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한상균,
    항소심서 징역 3년 선고
    “후진적 노동현실 반영한 판결"
        2016년 12월 13일 0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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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징역 5년을 받은 1심에 비해 감형됐지만 노동조합 총연맹의 대표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한국 사회의 후진적 노동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차벽 설치와 살수차 운용 등이 위법하다는 한 위원장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다만 지난해 5월 1일 집회 등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집회나 시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나 그 방법이 적법하고 평화적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집회시위를 평화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경찰과의 충돌을 직·간접적으로 선동했다. 당시 피해를 입은 경찰관의 숫자가 상당하고 극심한 교통 혼란도 발생했다. 이와 같은 불법적인 폭력·집회시위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집회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전체적인 대응이 당시로서는 위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과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종로구청 입구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자극했던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 피고인을 장기간 실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런 문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 위원장 측의 차벽의 위법성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의 차벽 설치가 물리적 충돌을 유도한다는 일각의 지적과는 정반대로 경찰의 차벽이 폭력 방지용이라고 봤다. “청와대로 북진한다는 이 행진을 제지하지 않으면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로선 시위대를 저지할 목적에 입각해 신고된 범위 일탈 등 집회 금지 장소에서의 집회라는 범죄행위를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차벽을 설치해 충돌과 폭력을 방지하려고 했으며 진압을 하지 않고 방어용으로서 설치한 것을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올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해 4월 16일 세월호 추모집회 등에 대한 집시법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시내 중심에서 대규모 폭력사태를 일으킨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도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감형 이유는 한 위원장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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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심 실형 규탄 기자회견(사진=유하라)

    민주노총 등 각계 인사들은 한 위원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은 “참담한 심경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상균은 무죄”라며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이 무죄를 선언했고 국제 사회가 무죄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위원장 직대는 “한상균 위원장은 국정을 파탄내고 노동자 민중을 죽음으로 내몬 박근혜 정권에 저항했고, 권력에 돈을 갖다 바치고 그 대가로 노동개악과 대한민국 경제를 파탄 낸 재벌과 부역자와 싸웠다”며 “그런데 그 주범들은 여전히 아직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판사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면 한상균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그러나 아직도 권력자의 눈치만 보면서 정치 판단을 내렸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100m까지 행진이 가능하게 된 현 시점에서 일반교통방해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촛불집회는 오늘도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고 서울시내 사거리 교통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이 상황을 모두 유죄라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 또한 “이 나라에 떼강도가 들어왔는데 그 떼강도를 잡자는 사람을 벌을 준다는 것이 정당한 나라인가”라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청산해야 하고 싸울 것이 많다. 멈추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하는 그날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별도의 논평을 내고 법원의 선고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 의원은 “노동조합 총연맹의 대표가 정부의 노동정책을 반대하는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대한민국의 후진적 노동현실을 반영한다”며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 노동조합 총연맹의 대표가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라 소탕의 대상으로 대우받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에게만 엄격하고 사용자와 재벌에게는 관대한 사법부가 정의를 수호하는 곳이 될 수 없다”며 “상급심이자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는 합당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이뤄져 ‘법은 결국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오명을 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OECD-TUAC(노동조합자문위원회)는 13일(현지시각 12일) 파리 OECD 본부에서 개최된 제137차 전체회의는 ‘한국의 노동기본권’에 관한 결의문 사항을 재차 촉구했다. 이 결의문은 가장 긴급한 과제로 한국정부에 대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노조간부 석방과 ILO협약 제87호와 98호 비준을 위한 작업에 신속히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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