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끌어내리기,
    길고 지루하고 더러운 싸움 각오해야
    유연함과 다양한 시도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자
        2016년 11월 16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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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아무리 목청을 높이고 촛불을 높이 들어도 박근혜 스스로 하야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하야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주장이 국가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아무리 주장을 해도 대통령 자신이 그 말에 전혀 기울이지 않고 한 발 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현재로서는 박근혜가 버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면 이 정체절명의 박근혜를 어떻게 퇴진시킬 것인가는 특검 수사와 탄핵이라는 두 트랙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발족식 모습

    이제 11월 17일이 되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특검 수사는 12월 중순경 시작되어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될 것이다.

    내년 4월 중순이면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공소장이 공개되는데, 공소장에는 박근혜의 범죄 혐의가 낱낱이 기재될 것이다. 여기에 최순실, 안종범 등 공범들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되는 날 박근혜는 기소는 안 되지만 공범의 범죄 혐의는 확인된다. 여기에 특검이 밝힐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범죄 혐의 또한 추가될 것이다.

    민심의 소리에 귀 막고 ‘버티기 농성’에 돌입한 박근혜

    이 정도 사태에 이르게 되면 보통의 사람들은 당연히 하야할 것이지만, 박근혜는 결코 하야하지 않을 것이다. 유아독존의 성격과 우리가 봐왔던 불통의 캐릭터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다, 대통령 임기는 마땅히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만 영혼 없이 반복할 것이다.

    여기에 설사 항간에 떠도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이 항간에 떠도는 것과 유사한 혹은 더 심한 것으로 밝혀진다 할지라도, 거기에 그 동안 프로포플 주사를 맞으면서 약물 중독으로 무슨 짓을 했고, 약물관리법을 얼마나 어겼는지가 밝혀진다 할지라도 그는 버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터질 것이고, 100만을 넘어 200만 아니 천만이 촛불을 들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가 버티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탄핵밖에 없다.

    법학자들에 따르면 헌법 제71조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것으로 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정하면 되지만, 이 또한 박근혜가 버티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더군다나 헌법이 규정한 ‘사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 조항을 진보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현재 처한 박근혜의 상태를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 상태로 해석하지만, 그 또한 해석일 뿐,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설사 현재의 상태를 사고 상태로 볼 수 없더라도 권한대행 체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헌법학자의 해석이라고 한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제 아무리 학자들이 권한대행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을 하더라도 박근혜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버티면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오로지 남는 것은 탄핵 밖에 없다.

    그런데 이 탄핵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은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설사 새누리당의 비박 진영의 상당수가 탄핵 발의에 찬성하여 의결 정족수를 채운다 할지라도 최종 결정을 하는 헌법재판소가 부결시켜버리면 더 이상의 할 말이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매우 보수적인 기관이고 현재의 일곱 명의 헌법재판관은 최대 한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누리당 박근혜와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로는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만큼 정치적 계산을 많이 하는 사람도 사실은 드물다.

    특검이 제 아무리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제시하더라도 그들이 기상천외의 논리로 – 과거 수도 이전에 대해 그들은 ‘관습헌법’이라는 기상천외의 논리를 폈다. – 부결시켜 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더군다나 국회가 탄핵을 발의해서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가결될 때가지 짧게는 2달 정도 걸리지만 길게는 360일까지 걸릴 수도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를 볼 때 이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300일 넘도록 질질 끌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들의 기대일 뿐, 그들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문제를 이렇게 불확실하게, 국민이 뽑지 않은 법관 몇 명에게 다 맡긴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국민 권리의 방기일 수 있다. 만약 탄핵 기간을 최장 360일 다 쓰면 박근혜는 자신의 임기를 거의 다 채우는 셈이 된다. 게다가 그 기간 동안 탄핵의 정당성과 법의 해석 여부에 따른 논리 싸움이 전개되고, 양쪽 진영의 집회와 맞불 집회 등으로 모든 정치적 이슈는 다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탄핵으로 가는 건 그리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다양한 전술 시도해야, 그 다양한 시도에 돌 던져서는 안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하야도 안 되고, 탄핵도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그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퇴진 요구 대신 지리한 싸움을 벌여 강제적으로 끌어내려야 하는 길 어딘가에서 예기치 않은 답이 나올 것이다.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더라도 박근헤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기를 기대하거나 탄핵 절차에 모든 걸 맡기지 말고, 강제로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더러운 싸움과 위험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위를 깨기 위해선 균열을 내야 하고, 거기에 기포를 주입해야 한다는 명제를 원용해 보면, 시민은 시민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학자는 학자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각각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때로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방법까지 각자 모두 동원하여 다양한 싸움을 전개해야 한다.

    촛불 평화 시위를 존중하되 어느 정도의 폭력 시위는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정당 차원에서도 누군가가 또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한다. 양자 회담을 시도해 보되, 질서 있는 연착륙적인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는데도 박근혜가 받지 않으면 야당 대표는 박차고 나오면 된다. 아니면 그 자리에서 일차 합의하고, 야3당 합의를 구할 수도 있다. 야3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그 야당 대표는 대표직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야당의 전열은 더욱 가다듬어질 테고, 더욱 정신 바짝 차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는 점점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후로는 야3당은 의원직을 모두 버리는 카드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전술이다. 사즉생의 전술인 것이다. 의회를 폐기시켜버리면 남는 것은 강제로 끌어내리는 것밖에 없다. 그렇게 가는 과정 중에 바뀌어야 하는 전술은 부지기수로 많은 것이고, 서로 간의 의견충돌로 알력을 일으키거나 분열이 생길 가능성은 너무나 크다.

    우리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맥락에서 유효하다. 많은 역사에서 보듯, 계산되지 않은 사건이 가져올 수 있는 파란, 이것을 우리는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전술을 시도해봐야 한다. 어디에서 균열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든 그 돌파구를 뚫으려는 시도에 대해 돌 던지지 않았으면 한다.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박원순 시장도 옳을 수 있고, 퇴진을 주장하는 문재인도 옳을 수 있다. 탄핵으로 가면 헌법재판소가 부결시킨다는 조국 교수도 옳을 수 있고, 그들이 부결시키지 못한다는 정의당도 옳을 수 있다. 강제적으로 끌어내려야 완전한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진보 진영이 옳을 수도 있고, 지금은 단계적으로 가야한다는 민주 진영이 옳을 수 있다.

    이 모든 상반된 전략이 공존하는 것은 정치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다가 그 상대 또한 그의 상대 즉 우리에 따라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상황이라도 우리 안의 서로 다른 전술에 대해 심한 비판은 삼가고, 그 때문에 알력이나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그 안에서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음을 정확하게 알거나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역사란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상황에 맞춰 상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유연성, 그것이 우리가 이 엄중한 시기에 갖춰야 할 최고의 무기다.

    그 유연함과 다양한 시도 속에서 박근혜 퇴진의 올바르고 파괴력 있는 전술과 방향이 강하고 힘있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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