른 점은 몬드라곤 산업부문 전체로 보았을 때, 해외 고용이 약 1/3인데, 울마는 전체 4,300명의 노동자 중에 절반이 해외고용입니다. 오냐띠와 그 인근에 거주하는 조합원은 2,300명 가량입니다. 물론 해외노동자는 조합원이 아닙니다.

    몬드라곤에 쏟아지는 비난 중에 하나가 값싼 해외 고용을 통해서 자국의 조합원의 처우를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울마 그룹 측에서는 수출 중심 기업이기 때문에 해외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서 해외에 공장과 사무실을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앞서 파고르 그룹에서도 같은 답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울마그룹에서 고용한 해외 노동자가 자국의 다른 노동자보다 처우가 특별히 낮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적이 다른 스페인의 조합원과 처우를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외고용을 늘리는 만큼 인건비 차이로 그룹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세 번째 특징이 가장 중요한데 그룹 내 협동조합 간 수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제도입니다. 몬드라곤이 급여연대를 통해서 급여의 차이가 최대 6배를 넘지 않는다고 해도 소속 조합의 성과에 따라 조합원의 급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2013년에 파산한 파고르 가전부문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손실이 나기 시작해서 그 곳의 조합원들은 급여 삭감 등 상당한 고통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울마 그룹의 경우 그룹 어떤 조합이 손실이 날 경우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 오고 있습니다.

    울마 그룹의 모든 협동조합은 수익의 30%와 손실의 50%를 그룹으로 공유합니다. 이렇게 모인 수익과 손실을 합쳐서 다시 조합별로 나누게 됩니다. 손실이 난 조합은 우선적으로 조합 내에서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그 뒤에 그룹 내 연대를 통해 손실을 보전받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면, A 조합은 수익 1000, B조합은 수익 700, C조합은 손실 200이라면 A조합에서 300, B조합에서 210을 내고, C조합은 –100을 내놓게 됩니다. 그러면 연대기금이 410이 되는데, 이를 나누면 약 136 가량 됩니다. 결과적으로 A는 836, B는 626, C는 36이 됩니다. 손실을 본 C는 조합원들이 급여 삭감을 통해서 1차적인 노력을 하겠지만, 그것을 그룹 내에서 재분배하여 손실 200이 수익 36으로 바뀌고, 급여를 삭감했던 조합원들이 다시 배당을 받을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수익과 손실을 공유함으로서 성과를 재분배하여 손실이 난 조합의 조합원들이 지나친 고통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울마그룹의 독특한 연대방식입니다.

    이외에도 매출의 0.08%는 신사업개발기금으로 그룹에 적립하여 새로운 사업에 투자합니다. 울마 그룹의 파트 중에 건축 솔루션은 신사업개발기금을 통해 만들어진 부분이기도 합니다. 몬드라곤 그룹 차원에서도 수익의 10%를 공동투자기금으로, 3%를 급여연대기금, 2%를 교육기금으로 모으는데, 울마 그룹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다른 디비전에서도 각 부문별로 기금을 모으기는 하지만, 지역을 중심으로 묶은 울마 그룹 만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강한 연대를 하고 있지만, 의외로 그룹의 통제는 강하지 않습니다. 이건 몬드라곤 그룹 전체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몬드라곤이 수직 계열화 방식의 통합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그것이 다른 협동조합 연합체와 다르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그룹의 역할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협동조합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룹의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 훨씬 각 조합의 자율성이 더 큽니다.

    몬드라곤 헤드쿼터도 그렇지만, 울마 그룹도 그룹본부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십 수 명 수준에 불과하고, 주로는 그룹 내 부문 간, 조합 간의 소통과 기금 배분이 주 역할입니다. 그룹 차원의 통일된 전략을 짜고 이를 각 조합에게 강제하는 식의 수직 계열화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각 조합이 방향을 정하면 이를 조정하는 역할로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룹에서 조합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통제하고 있는 영역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인사에 관련된 것입니다. 각 조합이 고용을 조정할 때는 반드시 그룹본부를 통해야 합니다. 이외에는 모두 각 조합의 자율성이 더 큽니다. 마찬가지로 몬드라곤 헤드쿼터 역시 계열사 다루듯이 소속조합의 사업에 관여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수직적인 그룹화를 통해 사업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고만 알려진 몬드라곤의 거버넌스는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대전 사회적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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