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즉각 퇴진, 겨울 캠핑촌
    [기고] 광화문광장만이 아닌 시대 전체를 해방구로
        2016년 12월 03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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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한 11월 4일. 여행 가방을 풀고 노숙 가방을 싸서 광화문 광장에서 불법 텐트 노숙 생활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다. ‘쏜살같다’, ‘화살같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총알이 하나 쑥 지나간 듯하다.

    삼일 동안 몸을 씻지 못한 적도 있었다. 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빵 한 조각이나, 배가 너무 고파 컵라면 두 개를 앞에 두고 있는 나를 보기도 했다. 명색이 글 쓰는 자인데 십사일 만에 노트북을 켰다가 피곤해 닫기도 했다. 넋이 나간 듯 벌써 잊어먹은 휴대폰 충전기만 몇 개째다. 주말 대회 때는 매번 날을 새야 했다.

    캠핑촌은 광장에 마지막 남은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 해야 했다. 평일도 보통 새벽 2-3시는 되어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어김없이 아침엔 일어나 마을방송을 켜고 ‘촌민회의’부터 시작해야 했다. 27일째인 그제야 노숙자 냄새 찌든 조그만 1인용 텐트 청소를 했다. 너무 추워서 텐트 바닥 아래 스티로폼도 한 장 비로소 깔았다.

    오늘은 ‘광화문 박근혜퇴진 캠핑촌’ 한 달을 자축하는 점심 자장면 파티를 했다. 11월 4일, 7550명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마치며 바로 텐트 농성에 돌입했었다. 텐트 스무 동이 모두 경찰들 난입으로 부서졌다. 선언에 참가한 문화예술인들 200여 명과 함께 농성에 돌입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회운동네트워크> 사람들, 기륭전자, 쌍용차, 콜트콜텍 해고자들 등이 두 시간 동안 단 한 동의 텐트라도 지키려고 회오리처럼 얽혀 싸워야 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집단으로 경찰과 맞붙어 몸싸움을 벌인 건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텐트를 모두 빼앗기곤 탈진한 사람들이 모여 깔개 하나 없이 광장을 지키며 배가 고파 자장면을 시켜 먹어야 했다. ‘광화문 아큐파이(점거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먹는 자장면 한 그릇에 다들 신이 나기도 했고 목이 메기도 했다. 그새 텐트는 50여 동이 넘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대부분이 단체나 장르 텐트다. 쌍용차 해고자 텐트, 콜트콜텍 텐트,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 텐트, 기아차비정규직 텐트, 현대차비정규직 텐트, 여성영화인모임 텐트, 연극인 텐트, 한국작가회의 텐트, 어린이책작가모임 텐트, 풍물패 텐트, 문화연대 텐트, 민예총 텐트 등 한 동 한 동이 한 단위나 부문, 장르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창고 텐트도 생겼고, 마을회관 텐트도 생겼다. 며칠씩 묵어가는 게스트 텐트도 있다. 어제는 문규현 신부님이 입촌하시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맞는 캠핑촌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 온 명진 스님께서 자장면 값을 내주셨다. 어제는 백기완 선생님께서 오셔서 마을 일꾼들 밥을 사주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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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2시 반엔 조선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얼마 전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 5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선해고 당하는 참사를 알리고자 거제도로 희망버스를 다녀오며 연대하고 있는 동지들이다. 급하게 상징물 작업을 부탁해 이틀 동안 꼬박 ‘파견미술팀’들과 입촌해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밤샘 작업을 해서 다시 거대하고 멋진 ‘박근혜 퇴진호’를 만들어 주었다. ‘파견미술팀’들은 며칠 전에도 4일 동안 날밤을 새워 민주노총 총파업 대열 맨 앞에 세웠던 ‘박근혜 구속’ 상징물 작업을 해야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가능하지 않았던 일. 상징물을 끌고 청와대로, 계동 현대 사옥으로, 을지로 대우조선해양 본사로 향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행진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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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부터는 어제에 이어 ‘시국풍물굿판’이 열렸다. 내일은 수백 명의 전국 풍물인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하고, 거리로 나선다. 같은 시간 대 어제부터 광장 편으로 올라오는 광화문역 9번 출구를 ‘박근혜 퇴진역 9번 출구’로 명명하며 ‘반지하 텐트농성’에 결합한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농성텐트’ 앞에서는 전국의 장애인 동지들이 모여 <세계 장애인의 날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박근혜 정권에 저항해 벌써 2년 넘게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노숙 농성을 해오던 이들이다. 우리 모두의 인권 신장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는 이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장 느리게, 가장 답답하게 움직이는 이들 같지만 실상은 우리 시대의 맨 앞에서 가장 빨리 나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와야 했던 우리가 박근혜 즉각 퇴진 전선의 맨 앞에 선 선봉대들이 되자는 결의를 다지는 마당이었다.

    내일도 퇴진 캠핑촌은 바쁘다. 오전부터 비상국민행동 내 재벌특위와 캠핑촌 북쪽 광장에 ‘재벌이 공범이며, 몸통’임을 알리는 <재벌범죄 EXPO>를 함께 연다. <어린이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지난 번 3만 개의 퇴진 뱃지 사업에 이어, 광장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보는 열린 마당을 진행한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3회 째인 <하야하롹> 페스티벌이 전국 7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린다. 서울에서는 11팀의 핫한 힙합 가수들이 총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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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대회 때도 캠핑촌은 마지막 남은 1천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시대의 첫차를 탄다는 마음을 모아 새벽 5시까지 마지막까지 광장을 지켰었다. 사실 캠핑촌은 1박 2일이 아니라, 지금껏 29박 30일째 쉰 적이 없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왔고 수많은 행동들이 이어졌다.

    일요일 아침부터는 마흔 명의 예술가(단체)가 참여하는 ‘블랙마켓’이 열린다. 월요일에는 자꾸 왔다갔다 하는 국회 청소를 간다. 그곳 청문회에 출석하는 재벌총수들도 구속하라고 간다. 그간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새마음박근혜퉤근헤청와대청소봉사단’이 간다. 청소봉사단 총재는 제2의 최태민을 꿈꾸는 사진가 노순택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삼성 본관 앞 청소를 다녀오기도 했다. 월요일부터는 청계광장 소라탑 부근에서 진해하던 평일촛불문화제도 캠핑촌으로 옮겨 함께 힘을 모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광화문 퇴진 캠핑촌’은 광장을 해방구로 만들며 조금씩 진화해 가고 있다. <광장신문발행위원회>도 꾸려 그간 두 번의 ‘광장신문’을 발행하기도 했다. 가상 신문으로 첫 호는 ‘박근혜 하야 발표’와 이어 ‘95% 위원회’가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구상에 들어갔다는 호외였다. 2호는 ‘박근혜 구속’과 상징적으로 1% 재벌 금수저 독점사회의 폐기를 뜻하는 의미로 ‘삼성 이재용 구속 임박’을 다뤘다. <광장토론위원회>도 만들어 매주 두 차례의 현장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첫 회는 ‘광장은 무엇을 원하는가-박근혜 퇴진 운동의 경로’였다. 오마이뉴스와 공동 기획으로 계속해서 ‘광장의 직접민주주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진정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를 토론해 나갈 예정이다.

    그렇게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젠 광화문 광장만이 아닌 이 시대 전체를 해방구로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불완전한 대한민국의 근대를 이제 그만 마무리하고, 진정한 현대로 넘어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력은, 긴급한 행동은, 견결한 용기는, 새롭고 폭넓은 연대는 무엇인지를 오늘 이 광장을 중심으로 모아 갔으면 좋겠다. 광화문 광장 인근이, 청와대 인근이 모두 캠핑촌으로 뒤덮이기 전에 ‘범죄자 박근혜’가 물러 날 수밖에 없음을 믿는다.

    * 날을 새워 글을 쓰다보니 오늘(2일)이 어제가 되었습니다. 글 내용 중 내일이 오늘(3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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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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