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벽 사라지니 백만의 축제 돼,
    박근혜 퇴진 제3차 범국민대회 열려
    100만명이 한목소리로 외친 "박근혜 하야·퇴진하라"
        2016년 11월 13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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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차벽이 사라지고 집회는 축제가 됐다.

    민중총궐기본부 등에서 12일 오후 2시, 저녁에 시작하는 3차 범국민대회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색색의 깃발이 휘날렸고 ‘최저시급 1만원’ ‘노동개악 폐기’ ‘핵발전소 폐기’ ‘쌀값 안정화’ ‘세월호 진상규명’,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 등의 요구가 잇따랐다.

    모두 지난 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정부에 했던 요구들이다. 그러나 이날의 광화문광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차벽과 캡사이신, 물대포 등 경찰의 통제와 폭력이 없었던 이날 집회엔 사다리도, 밧줄도, 벽돌도 등장하지 않았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그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회’라는 ‘축제’를 즐겼다.

    이날 3차 범국민대회는 오후 7시부터 시작했지만 길거리엔 일찍이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다. 길거리에 파는 어묵과 닭꼬치 등으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도 있었고 광화문 일대 곳곳 식당엔 긴 줄이 이어졌다. 편의점엔 소주와 물, 캔커피가 동이 났다.

    부모들은 ‘박근혜 하야’ 손피켓을 든 자녀들의 사진을 찍어줬고, 연인들과 친구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이야기 했다. 유모차를 끌고, 노부모를 부축하고 친구들과 연인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의 가방과 두 손엔 세월호 리본과 태극기, ‘박근혜 하야’ 손피켓을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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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사진은 유하라

    광화문과 종각 등 이곳저곳에선 오밀조밀한 작은 집회들이 이어졌다. 3차 범국민대회 결합 전 자신들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한 쪽에선 세월호, 다른 한쪽에선 억압적이고 경쟁적인 입시제도 폐지를 또 한 쪽에선 핵발전소 폐기를 외쳤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집회에 참여했다.

    오후 2시 30분 세월호 광장, 방송인 김제동 씨 사회로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민들이 손을 들어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식의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집회에 함께 참석한 여성은 “8살 아들이 발언을 하라고 해서 마이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우리 아이에겐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고 싶다”고 끝내 울먹였다. 한 남성은 여자친구에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청혼했다.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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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광화문역 인근 동아면세점 앞에선 ‘중고생혁명’ 집회가 진행됐다. 교복 차림의 중·고등학생 1천명은 “박근혜도 갈아엎고 교육체제도 갈아엎자”고 외쳤다. 억압된 입시경쟁 속에에 따른 분노다. 이들의 분노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입시 특혜와 정유라의 ‘돈도 실력’이라는 SNS 글로 폭발했다.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 이어 ‘중고생혁명’을 “꾸준히 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집회장에 도착한 학생들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간간이 자신의 자녀가 청소년 집회에 참여해서 뿌듯한 표정으로 구경 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다른 한 쪽엔 핵발전소폐기 등의 집회가 동시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울시청 광장엔 노동자들이 노동개악 폐기 등을 외치는 노동자들이 집결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모인 노동자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노동개악 폐기’ ‘쌀값 안정화’ 등을 목 놓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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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서신으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은 (서울구치소에) 들어왔는데 왜 우병우는 소식이 없는지 궁금하다”며 “불법권력에 부역한 자들을 남김없이 엄벌해야 한다. 친일 매국노를 청산하지 못해 혹독한 대가를 치른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곳(서울구치소) 민심은 거국내각이 아니”라며 “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받으라는 것이다. ‘박근혜를 체포하고 구속하라’는 게 죄짓고 감옥에 들어온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도 재벌도 아니고 금배지를 단 정치인도 아니다. 흙수저 청년과 노동자가 주인”이라고 했다.

    전명선 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할 대통령이 국가 안보도 위기로 빠트렸단 것을 알았다”며 “박근혜는 이제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는 이미 모든 국민들의 명령대로 청와대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장은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검찰은 우병우 조사하라니까 접대를 하고 있고, 국방부는 사드 철회하라니까 한일군사정보협정을 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지들끼리 싸우고 있다”며 “끝까지 파서 이 막장드라마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미리 준비한 양초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집회 현장 곳곳엔 처음 만난 이들끼리 자신의 촛불을 나눴다. 촛불을 켠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다 같이 불렀다.

    민중총궐기가 끝나고 오후 5시부터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이 시작됐다. 앞서 경찰은 민중총궐기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낸 행진신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수용했다.

    행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에 참여했다. 이승환, 크라잉넛 등 가수들이 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대표곡 ‘말달리자’를 부른 크라잉넛은 정유라의 승마특혜를 거론하며 “이러려고 이 노래를 불렀나 자괴감이 든다”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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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온 한 시민은 “우리들의 분노는 정치보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세상을 열기 위한 열망”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유보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국정을 농단을 계속한다면 계속해서 국민을 농락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면서 ‘근혜 가고 민주화 오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도 무대에 올라 “정유라만 행복한 나라, 이게 나라인가”라며 “지지율 5% 박근혜는 국회에 가서 쇼 그만하고 완전히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박정희 정권의 몰락을 만들었던 부마항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있듯 그 몰락의 역사를 박근혜에게 안겨줘야 할 때”라며 “박근혜 정권를 퇴진시키고 온갖 개악을 좌절 시키자”고 말했다. 집회현장 곳곳에서 야당들이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박경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만으론 되지 않는다”며 “우린 이 자리에 새로운 세상을 위해 모였다”로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민대회가 끝난 후에도 광화문, 종각, 인사동 골목 마다 ‘박근혜 퇴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년들은 소고와 피리, 자신들이 만든 플랜카드를 들고 좁은 술집 골목을 돌아다녔다. 술집, 밥집에선 ‘박근혜 하야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도 나왔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거친 말들도 나왔다. 경찰의 차벽, 공권력의 폭력이 사라진 그 자리엔, 시민들의 밝은 얼굴과 정치적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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