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충격 이후,
    누가 기후변화 선도국?
    [에정칼럼] 중국 행보 주목해야
        2016년 11월 18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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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책을 논하며 앞으로의 미국에 대한 우려 섞인 예측을 내세우고 있다.

    비록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내세운 공약들보다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언행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공약은 여러 예측 중 가장 비극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후변화 자체를 중국이 조장한 사기극이라고 이야기하는 도널드 트럼프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과반 이상을 얻은 공화당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오바마 정부에서 “낭비”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예산을 전부 미국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할 것이며, 이는 8년간 약 1000억 정도의 예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산의 액수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트럼프의 야심찬 목표, 즉 화석연료에 대한 제한을 모두 풀고, “에너지 독립”을 추구하여 다시 위대한 미국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변하기 어려울 듯하다. 기후변화를 선도하던 미국-중국 양국 중 미국의 행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인 중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트윗

    도널드 트럼프의 트위터

    당초 파리협정의 발효를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도 음영이 드리워졌다. 파리협정은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고 있는데, 195개 당사국 모두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 이하로 제한하기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180개국 이상은 감축목표를 유엔에 전달하고 5년마다 그 결과를 검증받는다.

    NDC(국가기여목표) 이행을 위해 미국의 경우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배출 규모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까지 감축하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에너지 독립” 공약이 이행되면 과거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듯이 파리협정도 탈퇴할 가능성도 농후하기에 지금 모로코 마라케시에 모인 대표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편, 중국을 대표하여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중국기후변화사무특별대표 제천화(Jie Chen hua)는 “중국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와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새 미국 행정부의 어떤 변화도 국제사회가 파리 기후협약을 이행하는 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의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이 항상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교토의정서 당시 의무국이 아니었던 중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발전을 위해 다량의 화석연료는 필수라고 주장하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협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신상태(新常态, New Normal)”시대는 이전의 환경을 파괴하며 성장해온 역사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의 해결에 있어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생태문명 건설’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심해진 중국 대도시의 스모그는 중국인들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중국 정부는 이에 일련의 ‘화석연료 감축 대책’을 발표하게 된다. 얼마 전 발표된 13차 5개년 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주력할 에너지원을 수력, 풍력・태양광, 태양열, 핵발전, 바이오⋅지열, 석탄, 석유의 순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5년 전 화석연료가 가장 앞에 있었던 것과는 현저히 대비된다. 2014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2.7%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5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0.7%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이 석유와 석탄 사용을 늘리고, 공화당 다수의 의견에 따라 파리기후협약이 무효화된다면 기후협약을 이행하는 것이 손해라고 여기는 한국의 기업과 정부는 기후변화에 늑장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 유엔에 제출한 NDC조차 세계 최하위권으로 분석되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는데 미국의 압박마저 없어진다면 어떨지 더욱 우려가 된다.

    지금 우리가 기대해야 할 것은 중국이 기후변화 선도국으로 발돋움해 트럼프를 설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에 희망을 걸어보자.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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