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거리에 선 페미니즘' 외
        2016년 11월 26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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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 선 페미니즘> – 여성 혐오를 멈추기 위한 8시간, 28800초의 기록

    고등어 외 41인 (지은이) | 한국여성민우회 (엮은이) | 권김현영 (해제) | 궁리

    거리에 선 페미니즘

    2016년 5월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며칠 후, 추모를 넘어선 담론의 장이 서울 신촌 거리 한복판에서 열렸다. 이 책은 담담하면서도 절절했던 그 8시간의 기록이다. 대독을 포함해서 40여 명의 자유발언자들은 성추행, 성폭력 경험부터 외모로 인한 압박과 옷차림에 대한 검열, 대중교통에서 겪는 문제, 여전히 가족 내에서 존재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힘겹게 고백하며, 여전히 두렵고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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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큰 집> – 종묘, 경복궁, 자금성, 파르테논 신전 새롭게 보기

    구본준 (지은이) | 한겨레출판

    세상에서 가장 큰 집

    구본준 기자의 2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건축 에세이다. 종묘, 경복궁, 자금성, 이세 신궁 등 한중일의 대표 건축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를 아우르며 인류의 유산이 된 거대 건축물을 비교 분석한 이 책은 또 한번 독자들을 건축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집요한 호기심, 참신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분석, 건축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여전한 구본준표 문장은 마치 그가 우리 곁에 있는 듯 살갑다.

    이 책은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종묘, 경복궁, 자금성, 파르테논 신전 같은 ‘위대한 건축’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보다는 건축을 둘러싼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서술되어 있어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한중일 주요 건축의 특징과 서양 고전 건축의 핵심을 꿰뚫고 있어 청소년 교양도서로도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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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은 2030을 위한 “쿨한” 직장인 지침서

    윤정연 (지은이) | 책뜨락

    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회사를 다니는 데에 필요한 사회인의 철학과 직장생활의 스킬을 알려주는 책. 본문은 ‘직장인의 마인드, 직장생활 가이드,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직장남녀’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실적인 회사생활 가이드북으로의 역할에 더해 직장생활의 ‘큰 그림’, 직장인으로서 전망과 비전을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점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책제목과 대조적으로 소제목들은 직설적이고 명쾌하다. 지은이는 ‘완벽주의 따위 개나 주라’ 하고, ‘주인의식은 주인이 갖는 것’이라는 막돼먹은(?)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언뜻 직장인들의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착각하기 마련인 미련한 성실함, 주인의식 등의 그릇된(?) 마인드에 후련한 뒤통수 스매싱을 날려주는 촌철살인의 어드바이스가 들어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굳건한 대한민국의 조직문화 속에서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고, 객관과 합리를 중시하는 선배로서의 한마디는 호소력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문제가 생겨 징징거리는 후배에게,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다고 호소하는 후배에게, “그래그래, 너는 나쁘지 않아. 상대방이 나빠.”라고 달래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후배의 정신적 성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래서 ‘상처받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에 ‘자극받았다’라고 하는 말을 쓰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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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글> – 우리의 글쓰기가 가야 할 길

    조르조 아감벤 (지은이) | 윤병언 (옮긴이) | 책세상

    불과 글

    문학에 가까운 글쓰기를 보여주는 열 편의 철학적 단상을 묶은 책이다. <불과 글> <관료주의적 신비> <비유와 왕국> <창조 행위란 무엇인가?> 등, 읽고 쓰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글쓰기, 모든 언어적 행위가 가지고 있는 비평과 창조, 관찰과 행위의 은밀한 이원론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우리의 의식을 날카롭게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저자는 오늘날 문학이 잃어버린 ‘불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면서 ‘저항’, ‘무위’, ‘잠재력’을 토대로 하는 창조 행위의 숨겨진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이끌고, 나아가 우리의 문학, 우리의 글쓰기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넌지시 암시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문학과 철학, 미학과 신학의 기묘한 동거 또는 놀라운 교유를 확인하면서, 창조 행위의 원천, 그 불꽃에 관해 새로운 통찰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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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끝나지 않은 프랑스 현대사상의 모험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은이) | 차은정 (옮긴이) | 포도밭출판사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20세기 세계 사상사를 주도한 프랑스 현대사상가들의 이론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읽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레비스트로스에서 라캉, 바르트,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까지, 나아가 장뤽 낭시, 자크 랑시에르, 베르나르 스티글레르까지, 프랑스 주요 사상가들의 이론을 섭렵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은 누구인가’, ‘사회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데 탁월한 길잡이 역할이 되어준다.

    매우 드물게도 프랑스 현대사상을 통사로 해설하고 있어서 너른 시야에서 사상의 궤적을 명쾌하게 조감하도록 하는 장점을 가졌다. 흥미롭다가도 넌센스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어렵고 모호한 내용들 탓에 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프랑스 현대사상을, 맥락과 의미를 짚는 해설을 통해 명쾌하게 이해시키고, 그로부터 근대를 넘어선 포스트근대를 가늠해보도록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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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의 함께, 혁명>

    안희정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안희정의 함께, 혁명

    2016년 대한민국 가을은 어느 해보다 국민들에게 혹독했다. 전대미문의 스캔들을 통해 리더와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때문에 2017년 제 19대 대선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재야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이른바 ‘대권잠룡’을 다루는 여론조사가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 충청남도지사 안희정이다.

    ‘인간 안희정’을 다룬 자전 에세이로 지금의 인정받는 리더가 되기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가 주목받는 차세대 리더로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도 설명해준다. 더 이상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고 혁명을 꿈꾸겠다며 학교 문을 박차고 나선 열여섯 때부터 그의 마음에는 혁명이 깊게 자리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 대학에서도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을 꺼뜨리지 않았다.

    그가 꿈꾸는 민주주의는 매우 구체적이다. 모두가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함께 만든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보통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향해 걸어오면서 겪었던 눈물과 웃음이 오롯이 녹아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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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학교> – 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성미산학교 (지은이) | 교육공동체벗

    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마을학교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지난 12년 동안 해 온 생태교육과정과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연을 느끼고 직접 돌보며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성미산학교의 생태교육 이야기를 담았으며,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마을 학교, 생태 학교로서 정체성을 다졌다면, 2011년 3.11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겪으면서 성미산학교의 전환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는 더욱 본격화된다.

    학교와 마을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물건을 되살려 쓰거나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기획해 진행하고, 상암동의 버려진 나대지를 텃밭으로 만드는 실험을 한다. 적정기술 팀은 기술을 배우는 데서 더 나아가 이제 마을에 적정기술을 보급하고 마을 기술자로서 먹고사는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이 마을에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함께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우고, 송전탑 싸움을 하는 밀양의 할머니들과 관계를 이어 나가는 등 마을이 있기에 가능했던 호혜적 관계들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성미산학교에서의 실천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을이 가장 좋은 학교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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