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삼성 합병 반대하자
    한화·삼성이 압력, 사퇴도 강요”
    주진형 “국내 재벌, 조직폭력배와 같아 거역하면 응징”
        2016년 12월 06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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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가 한화와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주진형 한화증권 전 대표는 6일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폭력배와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6일 개최한 1차 청문회 오후 질의 답변에서 주진형 전 대표는 국내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관철해야 할 의사 결정에서 “누구라도 한 마디라도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간다고 하는 논리가 있는 듯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회사의 합병안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낸 이유를 묻자 주 전 대표는 “과대평가된 제일모직과 과소평가된 삼성물산을 시행령을 핑계로 합병하는 것에 국내 언론이나 발언권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감고 찬동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며 “증권회사도 옹호 보고서를 내는 것을 보고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한화그룹에서) 한화와 삼성은 사이도 좋고 딜도 많아서 부정적 보고서를 쓰지 말라고 했다. (주 전 대표는) ‘증권 회사 사장에게 그런 걸 부탁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고 그리고 1차 보고서가 나왔다”면서 또한 “삼성그룹의 아는 지인 4명에게 전화가 와서 의결권을 위임하라고 했고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전화가 왔다. 안하겠다고 하니까 ‘그렇게 할 거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삼성과 한화 양측에서 압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합병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한화증권 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력 받았다고 들었다”고 묻자 주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 포함된) 1차 보고서 나간 후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인 장충기에게 불평을 들었고 ‘다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약속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약속 못한다고 얘기했다”면서 “2차 보고서 나가고 며칠 후 김현배 한화생명 부회장이 전화를 해서 ‘이렇게 되면 주 사장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강요에도 주 전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9월 초 금춘수 사장이 보자고 해서 저에게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구조본 재무팀장을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보낼테니 2선으로 물러나라고 했고 저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며, 지속적인 압력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재벌지배구조 관련 전문가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화 참모조직인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주진형 전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했다는 것은 김승연 회장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김승연 회장은 한화투자증권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고 등기이사도 아니다. 그런 분이 상장회사의 주주 뜻으로 뽑힌 사장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한국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엉망인가를 보여 준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각 기업 총수에게 두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이 ‘선의’였다는 대답을 이끌어낸 후 주진형 전 대표에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주 전 대표가 민주당 편에 서서 대기업 총수에게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으로 해석된다.

    주 전 대표는 “없다”며 “총선 정책공약단 부단장으로 활동은 했지만 입당은 한 적 없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김종인 박사가 비대위원장을 해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렸다”고 일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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