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웅·최재경 동반 사표,
    박근혜 정부 붕괴의 신호탄인가
    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의 거취에도 영향 미칠 듯
        2016년 11월 23일 04: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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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23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라인의 핵심 두 축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박근혜 정부 몰락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들의 자진사퇴는 황교안 국무총리 등 여타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압박하는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의 동반 사의 표명을 두고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검찰에 대한 경고” 등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탄핵 본격화와 한 달 넘게 꺾이지 않는 퇴진 여론,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비난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정라인의 핵심 두 축의 사퇴라는 ‘칼날’이 검찰이 아닌, 청와대와 대통령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최근 검찰이 보여준 강경한 수사 태도에서도 드러나듯 청와대의 검찰 장악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라며 “사정라인의 두 축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침몰하고 있는 난파선에서 선원들이 하나둘씩 탈출하고 있는 광경이다. 거짓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옷을 벗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검찰 수사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국정이 붕괴되고, 안보가 흔들리고, 법치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회 총리 추천 제안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국면전환 전략을 통해 퇴진 위기를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5%에 머물고 있다. 26일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던 친박들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야당들과 여권 비주류도 이에 발맞춰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탄핵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정라인의 핵심 두 축도 이미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박근혜 정권에서 발을 뺀 셈이다.

    김현웅최재경

    김현웅 법무부장관(왼쪽)과 최재경 민정수석

    청와대가 검찰 수사 결과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에 따른 ‘항의’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검찰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상누각” “편향된 수사” 등의 표현을 동원해 검찰을 강하게 비난하고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반응에 검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삼성 등 재벌대기업과 국민연금공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을 정조준하며 맞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중간수사에서 발표한 공소장엔 뇌물죄를 포함하지 않았었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해 강제 수사 진행해야”

    검찰 내부의 분노가 얼마나 극심한지는 이날 현직 검사가 내부 검사게시판에 올린 글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소속 이환우 검사(38. 사법연수원 39기)는 “최근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청와대 측은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면서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탄핵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은 결단해야 한다”며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 이상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국무위원 거취에도 영향 미칠 듯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퇴는 향후 황교안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재경 전 수석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이 사정을 총괄하면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해야 하는데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자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게 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그의 사퇴 이유는 다른 국무위원들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정치권에서 황 총리 등 국무위원 전원사퇴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대학생들과의 시국대화를 위해 숙명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무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임명은 대통령에 의해 됐지만 대통령 한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 위해 봉사하는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지금 이 시기 국민들의 촛불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박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그 사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자신들이 이렇게 사퇴하는 방식으로 국민 민심에 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을 이기는 대통령과 권력은 없다”며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락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사람은 법무장관이나 민정수석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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