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남탓하며 탄핵 회피,
    국회에 공 넘긴 박 대통령 3차 담화
    야당과 시민사회 "꼼수" "정치공작" "교란책" 비난
        2016년 11월 29일 06: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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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임기단축 개헌 등 퇴진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라는 요지의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혼란이 격화되고 있다. 탄핵 정국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본 야3당은 탄핵 절차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내달 3일 촛불민심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5분 가량의 3차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내렸다. 사실상 마지막 입장 발표로 보이는 이 담화문에서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과 추문 등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며 모두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임기단축 개헌’ 방안을 제시하며 국회에 결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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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모습

    총리 추천에 이어 또 국회에 공 넘긴 박근혜
    탄핵 정국 회피 위한 비박계 ‘흔들기’

    박 대통령은 3차 담화문에서도 끝내 퇴진을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며 “저는 제 대통령 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임기단축 개헌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방안으로 꼽으며 국회에 공을 넘긴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개헌 논의에 불을 붙여 탄핵 정국을 넘어 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탄핵을 주장하는 비박계 흔들기에 있다.

    임기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라고 해도 ‘개헌’ 논의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여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그 혼란상은 종잡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탄핵 논의는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을 명분 삼아 탄핵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 논의는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진행돼 온 것”이라며 “따라서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대통령 탄핵 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정현 대표도 “대통령께서 현 상황을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잘 알고, 국민의 뜻에 부응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뜻을 다 밝힌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비박계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비박계 몇 분들과 통화를 했지만, 탄핵에 대해서 낙관하기가 어두워졌다”며 박 대통령 담화 발표 직후 비박계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 비박계 주요 인사들은 담화 직후 종전 ‘즉각 탄핵’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김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의총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결론을 유보하며,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탄핵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일단 여야 합의를 먼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임기단축에 대한 여야 합의 일정을 먼저 봐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비박계 중에서도 탄핵에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던 하태경 의원 역시 “개인적 생각으로는 12월2일에는 국회가 하야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회가 일정 부분 방법을 제시했으니까 그걸 수용하는지 보고 하야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며 “국회 합의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한 발 물러섰다.

    야3당 “탄핵 매진하겠다”
    추미애 “탄핵 피하기 꼼수”, 박지원 “촛불 민심 잘라버리는 무서운 정치공작”
    심상정 “새누리당을 향한 탄핵교란 작전지시”

    야3당은 박 대통령의 제안 거부하고 예정대로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담화 직후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아무런 반성과 참회가 없었다.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 농단과 외교적 수치를 막고 국정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라며 “대통령은 하야에 대한 언급 없이 국회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 한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 피하기 꼼수”라고 비판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헌법에 입각하여 흔들림 없이 탄핵에 매진하겠다. 야권공조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며 “새누리당도 이런저런 꼼수를 부리지 말고, 탄핵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긴급 의총에서 “본인이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하면 되는 것이지, 왜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촛불 민심과 탄핵 물결을 한마디로 잘라버리는 무서운 공작정치의 하나”라고 질타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임기단축 개헌을 위한 국회 논의’라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국회에 던진 ‘3번째 무서운 함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새누리당 현 지도부가 우리 안을 수용할 리 없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한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거절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회에서 합의를 해오면 퇴진하겠다고 한다. 모든 국민들은 대통령이 퇴진하겠다고 하는데 왜 국회에서 그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냐고 국회를 향해서 비난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 간 정쟁을 유도해 탄핵 국면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비판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꼼수를 우리 국회에 퉁친 것”이라며 “우리가 그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 우리가 지혜롭게 대처를 해서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퇴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로 공을 넘겨 여야 정쟁을 유도하고 새누리당을 방탄조끼 삼아 탄핵을 모면하려는 꼼수”라며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향한 탄핵교란 작전 지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민을 기만했다”며 “비겁하고 고약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심 상임대표는 “정의당은 대통령과 친박의 국면 전환 시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다. 두 야당과 함께 흔들림 없이 탄핵안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는데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밤새 고민할 시간에 즉각 내려와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긴급 입장문을 내고 “정권에 대한 분노와 즉각퇴진을 외치는 국민의 함성을 전면 거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자신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얘기했지만, 담화문의 내용은 시간끌기를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의 거취는 이미 국민이 결정했다. 국민이 결정한 일정은 밤새워 고민할 시간에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은 30일 1차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을 진행하고 6차 범국민행동의 명칭을 ‘박근혜 즉각퇴진의 날’로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거취 문제와 관련한 협상에서 야3당이 새누리당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즉각 퇴진, 권한대행 총리 선출, 조기대선 준비 위한 과도내각 구성의 로드맵을 제시하며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행여나 대통령 퇴진을 조건 삼아 개헌 등 그 어떤 권력 연장을 위한 시도도 용납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참혹한 이 국정농단 사태는 새누리당의 줄기찬 비호와 동참으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현 사태의 공범이자 책임져야 할 당사자이지 결코 협상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국회 결정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역시 “오늘 담화를 통해 박대통령이 스스로 언제까지 물러나겠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국회는 좌고우면 하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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