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시지탄'의 후회
    내 마음속 박근혜를 경계해야
        2016년 11월 09일 04: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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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나라가 시끄럽다.

    언론에서는 이 시끄러움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라 칭하지만 필자는 이것을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라 칭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사람들의 고언, 진언 등을 저버리며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소위 ‘국정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사전적 뜻을 살펴보니 ‘시간이나 시기가 너무 늦어 다시 돌이킬 수 없어, 기회를 놓치고 일이 지나간 뒤에 때 늦은 탄식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고사성어가 또 있을까 생각해본다.

    만시지탄

    문득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했던 4대 개혁 중 노동개혁이 떠오른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러지 말 것을 읍소했고, 이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도 불사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은 노동개혁 역시 경제 살리기와 무관했음을 밝혀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위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7인의 재벌 총수들을 만나 적게는 몇십억, 많게는 몇백억원을 내놓으라고 했고, 그 결과 800억 가까운 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 재벌들의 요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많은 이들은 요청이 있었다고 함) 박 대통령은 그 반대급부로 재벌들에게 선물보따리를 내놓았는데, 그것이 노동개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개혁의 내용이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재벌살리기 곧 노동자죽이기로 흘러갔던 것이다.

    노동개혁마저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되었음이 만천하에 폭로되자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정부에 불신을 갖고 있던 노동자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추측컨대 11월 5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20만명 중 상당수가 노동자였을 것이다. 아마도 필자는 이후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올 것이고, 그들의 분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분노는 그 강도가 세질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만시지탄이다.

    노동자들의 진언을 듣고, 국민들의 고언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터인데….만시지탄이다. 이제 청와대에 앉아 탄식한들 상황은 이전으로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야하는 두 번째 대통령이 되는 국가적 불행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불현듯 우리들 중 권력을 가진 사람들 가슴속에 박근혜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시화노동정책연구소의 이사장인 내게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별 거 아닌 연구소 이사장 마음속에도 있는 박근혜, 아마도 좀더 많은 권력을 가진 기업가의 마음속에는 더 많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마음속 박근혜가 노동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 모두, 특히 기업하는 분들, 때늦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자신의 행위에 과도함은 없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만시지탄’하며 땅을 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끝>

    필자소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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