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말살하려 깡패 동원하는 사회
    '노동의 권리'가 처참하게 유린되는 사회는 야만의 사회
        2012년 08월 10일 06: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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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새끼들 배때지를 찢어버려!”, “창자를 도려내버린다 개새끼야!”

    유성기업 사례
    차량 뺑소니로 13명의 조합원 부상입힌 용역경비 불구속 처리

    지난해 금속노조 유성지회를 침탈한 용역경비들이 소화기를 던지며 조합원들에게 했던 말이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금속재 용품들을 던지고 무참한 폭력을 휘둘러 조합원들이 머리가 깨지고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5월 18일, 용역 한 명이 대포 승합차를 타고 라이트를 끈 채 조합원들을 향해 그대로 돌진, 13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그대로 달아났다. 12시간만에 자수한 그 용역경비원은 단순 교통사고 혐의로 불구속 처리됐다.

    유성기업은 탄탄한 민주노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를 통해 주야 3교대를 폐지하고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주장해 2011년 시행을 목표로 2009년 단체협약에 상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도 잠시, 사측은 단협을 체결하고 2010년부터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었다.

    ‘창조컨설팅’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한 대외비문건과 유성지회 아산 공장장 수첩에서도 이 매뉴얼의 내용이 그대로 적혀있는 것을 노동조합이 공개했다.

    또한 사측이 컨설팅 회사까지 내세워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정교한 작업은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적극 개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유성지회측에 따르면 현재자동차 관리자가 유성기업에 상주하며 동향을 보고했으며, 용역경비 투입과 노조간부에 대한 현장통제를 직접 기획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한 노동조합이 총회를 통해 파업을 결의하자 즉시 용역경비를 투입하고 직장폐쇄를 강행했으며 직장폐쇄 초기 조합원들에 대한 테러를 감행했다.

    10일 국회에서 ‘용역폭력의 실체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개최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홍한기 유성 경동 지회장은 끝내 눈물을 내비쳤다.

    홍 지회장은 “용역경비들에 의해 경동에서 버스타고 달려온 동지들이 종이비행기 날라가듯 차에 치여 도로가 이리저리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용역경비와 충돌이 있던 날 경찰 병력이 인근에 배치된 것을 똑똑히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공장 주변을 순회할 때 분명 경찰버스 3대와 진두 지휘하는 차량이 있었다. 하지만 용역깡패들의 폭력이 진행되기 직전 경찰이 잠시 사라졌다가 일이 한참 진행된 뒤에나 나타났다.”고 말했다.

    SJM 사례, 컨텍터스라는 사설 폭력조직

    용역깡패에 의해 입술이 찢겨나가고 머리가 깨지는 동영상과 사진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용역경비업체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시킨 지난 7월 27일 SJM공장도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비교적 노사관계가 원만해 별다른 분쟁없이 상생했던 이들은 2003년 노무관리 담당자가 쫒겨나다시피 그만두고 민 이사라는 사람이 오고나서부터 균열이 생겼다. 단체협약은 번번히 결렬됐고 올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노조가 6월말부터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부분파업, 업무 태만 등 총파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측은 27일 직장폐쇄를 강행했다. 당시 조합원들은 직장폐쇄를 알리는 그 어떤 공문이나 문서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직장폐쇄에 발맞춰 용역경비원을 투입했다. 직장폐쇄가 맞는 건지 아닌지 제대로 알 수 없던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용역경비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퇴근을 미루고 작업장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샜다.

    그리고 용역경비들이 무차별하게 던지는 수 천개가 넘는 ‘밸로우즈’나 소화기 등 금속재에 주로 얼굴 부위에 가격당하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며 집단 구타를 당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에 그대로 노출됐다.

    용역들이 조합원을 향해 던졌던 밸로우즈의 모습(사진=장여진)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어느 한 조합원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사방에 날라오는 밸로우즈를 피하기 위해 제대로 촬영하지 못한 채 벽 뒤에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 조합원이 할 수 있던 일이라고는 “던지지마 새끼들아!”밖에 없었다.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인 한 조합원은 “나름대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왔는데 회사가 이럴 줄은 몰랐다.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한편으로 실망스럽다.”고 착찹한 심정을 내비쳤다.

    용역경비를 피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한 조합원은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뛰어내리려했는데 그곳에 용역이 있어 경찰들이 서있는 곳으로 뛰어내렸다. 그런데 뛰어내릴 때 다쳐 움직일 수 없던 상황에서 수십명의 경찰들 중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결국 다른 조합원에 업혀 구급차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SJM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가한 ‘컨텍터스’는 지난 2010년 3M 사업장에도 출몰했었다. 피해자 증언대회에 함께 한 3M 지회장은 “이런 사태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조활동? 강성? 이런게 뭔지도 모른다. 우린 그냥 기본적인 파업하며 쟁의활동했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야만하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업장 보니깐 다 똑같더라. 사람들은 노조 활동하면 용역한테 다 두드려맞구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3M같은 회사, 유성, SJM 등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자 증언대회에는 발레오공조, 재능교육, KEC, 쌍용차등의 사례도 담겨있다. 특히 여성조합원들에게 용역경비원들이 위협감을 주기 위해 언어성폭력, 감시, 미행, 성폭행의 위협 등을 가한 것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 정서적 폭력을 통한 노조 무력화를 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피해자 증언대회 공청회 모습(사진=장여진)

    노동의 권리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심하고 무관심한 한국 사회

    다산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진 활동가는 이러한 사측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 용역경비업체라는 폭력산업의 발달, 경찰의 직무유기 등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 이후에 노조를 말살하고 노동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권리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키워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소각장 건설 반대 시위에서 주민들 서른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며 유난히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사태를 두고 “사회가 노동 권리에 대해서만큼은 야박하고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경찰, 언론 뿐만 아니라 모두가 묵인하고 용인하는 걸로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 피해자증언대회는 민주통합당 용역폭력진상조사단이 주관하고 은수미, 장하나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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