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에 떠내려가는 주민 혈세
    STOP 토건주의 YES 민생정치
    [진보정치 현장]3억짜리 작은도서관 143개 짓는 혈세 낭비
        2012년 08월 10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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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지역구 주민들의 항의성 전화를 받고 경산시내를 가로 지르는 남천하천을 몇 번 방문했다.

    남천을 건너는 지역주민들은 저마다 한마디 씩 한다.

    “아이고 다리야! 경산시장은 뭐하노? 내 지금 장 보고 왔는데 이 징검다리 때문에 못살겠다. 장 본 것 손수레에서 꺼내 가지고 또 하나하나 옮겨야 한다, 이게 뭐하는 짓이고”

    “이 경사로 좀 보세요. 유모차 미끄러질까봐 내 지금 꼭 잡고 있습니다. 도대체 시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너무 아슬아슬 해서 사고날까 걱정입니다”

    이날 현장점검을 해 보니 도로와 하천을 잇는 경사로가 높아서 자전거나 유모차가 지나가기에는 위험해 보였고 특히 전동휠체어가 지나가기에는 폭이 너무 좁아서 이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돌계단은 주민들이 충분히 분노를 살만 했고, 실제로 사고가 있어났기 때문에 시정조치가 꼭 필요했었다. 바로 해당 부서에 민원사항을 사진으로 보여 주면서 설명을 했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 문제가 없는지. 해당부서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하고 있는 남천자연하천에 대해 7월 행정사무감사기간 동안 집중감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경산시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 자료채택 시 남천자연하천사업 관련자료(용역보고서, 설계도면, 시방서, 일위대가, 사진첩 등) 자료일체를 요구했고, 당시 진보신당 의정지원단 당원들과 토목 전문가의 도움으로 분석이 진행되었다.

    이후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로 작성하고 좀 더 현장감 있는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ppt자료를 만들어 의회에서 보고했다.

    남천자연하천 정화사업은 낙동강 수질오염총량관리제 시행에 따른 오염부하량 삭감의무를 이행하고 자연적 생태하천 조성으로 도심 내 열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산시가 총사업비 430억원을 지원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길이 5.5㎞에 대해 2007년부터 11년까지 1일 10만톤(하상여과 7만톤, 하수 재이용 3만톤)을 상류로 올려 보내고 유지수로 흘러 내리는 인공적인 하천유지 사업이며 하천 주변공간에 식생을 심고 주민운동공간을 마련하는 전체적인 정비사업이었다

    그러나 제출한 자료의 분석결과 시공된 호안석축, 침식방틀, 삼각방틀 등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되었고, 강변위에 쌓여진 조경석은 도시경관을 무시한 획일적인 석축공사이었으며 이 또한 도면과 다를 뿐 만 아니라 자연석 구입 물량에도 의혹이 있었으며 총 8990톤 약 2억 9700정도가 계약서와 차이가 났었다.

    또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를 위해 지급하는 국민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를 2011년 행정사무감사 시점인 지금까지 미집행 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이는 경산시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따져 물었다.

    이런 지적 사항에 대해 시 집행부는 감리단이 작성한 것을 그대로 읽는 수준이었다. “어제 삼각방틀, 사각방틀이 떠내려 가고 하천강변의 식생이 유실되었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까? 그럼 제대로 현장실측, 돌 숫자 세기, 터파기 한 것 일일히 확인해 볼까요?”라고 몰아붙이니 시 집행부는 이번 호우로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고,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다며 사과했고 다시 조사해서 계획서를 올리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저는 “행정사무감사 채택 할 때 “조사계획서제출, 책임소재 분명하고, 이후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행감을 집행하는 동안 경산에서는 200m가 넘는 집중호우가 왔었다. 예상대로 부실 시공한 삼각방틀, 사각방틀, 일부 조경석이 물어 떠내려갔고 호안석축 안에 있는 쇄석들이 빠져나와 호안석축이 무너진 곳이 발견되었다.

    2011년 경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사진 및 집중호우로 떠내내려 가는 삼각방지턱

    이렇게 부실 시공한 남천자연하천정화사업이 201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해 보니 당초 설계 10만톤에 현저히 못 미치는 최저 3만2천톤 최고 5만9천톤으로 설계된 하수 이용율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부실시공 되었음에도 준공처리가 되었고, 수질 또한 개선된 점이 없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시설을 운영하는데 전기료만 월 4000만원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다.

    남천자연하천에 주민들의 혈세가 물에 떠내려 가는 형국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평생을 모아서 1억짜리 집하나 갖기도 힘든 세상인데 말이 430억이지 이 엄청난 세금으로 부실시공하고 이제 어떻게 운영할지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니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요즘 각종 언론에서 경산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기사화 된다.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인사말이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사십니까?”이다.

    얼마 전 경산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여 지역 어르신들 중 선풍기가 없는 인구가 얼마가 되는지 한 복지단체 관장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이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경산시 노인인구 85%중 약 1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독거노인을 비롯해 쪽방에서 선풍기 하나없이 죽은 듯이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1년에 많아야 10대 정도를 지원하는 현실이라며 너무 마음 아파 하셨다. 선풍기 한대에 5만원하는데 430억이면 선풍기 86만대를 살 수 있고, 3억짜리 작은도서관을 143개를 지을 수 있으며, 경산시민 25만명에게 17권의 책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잘 흐르고 있는 남천자연하천을 서울 청계천처럼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올려서 다시 보내는 시공으로 인해 하천생태계를 파괴했고,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국민의 혈세는 물과 함께 떠내려 갔다.

    이렇게 무책임한 행정은 누구를 위한 행정인가?

    이 공사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된 것도 아니고 건설업체만 배불린 토목공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부실시공을 한 담당자는 자리이동만 하면 그 뿐이다.

    우리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나마 의회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 사업이 원천적으로 잘못된 부실시공사업인 것에 대해 고발은 했지만, 현재 이 부실시공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운동을 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 매우 슬픈 진보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2년간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든 생각은 정신 바짝 차리고 대형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예산낭비가 되지 않도록 막고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권력과 타협하지 말고 제대로 싸워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기초생활수급 상담을 해오는 가난한 주민들의 얼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 분들의 절규를 가슴에 새기며 민중에게 희망이 되는 진보정치를 꿈꾼다.

    필자소개
    정의당 소속 경북 경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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