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퇴진' 촛불들,
    전국 곳곳에서 들불 되다
    전국동시다발 4차 범국민행동...100만명의 촛불로 타올라
        2016년 11월 20일 02: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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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약 100만 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고 “바람이 불면 촛불은 들불이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구속을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허용된 8개 경로로 촛불 행진을 통해 청와대를 둘러쌌다.

    19일 ‘4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이 전국동시다발로 열렸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60만 여명이 모였고 부산, 광주, 대전 등 70개 지역에서 약 40만 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범국민행동 본대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은 일찍이 거리로 나와 단체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집회 등에 참가했다.

    본대회에 앞서 진행된 ‘박근혜 퇴진 서울시민대행진’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홍대입구, 삼각지역, 마로니에 공원 등 4개 지역에서 각자 집회를 가진 후 행진을 통해 오후 4시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는 행진을 했다. 당초 3천여 명의 행진 참가자는 이 과정에서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결합하면서 오후 3시에 들어 7천여 명으로 불어났다.

    메인 사진

    이하 사진은 유하라

    촛불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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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어두워지면서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사전대회가 시작한 오후 4시 광화문광장 8만여 명에서, 본대회가 시작한 즈음인 오후 6시 30분경엔 서울만 35만 명, 지역 15만 명이 운집했다. 오후 7시 45만 명, 오후 7시 30분경 50만명, 마지막 집계가 이뤄진 오후 8시 30분엔 60만 명까지 확대됐다. 지역도 최대 35만 명이 모였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본대회는 박 대통령의 즉각적 퇴진 구호는 물론,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한국 배치, 최근 국정 혼란을 틈타 추진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에 대한 비판도 다수 제기됐다. 박근혜 퇴진 구호에 머물지 않고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정책들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수능 마친 고3 대거 참석…청년·학생 “촛불은 계속 된다”

    4차 범국민행동은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구성됐다.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과 주부, 노인 등 전 연령, 계층의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재벌 대기업 등 자본권력에 대한 울분 섞인 비판과 조롱, 풍자가 이어졌다. 본대회 시작을 알리는 음악으론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주제곡이 울려 퍼지거나, 박 대통령이 가명으로 썼던 여주인공 길라임이 “세금 받아 살아왔다”는 대사를 하는 한 장면이 전광판에 나와 집회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의당인사들

    촛불들

    한편 친박 돌격대장으로 불리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예상대로 분노의 대상이 됐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특검법안 처리 과정에서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김진태 너나 꺼져라. 촛불은 바람이 불면 옮겨 붙는다”고 비판했고, 얼마 전 수능을 봤다는 고등학생도 “바람이 불어 하나의 촛불이 꺼지면 우리는 2개, 3개의 촛불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이들의 발언에 환호했고 “촛불은 계속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억압적인 입시경쟁에 내몰렸던 청년, 학생들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관리 특혜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고3 학생은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 밥을 먹으면서도 책을 보는데 정유라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과제물을 내고도 점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박근혜 퇴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고3 학생 또한 “학교 선생님 중엔 1인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어른 흉내 내지 말라’, ‘청소년에겐 정치적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 국민의 손으로 뽑아준 사람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농락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집에서 가만있는 게 어른들의 정치적 책임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게 어른들이 말하는 정치적 책임이라면 저는 어른이 되길 포기하겠다. 청렴할 자신이 없으면 정치 말라”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박근혜의 범죄를 밝혀라”

    검찰은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중간 수사와 최순실 씨 등에 대한 공소장을 발표한다. 시민들은 이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했다. 특히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될지 여부는 최대 관심사다.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에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분류했다.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가 “최순실의 범죄는 곧 박근혜의 범죄”라며 “우리는 내일 검찰의 공소장에 무엇이 기록되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는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불법적으로 설립하고 재벌에 돈을 받았다. 대신 재벌은 재벌총수의 사면을 요구했고, 경영권 세습을 요구했고,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청탁하면서 돈을 줬다.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다. 이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면서 “뇌물 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최순실은 뇌물죄의 장본인이고 박근혜도 뇌물죄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 국민의 자존심을 능멸하고 국민의 주권을 침탈한 죄가 그들의 가장 큰 죄”라며 “만약 검찰이 내일 공소장에서 뇌물죄를 뺀다면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와 힘으로 검찰을 응징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횃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미

    ‘강남아줌마’, ‘미스박’부터 ‘여성으로서의 사생활’까지
    “난무하는 여혐 발언, 박근혜 게이트 본질에 집중하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고 일부에선 ‘대통령’이 아닌 ‘여성’에 초점을 맞춘 비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집회에선 여성 혐오 발언을 경계하고 대통령의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화문광장 한편에는 광장에서의 이른바 ‘여혐발언’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이삭 시민단체 활동가는 본대회 발언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언급한 박 대통령의 변호인의 말을 거론하며 “모욕적인 말이다.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고민했던 오랜 시간을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미스박, 저잣거리 아낙네 등의 표현을 몰아내고 국정농단에 집중해야 한다고 독려했고 노력해왔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혐오받기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최 활동가는 “박근혜를 여성으로, 가십거리로 소비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의 분노는 차움병원에 192억 원의 정부지원금이 들어간 경위, 국민의 건강권을 팔아먹은 의료민영화 커넥션, 대선개입 의혹, 공영방송 보도 개입 의혹 등 이 엄청난 국정농단의 진상규명에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은 약하고 배려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회구성원으로서 말하고, 일하고, 촛불을 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사모의 맞불집회…“대통령 피부 마사지는 나라를 위하는 일”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이른바 ‘박사모’도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맞불집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를 처음 세상에 알린 JTBC를 ‘종북 채널’이라고 지칭하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박사모 회원들은 이날 서울역광장 집회 현장에 나온 JTBC를 향해 “종북채널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한 중년의 여성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이 사람들이 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장본인”이라며 “당신네 부인들은 피부 마사지 안해? 대통령이 피부 마사지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하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상훈 애국단체총연합회 상임의장은 “대통령이 조사도 안 받았는데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 총본산은 종북좌파 세력들”이라고 주장했고, 정광용 박사모 회장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로 경선도 없이 추대될 것”이라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고려연방제를 추진해 북한의 김정은이 대통령이 될 것”고 말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화여대 입학·학사에서 불법,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옹호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수능을 마치고 4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고3학생은 “하야할 생각은 안하고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고,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 모자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을 했다”며 “이러면서 저희들에게 빨갱이, 종북이라고 하니 참 기가 막힌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신의 꼭두각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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