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의 말 바꾸기
    '최순실 알지만 아는 건 아니다'?
        2016년 12월 08일 1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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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씨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해오던 김기춘 대통령 전 비서실장이 7일 열린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들의 집중 추궁에 끝내 “최순실을 안다”고 시인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청문회에서 줄곧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 벌어졌을 때에 조기 수습을 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여야 위원들 질문에도 “정윤회 문건에는 최순실의 이름이 나온 적이 없고 당시 세계일보 기사에도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기업들의 모금 등도 자신이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것 또한 자신이 최씨를 알지 못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댔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부터 최 씨의 존재까지 모두 잡아떼며 청문회는 밤 늦은 시각까지 계속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밤새도록 김기춘 실장과 끝장 청문회를 벌이자”고도 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여야 위원들의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제안이었다.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의 존재를 안다고 인정한 계기는 그 스스로 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서 시작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을 보여주며 “정윤회 문건 첫 장에 ‘최태민의 5녀 최순실’이라는 문장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문건을) 본 지가 오래돼서 착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김 전 실장이 현재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최태민 대응팀’을 만들어서 활동했던 이력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윤소하 의원은 “최태민 대응팀까지 만들어서 활동한 분이 최순실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실은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후 질의에서도 다시 이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2007년 7월 19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이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 동영상을 제시했다. 이 동영상 속에서 후보 검증단들은 영남대에서 불법적으로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최순실씨의 이름이 수차례 거론했다.

    박 의원은 “김기춘 전 실장 바로 앞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자리다. 그런데도 최순실을 몰랐나”라고 지적하자 김 전 실장은 “최순실 이름은 이제 보니까 못 들었다고 할 순 없지만 알지는 못한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정윤회씨의 존재를 아느냐는 물음에 김 전 실장은 또 다시 “접촉한 일이 없다”며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박 의원은 “2004년에 (김기춘 전 실장도) 국회의원이었지 않나. 그때 박근혜 비서실장이 정윤회다. 정윤회가 국회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심지어 저도 만났다”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착오로 잘못 말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전 실장의 “모른다” 답변은 계속됐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언제부터 알았나”라는 박 의원의 질문에 “차관이 되기 직전에 대통령께서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이 KBO야구 총재했을 때 김종 전 차관이 특강을 했고, 두산베어스에서 김종이 홍보과장으로도 있었다”고 반박했고, 김 전 실장은 다시 “김종 씨가 홍보과장할 때와 KBO 총재 기간은 겹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2007년 또는 2014년에 최순실 이름 들은 것 같은데 전화하거나 면담하지 않았다는 관계로 이해해달라”고 계속해서 해명했다.

    여야 위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아까는 존재는 아냐는 말에도 ‘모른다’고 하더니 지금은 존재는 아는데 아는 사이는 아니라고 하느냐. 혹세무민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역시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이러느냐”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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