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탄핵 여부,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레디앙 칼럼] 국민이 심판해야
        2016년 11월 22일 0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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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실상이 검찰 수사결과 중간발표를 통해 하나씩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고 또 특검 수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불신임은 이뤄진 상태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법률적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그 권위는 상실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은 사퇴 거부 농성전을 전개하고 있다. 자기들만의 성 안에 칩거하면서 성벽에 둘러싸여 국민들의 비판과 분노를 피하려는 옹색하고 구차한 농성전이다.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 민심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법률적 절차를 거치기 이전에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자격을 상실한 박근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것으로, 하루라도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다. 하지만 농성전을 결심한 박근혜와 친박 세력들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초법적인 민중항쟁으로 청와대를 점거할 수 없다면 법률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탄핵소추 절차에서의 난관들

    하지만 법률적 절차를 통한 박근혜 끌어내리기에는 여러 난관과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첫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니 야당과 무소속 의석 171석 외에 새누리당의 탄핵 찬성 이탈표 29석이 필요하다. 이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들도 탄핵소추에 찬성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국회 의결 이후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9명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내년 1월과 3월 퇴임 예정인 박현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자리를 새로 임명하지 않으면(임명하기 힘든 상황이 예상된다) 7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의 탄핵 찬성 의결이 필요하다. 시간도 어느 정도 걸릴지 예측하기가 힘들고, 헌법재판관들의 보수적 속성상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셋째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청구인은 국회이지만 검사 역할을 맡는 소추위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이 맡는다. 그런데 현재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다.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 소속 집권당 의원이 소추위원이 되어 대통령을 심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국회도 아니고 헌법재판소라는 국민의 선출 절차를 거치지 않는 사법기구가 최종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와 국회의원이라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소환투표제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소환투표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가 2006년 주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이 신규 제정되어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비례대표 제외)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한다는 위의 내용들이다.

    탄핵 국민

    국민투표로 박근혜 탄핵 여부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정의당에서 검토하고 있고 또 심상정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제안하고 있는 원포인트 국민탄핵 개헌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고 검토할 가치가 있다. 심 대표는 18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 탄핵소추가 여의치 않다면, 임기단축 개헌 등 국민탄핵의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탄핵 여부를 헌법의 탄핵소추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의 국민투표 규정을 활용하여 국민들이 최종 결정하자는 것이다. 단 헌법이 국민소환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헌법상의 대통령 5년 임기를 19대 박근혜 대통령에 한해 단축시키는 부칙조항을 넣는 ‘원포인트 개헌 형식의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민투표와 관련해서 헌법은 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개헌과 관련한 국민투표에 대해 130조에서 ②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 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투표와 관련해 별도의 ‘국민투표법’을 두고 있으며 “이 법은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다.

    개헌 프레임이 아닌 개헌 형식을 차용한 ‘탄핵 국민투표’

    즉 우리나라에서의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국가안위와 관련한 중요정책 외에는 개헌안을 최종 결정하는 국민투표만이 가능하다. 개헌안은 국회의 2/3 찬성으로 의결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국가안위와 관련한 중요정책이기는 하지만 국민투표 부의권이 대통령 자신에게만 있기 때문에 이 경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남는 국민투표의 경로는 개헌밖에 없다.

    하지만 개헌은 그 자체로 워낙 방대하고, 의견 차이가 많고, 새로운 개정 헌법을 만들기 위한 국민 여론 수렴과 국회 내 의견 조정과 합의 과정 등의 지난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며 졸속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이 제안하고 있는 것은 원래 목적의 개헌 그 자체가 아니라 개헌 형식을 활용한 ‘탄핵 국민투표’이고 개헌 내용은 탄핵과 관련한 원포인트 개헌이다. ‘개헌’ 프레임이 아니라 ‘탄핵 국민투표’ 프레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와 관련한 헌법조항은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128조 ②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있다. 128조와는 상관이 없고 70조와 관련한 부칙조항이면 되는 것이다. 즉 “19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2월까지로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단축 기한을 설정하여 국민투표에 부의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투표로 임기단축안이 통과되면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 궐위에 의한 대선을 60일 이내에 치르면 된다.

    ‘탄핵 국민투표’의 의미와 특징

    첫째.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국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마찬가지로 대의기관인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박근혜 임기 단축 개헌안을 확정하고 국민들 스스로의 결정으로 탄핵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다.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결정하는 게 더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국민투표 과정에서는 탄핵을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소수의 정치엘리트나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불법 범죄행위에 대해 스스로 토론하고 논쟁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민주주의의 거대한 학교가 될 수 있다. 국회 등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의사를 대변하고 대표해주는 간접민주주의가 필수불가결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같은 중차대한 결정은 가능한 직접 민주주의의 형식을 띠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투표의 효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결과가 나오는 즉시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시간과 대비하면 국회의 2/3 결정이 있은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치르게 되어 있어서 훨씬 압축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넷째. 제도적으로는 소환투표의 대상을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한정한 것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를 거치더라도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합헌적인 과정이 바로 원포인트 개헌 형식의 ‘탄핵 국민투표’이다.

    다섯째. 단, 탄핵 국민투표의 경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달리 탄핵 여부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박근혜의 대통령 지위는 유지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의결되면 헌재의 최종 결정 때까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총리가 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신속하게 탄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다.

    필자소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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